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소나무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몇 년 전에 화성시 제부도에 여행을 가서 절벽에 매달린 소나무를 촬영하여 강의자료로 쓰고 있다.

부서지는 절벽의 돌 틈에 뿌리를 내리고 치열하게 바람의 흔들림과 파도의 울림을 버티고 있는 소나무를 보면서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미래를 향해 나가자고 역설하곤 했다.

그러다가 충남 홍성군 용봉산의 보물이라는 '옆으로 크는 소나무'를 알게 되었고 그 치열한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삶의 의미를 강조했다.

 

 

절벽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를 보면서 그 씨앗이 바람을 타고 날아올라 그 돌틈으로 끼어들어갔고 이후 모세관현상으로 올라오는 틈새의 물을 양분으로 삼아 싹이틔우고 뿌리를 키웠을 과정을 상상해 보면 생명력의 치열함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요즘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강의한다. 경기도내 시청에 가서 적극행정에 대해 강의를 했다. 시청 4층 전산실에서 강의를 하는 줄 알았는데 강의 직전에 1층 재난상황실로 장소가 변경되면서 시간을 맞추기 위한 공무원들의 바쁜 모습을 보았다.

 

젊은 날 힘들었던 추억을 소환해 보았다. 비대면 이어서 강의 반응을 살필 수는 없었지만 절벽의 소나무, 바위틈에서 옆으로 크는 소나무 이야기는 감성 풍부한 젊은이들의 마음에 들어가기에 충분한 소재라는 생각했다.

그리고 과장님과 팀장님은 지난번 다른 강의때보다 공무원들의 참여도가 높다고 전한다. 강사 당사자가 앞에 있으니 ‘말씀 서비스’인줄은 알겠지만 그래도 예상밖으로 많은 젊은 공무원들이 랜선으로 시청했다하니 고마운 일이다.

 

그래서 발빠르게 ‘옆의 직원 PC를 통해 강의를 보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신의 자리로 달려가 랜선강의에 들어왔다’라고 표현해 달라 말했다.

스토리텔링은 우리가 만들어내고 다른이에게 전파하여 성과를 올리는 작업이다. 이 또한 적극행정, 적극적 思考(사고)가 아니겠는가.

 

강의를 마치고 화성시 제부도로 향했다. 오늘 강의 소재로 쓴 소나무가 5년의 세월을 잘 버티고 있는가 궁금하기도 하고 서해바다의 시원한 바람도 만날볼 생각에서다.

그리고 제부도 현장에서 5년전 기억을 되살려 절벽에 매달린 소나무를 만나니 가슴 뭉클하다. 사진 여러 컷을 찍었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회상과 감동을 만나게 된다.

 

집에서 상상만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멋진 풍경의 세계로 갈 수 있고 무한한 상상의 공간으로 달려갈 수 있다. 집에 돌아와 2015년 절벽 소나무와 2020년 그 소나무의 강인함이라는 나름 상상의 주제를 설정하고 나란히 5년전 사진과 오늘의 사진을 편집했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오늘 찍어온 절벽에 매달린 소나무는 5년전 그 앙상한 소나무가 아니다.

사진을 넓게도 보고 소나무 줄기와 가지를 살피고 주변 암벽을 비교해 보았지만 이 소나무는 그 소나무가 아닌 것이다.

 

해안절벽에 매달려 감동을 주었던 그 소나무는 아마도 바람과 파도와 세월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절벽 그 언저리 그 자리에 다시 매달린 소나무는 5년전에는 그 뒤편에 도도하게 서 있던 나무로 추정한다. 개인에게도 5년은 긴 시간이었지만 가녀린 뿌리로 절벽 돌 틈을 잡고 버티던 그 소나무에게는 더 긴 아픈 세월이었을 것이다.

 

삶의 의미를 저 소나무가 온몸으로 실천한다는 스토리텔링을 생각하던 마음에 아쉬움과 아픔이 가득하다. 비록 소나무 한그루이지만 5년전 인연으로 다시 찾은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함이 나의 부족함때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쉬웠다.

1억원을 들여서 그 상태로 시청 축대위에 이식하자는 제안도 하고 싶었다. 이제 그 소나무를 볼 수 없어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나라 곳곳에 비슷한 스토리를 간직한 소나무가 참으로 많다.

 

이참에 전국의 치열한 소나무 이야기를 묶는 절벽과 바위틈 소나무의 스토리텔링 작업에 도전하고 싶다. 소나무의 치열한 삶처럼 60세 정년 이후의 적극적인 삶을 강인한 저 소나무와 후배 공무원들에게 자랑하고 싶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