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형제봉#토끼재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광교산#형제봉#토끼재

부자가 아들 차 운전을 해서 광교산에 도착하니 오전 11시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집에서 게으름을 피운 탓에 이제야 산기슭에 도착한 것입니다.

 

그래도 등산을 하겠다는 의지를 앞세워서 도착하였으니 참으로 잘한 일입니다. 운동은 나이 들어서 더욱 소중한 일상이 되어야 한다 합니다.

 

 

경기대학교로 올라가는 길은 곧바로 가파른 등산로이기에 초보자에게는 부담이 큽니다. 근육이 놀라고 호흡이 어렵습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써야 하는 상황이니 광교저수지 주변을 차분히 걸으면서 기초체력을 올리고 나서 문안골 평온한 길로 접어들기로 했습니다.

사실 광교산은 형제봉이 상징적인 봉우리입니다. 수원쪽 동생봉과 용인쪽 형님봉인가 생각합니다.

어느 시의 봉우리가 형인가는 모르겠습니다만 수원시- 용인시는 이제 인구 100만의 형제 도시가 되었습니다. 과거 수원시-용인군 시절의 격차가 크게 많이 해소된 것입니다.

문안골로 접어드는 길가에는 다양한 작물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사료용 옥수수로 보이는데 키가 3m에 이르겠습니다.

 

보통 사람 키의 2배만큼 높게 자랐으므로 초콜릿색 수염도 2m정도 위에서 나풀거리며 결실을 기다립니다. 모든 작물이 신명나게 자라는 길을 차분히 천천히 걸었습니다.

길가에는 다양한 작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조금전 옥수수 밭 옆에는 고추, 고구마, 감자, 땅콩, 상추, 호박 등 다양한 작물이 盛夏(성하)의 계절을 맞았습니다.

땅속의 수분과 양분을 끌어들이고 하늘의 태양열로 광합석을 해서 초록식물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작물은 이처럼 하늘을 향해 달려가는데 나그네는 벌써 땀을 흘리기 시작합니다.

영동고속도로 지하를 서늘하게 지나니 이제부터 가파른 등산길이 시작됩니다. 바나나껍질로 실을 만들고 멍석을 만들어 깔아주었습니다.

 

등산화 발목으로 부드러운 쿠션이 전해집니다. 시청에 세금을 많이 시민들은 골프장에 갔고 적정하게 낸 서민들이 오르는 길에 시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으로 방석을 깔아 주었습니다.

가파른 길을 올라가다가 잠시 쉬면서 아내가 준비해준 과일을 먹고 물을 마시고 두유 한 팩을 마셨습니다. 과일은 등산로 중간쯤에서 그 맛과 향이 최고조에 달하는가 봅니다.

출발하여 얼마 되지 않았는데 몸속에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을 알고 입맛조차 모든 음식을 맛있게 흡수, 흡입하려 합니다.

참으로 오묘하고 신비로운 인체는 그렇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운동을 하면 땀을 흘리고 땀이 나면 갈증을 느끼게 해서 물을 마시도록 합니다.

 

마신 물이 체내를 돌면서 영양소를 근육에 가져다 주고 근육은 열심히 당기고 밀어서 등산화를 신은 다리에 에너지를 전달합니다.

어느 정도 길을 오르게 되면 산소가 필요합니다. 산속의 성하 지절이니 산소가 참으로 많겠습니다만 등산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몸속의 탄소와 산소를 교환하는 호흡과 심장의 박동과 근육의 움직임으로 시골 3일째 이어지는 할아버지 회갑날 만큼이나 바쁘게 돌아가는 자신의 몸속을 상상해 봅니다.

형제봉 300m 전방에서 잠시 쉬기로 합니다. 스님께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탁발을 오셨는데 벤취에 앉아서 쉬시는 동안에 손 선풍기를 머리에 이마에 목줄기에 뿌려주십니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어 시간을 체크하시더니 이내 목탁을 잡고 구성지게 독경을 하십니다.

내려가는 등산객 중에 올라올 때 시주를 하신 듯 반갑게 작별 인사를 하십니다. 오늘 탁발의 목표액은 10만원쯤 될까요.

