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운전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승용차 운전은 나 홀로 출연하는 무대가 아니라 서로 일면식도 없는 수많은 배우의 틈새에서 각자의 역할을 공연하는 종합연극이다.

NG나면 다시 촬영하는 영화가 아니고 실수하고 관객에게 사과하거나 재치있는 재롱으로 덮어갈 수 있는 연극도 아니다. 초보운전 보호법이 필요하다 하겠다.

 

 

운전중에 사고가 나면 양측이 수십만원, 100만원 이상의 수리비를 부담하게 되고 4주, 8주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중상의 경우도 있고 사망하는 운전자도 많다.

그래서 자동차보험은 필수인데 사고가 나면 보상을 하고 보험료를 할증한다. 사고를 대비하여 보험금을 낸 것인데 물어준 후에 할증보험료를 부과하므로 작은 사고는 자부담한다.

 

가입자도 보험사도 자동차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매한가지인데 사고나지 않았다고 환급해 주지는 않는다.

스스로 사고를 줄이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 우리는 운전을 하면서 양보하는 행복을 모른다. 차선을 바꾸겠다고 방향지시등을 켜면 천천히 운행하던 차가 속도를 낸다.

 

내 앞으로 끼어들지 말고 다음 차에게 양보를 받으라는 메시지다. 그러니 등을 켜지 않고 그냥 밀고 가면 갈 수 있다. 하지만 초보운전자에게는 여러운 용기다. 사고예방을 위해서는 양보가 필수다.

앞줄 좌우 줄의 차량이 끼어들겠다 하면 비상등을 켜고 기다려주는 여유를 발휘해 보자. 참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끼어든 차량의 절반 이하는 '나 잘난 박사'라며 내달린다. 밉다. 그래도 반 정도는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과거에는 창문을 열고 손을 들어 감사표시를 하는 운전자가 많았는데 요즘에 400km를 운행해도 손들고 인사하는 운전자를 만나기가 로또 수준이다.

 

중간초보 운전자에게 작은 전략 하나를 제공하고자 한다. 차량이 빼곡한 상황에서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직진차선에 서있다면 창문을 열고 차분하게 좌회전 차선 운전자에게 내가 가야하는 목적지를 질문하자.

 

직진하면 안되고 좌회전해서 가야한다고 일러준다. 밝은 표정으로 미소를 가득 담아 감사인사를 드린다.

신호가 바뀌면 답해준 운전자는 잠시 기다려 우리가 갈 길을 열어준다. 여러 번 써먹었으므로 이제야 감사와 사과의 말씀 드린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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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