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병과 서기관 군수의 만남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옹진군청은 인천광역시에 있다. 옹진군은 섬으로 구성되어 있어 군청이 입주할 말한 큰 섬이 없어 지금도 군청이 인천에 있는 것 같다. 사실 양주군청이 의정부에 있었던 것과도 같은 연유일 것이다.

 

 

군청이 일을 하려면 공무원만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단체도 있고 설계사무소도 있고 건설회사, 작지만 문방구도 있어야 하니 섬마을에 군청이 이전한다면 효율적인 일처리가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적극적으로 열심히 일하던 군수가 군 개청이라 처음으로 옹진군 관내 작은 섬마을을 방문하게 되었다. 배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섬마을에서 군수를 맞이한 것은 섬마을 주민에 앞선 해군 수병이었다.

 

배를 내려 섬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하던 수병은 군수에게도 신문을 물었고 군수는 공무원이라고 답했다. 수행비서는 멀 리가 심해서 배안에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수병은 공무원증을 보자고 했고 군수는 순순히 증을 보여주었다. 수병은 공무원증을 보다가 혼잣말을 했다.

‘칫, 서기면 서기지 시기관은 뭐야!’

 

이 수병이 근무하는 동안 섬마을을 방문한 가장 고위직 공무원이었으니 젊은 수병이 늘 만나던 공무원은 서기나 서기보이고 서기관은 처음 접했다는 이야기다.

보너스 한마디. 중국 민항기가 넘어와 온 나라가 야단이고 서울시민 대부분이 가족 안부와 상황파악을 위해 전화를 걸어 시내전화가 불통이 되었던 일이 있었다.

 

며칠 후에 내무부 토목직 5급 공무원이 서울시내에서 전경의 검문을 받았는데 공무원증을 내밀자 전경은 “당신 북에서 온 사람 아니냐?”고 물었다.

당시 토목직 5급의 공무원증에는 “토목기좌”라고 했고 지방청에서도 “지방농업기좌”(5급) “지방토목기정”(4급)이라고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웅평씨나 신중철씨가 귀순하면서 기좌라는 말이 언론을 타던 터였기 때문이다.

 

사실 당시 토목기좌는 국가직 공무원 5급의 호칭 중 하나였고 지방으로 말하면 지방행정사무관이었다.

황당한 일을 당한 내무부 토목5급(토목기좌) 공무원은 내무부 간부와의 대화 중에 이 사례를 이야기했고 이를 계기로 공무원 호칭에 변화가 왔다.

 

이 사건으로 지방토목기정을 지방시설서기관으로, 지방토목기좌를 지방지방토목사무관을, 지방농업기좌를 지방농업사무관으로 불리 우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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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