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가을을 준비하더니 이내 가을은 겨울로 그 직분을 넘기려 합니다. 오늘 내리는 비는 대지의 가을 소식을 녹이고 물감을 흡수해서 땅속으로 가져갑니다. 물을 타고 내려간 색상들은 각각의 기능과 역할에 맞게 대지 조금 아래 나무뿌리와 잔뿌리 사이에 저장됩니다.

 

올가을 곱게 단풍색을 만들어준 색상의 재료들이 뿌리아래에서 기다렸다가 내년 봄 이른 아침에 물에 녹아 뿌리를 타고 잎새에 스며들어 여름 내내 태양열에 단련을 받은 후 역시나 지난해에 그리한 것처럼 내년 가을 단풍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야산 산기슭의 나부들은 그들만의 단풍놀이 축제를 이어왔으며 인적이 드믄 산속에서도 단풍의 절정은 있지만 누구도 봐주지 않을뿐 그 단풍의 아름다움은 매년 그 들녘과 산기슭에서 가을 살랑바람을 움직여 세상에 색상을 뿌려주곤 했습니다.

 

사실 태양이 만든 색상이니 가을 오후 해질녘이면 엄마가 아기 팔베개 하듯 석양으로 그 단풍을 빛나게 해서 아름다움의 절정에 이르게 한 후에 잠시 한밤 쉬라하며 바람을 접고 어둠속에 간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단풍잎은 한밤중에 친구들과 손을 잡고 들판으로 나와서 짧은 시간 세상살이의 모험을 즐기게 됩니다. 그래서 밤바람에 가끔은 동그랗게 말린 잎새가 날아다니기도 하고 그냥 차분히 매달렸다가 툭하고 떨어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런 가을날 산속 나무와 풀과 벌레들의 소꿉놀이같은 정경을 바라보는 달님의 마음속에도 어느새 가을이 깃들어 새벽까지 발그레한 얼굴로 산과 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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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