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부는 '선생님'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우리나라 행정기관의 접대는 하부기관의 간부가 결정하고 지역의 유명 식당이나 관광지를 안내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1년에 2번 정도 내려오는 내무부 평가나 점검관은 미리 점검표를 보내오고 빈칸을 연필로 써주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일본은 좀 다르다고 한다. 상급기관의 담당자가 하급기관에 점검을 위해 출장을 가는 경우 반드시 술 한 병을 준비한다고 한다.

일본 공무원은 자신이 업무를 수행할 기관에 가서 부기관장이나 간부를 만나 인사를 하고 미리 준비한 술 한병을 내어놓고 실무자를 소개받고 실무자와 일을 마치면 되 돌아간다고 한다.

그런데 어떤 경우 식사 대접하여야 할 경우에는 그 기관의 실무자가 대접 여부를 결정하고 내부 보고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상급기관의 출장자가 가져온 술병에는 모월모일에 중앙의 모 공무원이 가져온 술이라고 적고 이를 술저장 캐비넷에 보관한다고 한다.

이렇게 모여든 술은 연말 회식이나 부서 식사가 있을때 필요한 만큼 꺼내어 마시는데, 이때 술병을 가져온 이들의 이름과 날짜, 출장수행 업무내용, 성품 등을 회상하면서 마신다고 한다.

이때 출장온 이의 이미지가 좋은 이의 술은 기분 좋아 빨리 마시고 악질적인 인물이었다면 또한 그래서 빨리 술병의 바닥이 보이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우리의 내무부 직원 한 사람이 출장을 왔다. 일을 마치고도 미적거리므로 과장이 내무부 선생님(그렇게 부른다)에게 저녁식사라도 하실 것을 권유했다.

“저녁은 뭘... 정 그렇다면 횟집이나 가지.”

당시나 지금이나 횟집은 비싼 음식점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횟집으로 선생님을 모시고 간 과장이 다시 물었다.

 

“선생님 무엇을 드실까요?”

있는 폼 없는 폼 다잡은 ‘우리의 선생님’은 한참을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간단히 먹지 뭐. 전복죽에 소라회!”

전복죽이 제일 비싼 음식이요 회중에 비싼 것이 소라회다. 이왕 접대를 받는 입장이면 차라리 주최 측의 안내에 편안히 따르는 것이 예의일 수 있다. 더구나 대접받는 손님이 자신이 잘 아는 집에 가서 제 맘대로 주문하는 것도 올바른 접대문화는 아닐 것이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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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