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와 석좌교수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저승사자와 석좌교수

99세의 석좌교수가 편안한 침대에 누워 하루를 정리하는 시각에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문을 열었습니다. 검은 두루마기를 입고 얇은 갓을 쓴 눈썹이 짙은 50대의 인물이 교수에게 할 말이 있다합니다.

원만한 사회생활을 해왔고 소통을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온 교수님은 손님을 방안으로 초청하여 마주했습니다.

 

 

50대 남자는 검은 종이에 흰색으로 인쇄된 명함을 내밀었습니다. 안내원 김승지. 과거 정보기관의 간부가 내밀던 명함처럼 단촐한 글자 몇 개 인쇄된 명함입니다.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노교수는 생각했습니다. 노교수 역시 흰 종이에 검정 궁서체의 명함을 건넸습니다.

 

석좌교수 김연구. 맞습니다. 올해 99세이니 석좌교수로 대우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거니와 상대가 범상하지 않았지만 평온하게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교수님, 저는 염라대왕의 명을 받고 왔습니다."

"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출발을 준비하시지요."

"그리 합시다."

교수가 오래된 가죽가방을 챙겨 들자 저승사자가 물었습니다.

"이 가방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나요?"

"연구 중인 과제가 하나 있는데 좀 더 자료를 찾고 검토해야 할 내용이 남아서 가져가려 합니다."

"이곳에서의 모든 것을 정리하셔야 출발이 가능합니다."

저승사자는 자신의 업무수첩에서 '저승사자 복무규정'을 열어서 읽어봅니다. 그 내용 속에 '미결업무가 남은 자는 그 내용을 염라대왕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따른다'는 규정을 발견했습니다.

저승사자가 급하게 핸드폰을 걸어서 염라대왕과 영상통화를 하였습니다.

“대왕님, 이분은 석좌교수인데 연구과제가 남았다고 합니다.”

“연구내용이 무엇인가요?”

“네, 인간이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은 어디에 있나 입니다.”

염라대왕이 영상통화에서 명확하게 답했습니다.

"나도 인간이든 신이든 행복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지 못하네. 석좌교수님이 그 문제를 풀어내면 모든 신에게도 도움이 될 듯하니 그 집에서 연구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교수의 연구 진행상황을 보고해 주시기 바라네."

 

그래서 지금도 노교수님의 집에는 저승사자 7명이 교대근무를 하면서 '인간의 행복의 샘물'에 대한 연구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합니다.

저승사자 6명이 대를 이어 내려왔고 요즘에는 7대손 저승사자가 노교수의 연구실 구석에서 연구가 완성되기를 숨죽이고 기다린다고 합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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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