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림사#봉녕사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화성 남양의 봉림사와 수원 중심지의 봉녕사. 글자하나 차이인데 부처님 오신날에 만나는 두 사찰의 상황은 크게 달랐습니다. 석가탄신일을 맞이하여 부부가 남양소재 봉림사에 갔습니다. 비봉산 봉림사는 청룡국민학생시절 12번의 소풍중 6번을 간 것으로 기억되는 참으로 연고있는 사찰입니다. 어린나이에 처음 사찰에 갔고 가서 대웅전이 우람하다는 생각을 하였고 동시에 사찰뒷편의 미군부대 레이더를 참으로 신기하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대웅전은 부연이 달린 멋진 기와집인데 평소 고향마을에서 본 집과는 크게 달랐습니다. 레이더는 잠자리 날개를 둥굴게 펼치고 사마귀 머리를 한 물체가 중심부에서 축을 삼아 잠자리 날개를 향해 머리를 고추세우고 돌아가는 형상입니다. 아마도 날개의 칩에서 전파를 받아 사마귀머리로 보내면 그 내용을 분석하여 적군의 동태를 파악하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2학년 소풍에서 친구 2명이 점심을 먹고 부모님 등 가족의 대열에 합류하여 먼저 출발하는 바람에 남은 학생들은 모자라는 2명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담임선생님이 세고 다시 주임선생님에 앉아일어서를 하고 나중에는 교감선생님이 2명씩 짝을 맞추며 헤아려보았지만 우리반 70여명중 2명이 모자랐습니다. 선생님들간에 토론이 진행되고 서로 손가락질을 하면서 격론을 이어가다가 결국에는 봉림사를 출발하여 집과 국민학교 방면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중간쯤의 지점에서 문제의 우리반 친구 2명이 가족틈에서 걸어가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찡그린 얼굴로 우리 학생들 대열에 합류한 그들은 담임선생님의 큰 질책을 받았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이니 1966년이야기이고 이제 2024년이면 58년전의 일인데도 바로 오늘 오전의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먼저 출발하여 혼란을 준 친구는 송재일, 이기항 두 친구입니다. 송재일은 지금 봉담읍으로 편입된 상기2리에 살고 이기항은 같은 동네 집안으로 아저씨벌입니다. 국민학교 2학년 학생이니 단체생활에 익숙하지 않았던 터이니 용서가 되는 일입니다만 이후에는 단체생활에서 사유가 있으면 반드시 선생님이나 부서장에게 보고를 하는 사회적 약속의 의미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다 생각합니다.

 

어린시절 소풍의 추억을 간직한 봉림사 입구에 차를 운전하여 들어가니 울창한 산림에 좁은 길이 있는데 한편으로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방문한 시민들의 차량이 빼곡합니다. 1차선을 간신히 확보하였으므로 반대편에서 차가 오면 미리미리 교행할 공간을 찾아야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부처님의 가피를 받고자 하는 신도들이 대부분이니 미리미리 서로서로 양보하는 넓은 도량을 보였습니다. 고마운 일이고 의미있는 사회적 질서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만치에 주차를 하고 걸어오르니 불교학생회와 부녀회에서 연꽃을 전하고 행사장으로 안내를 합니다. 카네이션을 들고 올라가 부처님앞에 올리고 줄을 서서 아기부처님 목욕례를 진행합니다. 여성, 할머니들이 대부분이므로 아내에게 꽃을 주고 저만치에서 아내차례가 되어 꽃 올리고 목욕례를 진행하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대웅전에 올라가 9배를 드리고 내려와 삼성각에 합장하고 내려와서 기념품을 받았습니다. 유부초밥, 절편, 바나나, 물이 들어있습니다. 점심으로 먹자 했습니다만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휴게소에 들어가 부대찌개를 주문했습니다.

 

아침에 간편식을 먹어서인지 느끼하므로 매콤한 부대찌개가 끌렸습니다. 역시나 프렌차이즈 대기업의 포장메뉴를 끓여낸 음식이므로 그 맛을 수준이 라면보다 매콤하고 그 훙미가 좋습니다. 라면공장은 이제 대기업수준인 것이고 라면먹고 달리기를 했다는 임춘애 선수는 지금 지인과 함께 경기도체육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과거 국민학생 시절에는 라면한개를 통으로 끓여먹는 것이 인생의 버킷리스트가 된 적도 있습니다. 

 

다시 차를 달려서 롯데백화점에 가서 아내의 옷을 살펴보았습니다만 사전 시장조사 결과와는 다른 옷만 전시중이므로 다음에 다른 매장에 들르기로 했습니다. 이리저리 전시된 옷이 참으로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하2층에서 차를 몰아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봉녕사로 향했습니다. 인산인해입니다. 차량이 바다와 같습니다. 봉녕사 입구부터 차량과 인파로 한가득입니다.  경찰청 앞에서 좌회전신호 5번을 기다려 진입했지만 계속 막히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 일방으로 진행하고 나가는 차량은 반대편으로 갈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교통안전을 이유로 폐쇄하는 출구인데 오늘은 특별히 개방한 것으로 압니다.

 

 

오전의 봉림사는 조용한 산책길이었습니다. 봉녕사에는 주차장 주변을 지키는 나무만큼 사람과 차량이 한가득입니다. 이를 일러 야단법석, 인산인해라 합니다. 야단법석은 들판에 단을 만들고 법문을 이야기하시는 행사를 말합니다. 그런데 후대에 와서는 와글거리는 행사장을 일러 야단법석을 떤다고 합니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여 부부여행을 잘 다녀왔습니다. 출발전부터 아내에게 "이름있는 날에는 길을 나서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아내는 "그래도 그날에 그곳에 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모르는 바는 아닌데 차량과 인파가 가히 바다와 같으니 매일 출근하는 것도 아니니 평일중 쉬는 날에 가는 것도 전략이라 생각합니다. 솔직히 대웅전에 들어가서 중앙의 부처님을 향해 절을 하는 것과 달리 다른 분들에게 불편을 드리지 않고 싸이드에서 절을 해도 부처님은 다 받아들이시고 이해하실 것이며, 오히려 다른이의 불편을 줄이는 일조차 가피의 가점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부가 마음을 통일하여 두곳의 사찰을 방문하고 부부일심으로 오직 한가지 소원을 빌고 왔습니다. 부모의 마음속에 깔려있는 앙금같은 바람은 자식입니다. 아들딸이 잘 되고 손자손녀가 무럭무럭 성장하는 것이 부모, 조부모의 마음입니다. 내리사랑으로 손자손녀를 사랑하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미래의 가정을 그리며 오늘의 하루를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밝은 햇살을 맞으며 이 아침을 마주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을 생각하고 매일매일 돌아가신 분들은 오늘 아침에 동참하지 못하는 것이니 주어닌 이 아침을 고마운 마음으로 느껴야 합니다. 부처님의 가피로 받아든 오늘 하루를 소중하게 여기고자 합니다. 인연으로 오늘 이 집에서 함께하는 분들의 행복을 빌어드리는 것도 소중한 일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발걸음 가볍게 출근하여 어제 하루를 돌이켜 보는 것입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