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무담당 집합!!!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지금(2000년) 40대 후반 공무원이면 대부분 서무담당을 했다. 모든 조직에는 서무담당이 있게 마련인데, 그래서 계서무, 과서무, 국서무가 있었고 지금 총무과의 전신은 서무과였고 서무계가 있었다. 서무계속에서 서무담당이 있었을 것이다.

 

 

서무(庶務)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특정한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여러 가지 일반적인 사무, 또는 그런 일을 맡아보는 사람”이다. 실제로 서무담당을 하다보면 그 업무의 한계가 없다는 점을 이해해야 했다.

그래서 서무 담당자들 끼리 모이면 우리는 서무용 운동화 값을 1년에 2번 정도 받아야 한다는 농담이 오갔다.

 

우선 청내 방송이 나오기 전에 “딩동댕”하는 차임벨이 울리고 이어서 울려 나오는 말은 “총무과에서 알려드립니다. 각실·과 서무담당자는 지금 곧 숙직실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한 번도 빠짐없이 나오는 “지금 곧”이라는 말이 가슴 저리게 들렸다. 총무과 호출이 있어 다녀오는 길에 또다시 들리는 방송은 “기획담당관실에서 알려드립니다. 각·실과 주무계 차석은 지금곧 기획담당관실 확인평가계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청내방송은 모든 사무실에 동시에 울리는 것일터인데 기획관실에서는 얼마나 중요한 사안인지는 몰라도 주무계 차석을 호출한다. 조금 전 서무담당자 집합장소에 가서 서식을 전달하거나 전달사항을 이야기하면 좋을 것을.

사실 서무담당자가 이 방송을 들으면 사무실로 전화를 한다. 서무담당자가 지금 나온 기획관실 방송을 들었고 가는 중이니 차석은 가지 말라고 한다. 조직에서 사랑받고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가보아야 별 차이 없는 서식 1장 오후 5시에 주면서 퇴근전 6시까지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금일 중으로 자료를 제출하고 퇴근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친절해 보이지만 사실은 허무하기까지 한 방송이 나온다. 어느 과에서 언제부터 우리과에게 퇴근 시간까지 지정해 주었단 말인가.

요즘 서무담당자는 할만하다. 우선 서식 한 장을 받기 위해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된다. 전자시스템을 통해 서식이 오고 새롭게 서식을 그리지 않아도 된다. 빈칸에 자료만 채워 다시 전자문서로 보내면 된다. 그리고 할 말 전할 내용들은 대부분 전자문서로 가능하다.

 

하지만 서무담당자나 주무계 차석 모임이 없어지면서 공직사회는 조금 건조해진 것 같다. 서로가 잘 모르고 지낸다. 그래서 인사 때마다 7급 구하기가 어렵고 6급 찾기가 힘들다. 그래서 그런지 인사때마다 “6급은 많은데 주사는 없다”는 죠크가 나올 정도다.

더구나 다면평가를 할 경우 심사위원을 다녀온 이들은 도대체 내 급수의 공무원도 잘 모르는데 다른 급수의 사람을 평가하자니 참으로 막막하고 힘이 들었다고 말한다.

 

과거 힘들게만 느껴졌던 서무담당자의 활동, 주무계 차석의 실국, 실과 집합이 공무원 상호만남의 기회를 주는 긍정적인 면을 대체할 새로운 만남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아이디어나 방안을 몇 가지 만들고 이를 실무에 활용해야 할 시점이 아닐런지.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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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