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수에 대처하는 자세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공직에 근무하는 동안 어느 곳에서 상수도가 단수되어 물탱크로 골목길에서 급수작업을 도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여름 광복절 폭염속 저녁 6시 단수가 되는 흔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지역구 도의원, 시의원께 보고드리고 부시장 혼자서 회사직원들과 물탱크차를 타고 현장에 나갔습니다.

골목길에 급수차를 타고 나갔다가 그 차가 고장나서 용역사 직원 승용차를 타고 동사무소로 돌아와서 새벽에 아파트 관리소 현장에 갔습니다.

 

 

젊은 청년이 “도대체 시청에서는 누가 나와 있는 것이냐?” 물었습니다.

관리소장이 “저 분이 부시장이다”라고 말하니 그럼 되었다고 했습니다. 다행이었습니다.

 

3년 전에 쓴 글을 보면서 스스로 자신에게 감동하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공직을 나오면서 쓴 글을 보니 당시에는 현직에 대한 미련이 한가득했고 공직을 떠나야 하는 아쉬움이 한가득이었음을 알겠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열정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습니다. 단기필마로 현장에 나가서 급수를 하겠다고 도전한 것 자체가 잘한 일입니다.

 

다른 지휘나 역할의 부족함은 반성할 일이지만 이 시대 어디에서 탑다운(top-down)이 먹히는 것을 볼 수 있을까요.

이런 말을 해도 당시의 상황을 돌아볼 분이 거의 없으니 편하게 어디에서나 자신만큼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합리화시키려 하다보니 장황한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이겠지요.

오늘이 지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을 안다면 비상 상황에서 나의 임무가 아니라고 발을 돌릴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순간의 안일함이나 주관적인 그릇된 판단으로 인해서 훗날에 반성을 하게 된다면 그래도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잘못조차 모르고 그냥 지나가는 어리석은 중생이 사바세계에 가득하다는 것을 걱정하는 것입니다.

 

이 아침에 맞이하는 지난날의 생각에 대해서는 당시 단수사건을 그냥 흔히 발생하는 일상으로 보는 시각과 처음 마주하는 8월15일 저녁의 긴급 단수상황을 보는 관점이 다른 것이었고 틀린 것이었음을 회고해 봅니다.

 

그래도 공무원들이 긴급으로 장비를 공급해서 모터를 수리한 것이 다행입니다. 인근의 수도차를 지원요청해서 열심히 배수지에 물을 넣어보았지만 중과부적이었음을 반성합니다.

앞으로는 배수지를 건설할 때 긴급 급수차 진입이 용이하도록 설계해 주시기를 건의합니다. 그리고 공직자라면 단수된 마을에서 시민과 함께 밤을 새우면서 갈증을 공유해야 한다고 봅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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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