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탄면사무소 9급 공무원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1980년 5월10일에 팔탄면에 발령되었습니다. 軍 복무를 마치고 복직을 신청하였으나 당시에는 이른바 빽 있는 공무원은 교통이 편리한 곳이나 근무에 유리한 부서로 배치하였고 별로 빽이 없는 공무원은 奧地(오지)로 보내는 시절이었습니다.

 

郡廳(군청) 행정계의 권한이 하늘을 찌르고 날아가는 새의 가는 길을 바꿔버릴 정도의 세도를 부리던 시절입니다.

 

 

그리하여 복직원을 냈고 비봉면에 빈자리가 있다하고 인근 매송, 반월, 남양으로 발령받으면 집에서 버스타고 비봉 내려서 다시 갈아타면 되는 것이고 매송면은 5정거장 더가면 면사무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같이 여건 좋은 곳은 예를 들면 도청 계장빽, 군청 과장의 인척 등이 있는 것인지 나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그림의 떡, 畵中之餠(화중지병)의 자리였나봅니다.

 

군청 선배 지인에게 동향을 물으니 양감이나 팔탄 등 비봉 집에서 먼 곳으로 보낼 것 같다면서 지금 홀딩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라 하십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소식이 없어 전화를 하였더니 아직도 검토 중이랍니다.

그리하여 그냥 아무 곳에나 군청 행정계가 편안한 곳으로 발령을 내달라 했습니다. 어디를 가나 공무원 9급 3호봉은 다 같을 것이니까요. 당시의 이 같은 호기가 훗날에 큰 변화와 발전을 가져왔습니다. 난세에 영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려움이 더하면 발전도 큽니다. 토인비 박사의 '도전과 응전'의 원칙에 따라서 시련이 크면 발전도 엄청나다는 말입니다.

팔탄면에 발령을 받고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일단 집에서 걸어 6km입니다. 자전거길도 어렵습니다. 운동화신고 걸어가야 합니다.

 

퇴비독려를 위해 새벽 7시까지 구장리에 집결하라 하면 5시에 집을 나서야 합니다. 그래서 22세 청년은 면사무소 숙직실을 내집으로 삼아 근무를 하였습니다.

일상의 출퇴근도 버스를 3번 갈아타야 했는데, 당시에는 換乘割引(환승할인)이 없어서 교통비도 많이 들어갔습니다.

 

어느 날 서무담당자가 도청에서 9급 공무원을 뽑는다고 합니다. 이른바 전입시험을 통해 도청 근무자를 선발하는 것인데 읍면동 근무자까지 응시자격을 준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이후에는 군청, 시청에 근무해야 도청으로 전입하는 시험 응시가 가능했던 시기가 잠깐 있었나 봅니다.

 

시험문제는 당시에 방송대에서 들은 내용으로 써낼 수 있는 지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신명나게 나의 주장을 적어냈습니다. 주관식 시험문제도 방송대 수업들은 내용인듯 보입니다. 결국 18명쯤 뽑는데 16등쯤 한 것 같습니다.

발령이 곧 날듯 하더니 연락이 없습니다. 1980년 10월 13일에 합격통지하여 받았는데 1981년 8월 10일에 도청으로 발령소식이 왔습니다.

 

팔탄면에서 화성군수의 8급 승진 발령장을 받았는데 경기도에서는 뽑은 대로 9급으로 발령하였습니다.

9급으로 뽑았지만 자연적으로 경력이 쌓여서 8급이 되었으면 그렇게 받아주는 것이 순리일 것입니다. 요즘 같으면 경기도청 인사과에서 8급으로 승진하였으면 그리하자 할 것입니다.

 

발령지의 자리도 8급이니까요. 하지만 6개월 후인 1982년 2월1일에 도지사로부터 승진발령을 받습니다. 그리하여 경기도청에서 9급으로 8급되고 7급되고 6급승진하고 5급에 이른 것입니다.

오늘 이야기의 키워드는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적응하되 그 위에서 뛰어보자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주어진 여건을 이겨내고 긍정의 마인드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 어느 종교 어느 신이든 보탬을 더 주신다는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이후에도 동두천시청 동장으로 근무하면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애시당초 팔탄면 발령이 아니라 고향인 비봉면에 다시 발령을 받았다면 동두천시 생연4동 근무는 없었을 것이고 그분들과의 인연도 닿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후에도 수 많은 지인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되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래서 오늘의 화두, 키워드는 업입니다.

부잣집 엄처럼 우리를 돕는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있음을 다시한번 절감하는 아침입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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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