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의 틈새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기억력의 틈새 

오래전에 공직 선배님이 차를 운전하고 비탈을 올라가는데 반대편에서 대형 덤프트럭이 내려오는데 중앙선을 침범해서 무리하게 달리므로 위험을 직감하였다 합니다.

하지만 교통사고가 났고 119대원이 출동하여 응급조치를 하고 병원에 입원하여 수술을 받았지만 사고당시의 기억이 없다고 합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붕대를 감고 병원에 누워있더랍니다.

 

 

2021년 2월에 세계적인 골퍼 타이거우즈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다리수술을 하고 입원했습니다. 복잡골절로 인한 수술이었고 3개월 정도는 병원에 있어야 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는 우리나라 현대그룹이 제공한 차량을 혼자서 운전하여 바쁜 일정으로 급하게 이동하는 중인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그리고 현대자동차는 타이거우즈의 한마디에 희비가 엇갈리게 되었다는 라디오 토크쇼를 들었습니다.

 

즉 운전중에 급출발이나 차량의 이상이 있었다고 말하면 현대는 큰 어려움을 겪을 일이고 아무런 상황이 없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면 8m를 굴러내린 차가 앞부분만 파손되고 차량 내부는 그 원형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가 안전하고 튼튼하다는 점을 실증한 사고라고 볼 수 있게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타이거우즈 역시 이번 사고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두번째 보도가 나왔습니다. 사고당시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답니다. 최소한 위험을 감지한 부분도 없나봅니다. 그래서 인간의 기억력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상황을 알려주면 알아차리는 것은 건망증이라 하고 설명을 해 주어도 이해가 안된다면 치매라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래서 그 기억이라는 것이 일단 머릿속에 들어온 후 인식을 마친 후에 저장장치에 들어가는 것인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즉 나에게 닥친 환경의 변화가 뇌속에 들어온 후 그 내용을 인식하는 짧은 시각이 필요한 것인가 하는 추론입니다. 차량의 교통사고는 2~3초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기억 저장 타이밍에 3초 이후라고 가정해 본다면 교통사고 발생을 인지하였어도 뇌속에 저장되지 않았다고 보자는 가정을 하는 것입니다.

 

타이거우즈나 공직 선배의 사례에서 보듯이 사고순간은 인지하였다 해도 우리의 뇌속에 자리잡은 어느 부분의 기억장치에 저장되지 않고 흘러 나갔다는 가정을 해 봅니다. 그러니까 워딩을 하다가 키보드를 잘못 조작해서 입력된 글이 사라져 버리는 경험이 한두번 이상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자료, 급한 워딩의 경우 중간중간에 저장을 하면서 작업을 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한나절을 입력하고 순간정전으로 입력자료를 날리고는 '꺆~'하고 소리를 지른 동료가 기억납니다. 한장을 워딩하고 저장한 후 매 페이지를 출력하는 용이주도한 동료도 있었지요.

 

요즘 강의를 가면 1955~1962년생들의 워드프로세서와 관련한 애환과 이해의 스토리를 자주 쓰고 있습니다. 글씨 잘 쓰는 명필이 필요했던 시절에 '글씨동냥'을 다녔던 기억도 납니다.

도지사 연설문을 받기 위해 먹을 갈면서 동시에 글씨를 쓰는대로 선풍기 바람에 말려서 '레트테잎'으로 묶어서 비서실에 전했던 이야기는 전설같은 사건이었습니다.

 

우리의 기억력이 그런 오차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지금 머리속에 잠겨있는 추억의 스토리가 모두 정답은 아닐 것이라는 추론이 나옵니다. 그래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천재의 기억력보다 둔재의 기록이 더 강하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우리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고 기억력이 좋아도 틈새가 있음을 인식하고 자료는 역시 글로 적고 종이에 뽑아서 내 눈앞에 보관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장장치, USB등 다양한 IT첨단장비가 개발되었지만 아직도 우리는 아나로그 방식의 기록물이 정확하다는 점에 공감하는 것입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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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