 

하지만 신도중에 통 큰 이가 있어서 5만원짜리 신사임당 동양화 한 장을 불전함에 넣으셨다면 목표량은 쉽게 달성하시겠습니다.

하지만 꼬깃한 1,000원짜리 몇 장을 모아야 5만원이 되나요. 50장입니다. 1천원 시주 50명이 50,000원 지갑속 한 장을 이기지 못합니다.

하지만 불자나 스님이 어디 불교를 돈으로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마음과 정성이 중요한 것입니다. 돈을 벌고 나서 시주를 할 것인가, 돈을 벌도록 도와주시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어려운 지갑속에서 10,000원을 꺼내는 불자를 부처님이 사랑하실까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어려울 때 시주하는 자가 복을 받고 부처님의 加被(가피)안에 들어갈 것이라 봅니다.

힘을 내서 형제봉 정상을 향해 올라갑니다. 오르는 길에 젊어 보이는 남자가 의자에 앉아서 머리를 두 무릎 사이에 넣고 힘들어 합니다.

 

다시 힘을 내서 몇 계단 올라가다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숨을 몰아쉽니다. 옆눈으로 살펴보니 젊은이인데 아픈 곳이 있나 봅니다. 용기를 내서 정상 부근까지 왔는데 많이 힘들어 하는 모습이 안스럽습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에 공감을 합니다. 건강해서 등산을 하고 등산을 하면 건강해지는 것을 잘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러니 오늘 부자가 이곳 형제봉에 다다른 것만으로도 참으로 행복한 일이고 부처님의 가피를 받은 것이라 봅니다.

정상 부근에는 늘 번뇌가 기다립니다. 막걸리 한 잔 했습니다. 그동안 등산을 하면서 막걸리를 마신 경우가 5번에 이르지 못할 것입니다. 등산가서 술을 마시는 것을 금기시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들이 운전을 하니 한 잔 하기로 합니다. 정말로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3,000원에 한잔하니 개운합니다. 힘들었던 근육에 사르르 기분 좋은 기운이 흘러오는 듯 합니다.

 

정상에 이르니 아이스케키를 팝니다. 아들에게 2,000원짜리 하나 사주었습니다. 마트에서 1,000원이나 700원 하는 것인데 정상에서는 2배가 넘습니다. 여기까지 짊어지고 올라온 수고비가 더해지는 것이지요.

빈 통을 들고 내려가는 것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직업을 가졌으니 돈도 벌고 등산도 하는 이른바 一石二鳥(일석이조)입니다. 돌팔매 한 번에 두 마리의 새를 잡았다는 말입니다.

돈도 벌고 등산을 해서 건강도 챙기는 분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정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념촬영을 하였습니다.

형제봉 448m 비석앞에서 자랑스럽게 주먹을 불끈 쥐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그 순간에 80세 가까워 보이는 어르신이 손자와 함께 올라와서 형제봉 비석을 손으로 찍고, 사진은 찍지 않고 곧바로 하산하십니다. 멋지십니다.

계속해서 부자는 토끼재를 향해 걸었습니다. 5번 구비를 오르고 내려가서 토끼재를 만났습니다. 아들이 말합니다.

"토끼재가 왜 이렇게 멀어졌나요?"

그동안 등산 등 운동이 부족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말입니다. 오늘 정말로 형제봉이 멀었고 토끼재는 더더욱 오지 않는 고개가 되었던 바입니다.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하느라 토끼가 깡총깡총 몇 걸음 더 뛰어갔나 봅니다.

 

토끼재에서 내려오는 계단은 틈새가 넓어서 다리가 불편합니다. 계단의 높이를 대구 팔공산 갓바위처럼 낮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할머니들이 쉽게 오르고 내리시도록 갓바위길 돌계단은 층이 낮습니다. 이곳 토끼재 계단 높이의 절반 정도입니다. 그래서 두 계단씩 오르다가 힘들면 한 계단으로 기어를 체인지 합니다.

토끼재 데크 계단을 다 내려와 바위길에 들어서서 아들을 기다렸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려서 내려왔으므로 이유를 물으니 아들도 계단이 높아서 천천히 내려왔다고 말합니다.

