5대기관장중 "우체국장"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면 단위에는 이른바 5대 기관장이 있다. 면장, 파출소장, 농협장, 예비군 중대장, 우체국장이다. 여기에 학교장이 가끔 참여하기도 한다.

 

 

어느 날 5대 기관장이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반주를 곁들이게 되었는데 권한이 높은 지서장 앞에는 술잔이 모어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체국장에게 술잔을 권하는 이가 없었다.

 

사실 우체국장은 당시 호봉제로 월급을 받았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선 오지지역 면단위 우체국은 별정우체국이라 하여 전세 들 듯이 기본자금을 입금하고 우체국 운영권을 받았는데 월급의 기준은 아마도 6급 몇 호봉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반인이 이 별정우체국을 인수하면 높아야 4호봉의 월급을 받게 되어 수익성이 떨어지는 관계로 학교 선생님을 정년 퇴직하신 분이 유사경력을 보태 6급 30호봉 정도의 월급을 받는 것이 유리하므로 교사출신이 대부분 우체국장을 하게 된다고 들었다.

 

하지만 郵遞局長(우체국장)은 특별한 권한이 없었다. 오가는 편지 우표만 있으면 보내고 배달해야 하고 시외전화 신청하면 연결해 주고 요금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딱히 결정하는 권한이 없고 그냥 앉아서 기다리면 되는 일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평소 업무 중에 이권이나 인허가권이 없으므로 기관장간에도 신경 써서 술잔을 권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해서 지금도 술자리가 진행되는 중에 술잔 없이 앉아 안주만 축내는 이를 가리켜 ‘이사람 우체국장인가?’ 하거나 본인이 스스로 ‘나 우체국장 되었네’하면서 다른 이에게 술잔을 돌릴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요즘 우체국, 전기통신공사, 우체국 택배 등 그 기능과 역할이 동장보다 중요해진 시대를 맞았다. 權不十年(권불십년)이요 花無十日紅(화무십일홍)이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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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