카톡 보내고 친구들과 통화하느라 늦은 것 같습니다만 그냥 지나가기로 했습니다. 父子有親(부자유친). 부자간에도 양보하고 배려함이 있는 법입니다.

 

평지로 내려오니 14,000보가 나옵니다. 호수의 물속 잉어를 관람하고, 들꽃을 玩賞(완상)하면서 13번 버스 종점에 도착했습니다.

다시 오른쪽 보도를 택해서 내려갑니다. 광교산 정상에서 부자가 협의하여 정한 막국수집으로 가는 것입니다.

식당에 도착하여 현재는 물막국수, 아빠는 비빔막국수를 주문했습니다. 파전을 주문한다하기에 그만두자 했습니다.

오후 3시에 점심을 먹는 것이니 저녁을 생각해서 점심은 단정하게 小食(소식)을 하자 했습니다. 그런데 대형 그림속에 남매의 돌사진이 있습니다. 쌍둥이 인가보다 하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쌍둥이 아버지가 자랑을 합니다. 돌사진인데 52세에 낳았고 지금 53세이며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면 자신은 70세랍니다.

 

그러면서도 큰 목소리로 자랑을 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자랑은 자식인가 생각합니다. 세상 살면서 다른 이에게 자랑할꺼리 중 가장 소중한 것이 자식인 것입니다.

우리도 남매 쌍둥이인데 여기 아들만 왔다고 자랑을 했습니다. 쌍둥이 중 딸은 지금 집에서 공부 중입니다. 운동도 열심히 합니다.

20세까지는 이런 등산에도 동일한 입장에서 참석하더니 30세 전후부터는 각자의 방식으로 운동을 하고 취미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딸답게, 아들답게 자신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입니다.

맛있는 막국수입니다. 막이라는 것이 마구 만들었다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메밀을 말리고 갈아서 분말을 만들고 찹쌀을 조금 가미해서 끈기를 넣어 만든 국수발이 툭툭 입안에서 끊어지는 맛이 있습니다.

매콤한 고추장 맛이 참기름과 함께 입안을 돌고 돌아갑니다. 그런 맛에 비빔을 먹는 것이고 매운 것을 어려워하는 아들은 오로지 물막국수, 제물국수를 좋아합니다.

 

점심을 먹고 버스타고 내려가자는 아들의 건의에 조금만 더 걷자고 제안했습니다. 오랜만에 20,000보를 채우자고 격려했습니다. 늦은 점심을 먹었으니 차분히 평지를 걷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광교호수를 향해 걸어오면서 여러 가지 식물을 봅니다. 식물은 모든 초목을 말하는 것이고 작물은 그중에서 사람들이 재배하는 농작물을 호칭하는 것으로 풀어 봅니다.

작물로는 옥수수, 호박, 참외, 수박, 땅콩, 감자, 오이, 감자 등이 있습니다. 호박잎은 넓고 풍성합니다. 호박이 넝쿨째 떨어졌다고 합니다.

돼지우리나 창고 지붕에서 자라던 호박넝쿨이 바람에 날려서 땅바닥에 떨어진 것을 보고 만든 말일 것입니다.

 

瓜田不納履(과전불납리) 李下不整冠(이하부정관).

 

참외밭에서는 짚신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故事成語(고사성어) 입니다. 과일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치면 손을 머리위로 올리는 모습을 과일을 따는 것으로 오해한다는 말입니다.

광교저수지 뚝빵에 이르니 20,000보에 가깝습니다. 그동안 10,000보를 넘긴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2만보는 흔하지 않았습니다.

 

몸속의 피가 모두다 바뀐 것 같습니다. 몸속에 뼈가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3,000배를 올린 듯 한 기분입니다. 오늘 등산은 차분한 가운데 치열했고 여유로운 가운데 바빴습니다.

숨쉬기 운동을 급하게 했습니다. 그만큼 에너지 소비가 많았다는 증거입니다.

풍성하게 운동을 하고 돌아와 저녁을 또 먹고 쉬고 숨쉬고 쉬었습니다. 오늘은 광교산 등산을 통해 큰 보람을 완성했습니다. 아들아 수고했다. 고생했다. 더더욱 건강할 것이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