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의 신 권력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딸들의 新(신) 권력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는 딸이라면 얼마나 대견할까 생각하겠습니다만 그들에게는 2021년에 신권력이 주어졌습니다. 부모의 금융권을 장악한 것입니다.

신용카드라고 다 같은 것이 아니고 할인율이나 포인트 비율이 복잡하게 다르므로 이를 다 파악하는 50대 부모는 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IT에 익숙해서 식탁 아래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실력을 갖춘 딸들이 부모의 자산관리를 콘토롤하는 새로운 권력자로 탄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시 지인과의 대화중에 시작되었습니다. 모든 딸들이 이른바 '신권력'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대학에서 공부하고 인터넷, 스마트폰을 통한 고급정보에 쉽게 접근, 상시 접촉하면서 IT파워를 바탕으로 한 경제적 결정권의 중심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 구매는 택배업무를 증가시켰고 아파트 계단을 지나면서 집집마다 보게되는 택배상자의 많고 적음이 그 집안의 IT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고 있습니다.

지인의 경우 주방 정리, 새로운 조립식 건물의 구매, 그 건물안의 목욕탕 타일의 색상과 재질까지 고명딸이 결정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답니다.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선택하고 결정하는데 부모보다 앞서서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나중에 이 주택에 내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하룻밤정도 파자마 파티를 하는데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불과 50년전의 이나라 딸들은 아버지가 중학교를 보내주나, 고등학교를 갈 수 있나 걱정하면서 눈치보며 살았지만 2021년의 나이 25~35세의 딸들은 강력한 신권력의 소유자가 되었고 틀리지 않는 이들의 결정권을 바탕으로 가정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마트에 가서 가전제품이나 생활용품을 친견하고 택을 촬영하고나 12자 코드번호 숫자를 외워내고는 마트 한쪽 구석에서 인터넷가와 비교해 보고 있습니다. 대부분 인터넷 판매물품이 저렴합니다.

대형마트처럼 비싼땅에 큰 매장을 설치하지 않고 저렴한 곳에 물류창고를 지어놓고 도심 한복판 작은 사무실에서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인터넷망으로 판매업을 하고 있으니 가격이 저렴한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물류비용의 문제를 잘 따져보아야 합니다. 대략 물품하나를 택배하는데 2,500원이을 받습니다. 그러니 고가의 상품인 경우 택배비는 문제가 없지만 소량 소품인 경우 택배비가 제품가의 30%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포장도 면도날 12개가 오는데 라면박스 반 정도의 크기입니다. 더 작으면 택배과정에서 관리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최소한의 포장크기가 정해져 있습니다.

 

딸들의 권력은 식탁 음식의 맛을 좌우합니다. 김치찌게, 된장국을 거부합니다. 시금치국도 싫다하고 파전이나 김치전도 먹지 않습니다. 햄버거, 도넛, 피자 등 서양의 소스에 길들여진 입맛 탓입니다. 여러 번 강조한 바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엄마들이 하는 말중에 핑게의 극치를 보이는 말입니다.

 

"우리집 아이들은 도대체 치킨과 피자와 콜라만 좋아해요.“

엄마는 아이들에게 삼계탕, 파전, 김치전, 도토리묵을 주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전화주문이 어려운 품목입니다.

전화만 하면 오토바이가 아파트 문앞까지 빠르게 달려와서 3층까지는 헉헉 거리며 뛰어올라오고 고층은 에스컬레이트러를 타고 튀어오르는 배달맨의 손에 들린 음식만 주문하였기 때문입니다.

 

배달음식의 대표는 치킨, 피자, 자장면, 탕수육 등입니다. 이사를 가면 자장면을 먹어야 한다는 말을 만든이는 아마도 자장면 배달부일 것입니다.

젊어서 들은 이야기중에 소주전쟁이 있습니다. 광역시도별로 제조사가 다른 술이 판매망을 형성하고 있었던 시절이 있습니다.

 

두꺼비, 경월, 진로, 금복주 등은 경기도와 강원도, 충청도를 넘나들지 않도록 관리를 받았던 바입니다. 이쯤의 시절에 소주의 윗부분에 독성이 남아있다면서 반잔 정도를 재털이에 버리던 기억이 납니다.

옆에서는 소주의 독성이 무서우면 아예 술을 마시지 않으면 될일이라면서 그냥 초잔을 한 방에 훅 마시고 ‘캬~~~’소리를 냈습니다. 목이 타는 소리를 내는 이유는 당시의 소주 농도가 25도였기 때문입니다.

진한 소주의 미각을 털어내는 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19도로 내려온 물보다 조금 다른 맛을 내는 소주는 과거의 그 맛과는 크게 다릅니다.

 

그래서 딸들이 이 소주를 물처럼 마시고 있습니다. 주점에 가보면 여성들이 여성용으로 소문난 소주병을 여러 개 늘어놓고는 주변에 보란 듯이 자랑스럽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소주병을 많이 세워놓고 마시면 더 맛있나 봅니다.

이왕 소주 이야기가 나왔으니 1인1병이나 4인4병이나 물을 마실때는 같은 분위기 입니다만 소주병은 4인4병과 1인1병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1인1병은 지옥에서의 고통인데 비해 4인4병은 하늘나라, 부처님의 나라에서 봄날을 맞은 듯 상쾌합니다. 아직도 주당들이 풀지 못한 이 상황은 더 많은 주당들의 연구과제 입니다. 학자들의 영역은 아닐 것입니다.

소핑에서 딸들의 권력은 최고봉에 이릅니다. 가야할 매장이 이천-여주 방면일지 광명-시흥인가는 딸들이 정합니다. 어머니는 쇼핑에서는 더더욱 딸의 편이고 아버지는 운전을 하면 됩니다.

 

1시간을 운전해서 가면 딸과 엄마는 입구에서 내리고 아빠와 아들은 저만치 먼 곳에 주차를 하고 가족을 찾아 갑니다.

매장은 등산로와는 다릅니다. 등산에서는 늘 처지는 엄마와 딸이 매장에 들어서면 눈빛에 달라집니다. 결연한 표정으로 직진, 좌회전, 우회전을 이어갑니다.

평지에서는 절대로 다리가 아프지 않고 새로운 상품, 신상을 향한 발걸음에는 힘이 가득합니다. 쇼핑이라는 마약같은 발걸음은 세상의 모든 것을 치유합니다.

 

이 시대의 딸들은 결혼을 해서도 친정부모 앞에 당당하게 나섭니다. 아이를 낳으면 키워달라 하고 사위에게 삼계탕을 먹이라 합니다. 딸들은 마치 나로 인해 부모가 엄청나게 행복하다는 자부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아들을 두면 기차를 타고 딸을 낳으면 비행기를 탄다는 말도 딸들이 만들었을 것입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아들이든 딸이든 자녀의 의견과 생각을 잘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60세 전후의 부모들이 딸이고 아들이었을 당시의 가정에서의 역할과 대화내용이 이제는 크게 변하고 바뀌고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IT가 우리의 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딸들의 실력을 부모들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과거로부터 이어온 권위로 가정의 기강을 세운다고 나서봐야 백전백패이니 아이들의 역량을 인정하고 부모가 내려놓고 자녀들과 세세하게 의논하여 결정하여야 합니다.

가정의 화목은 부모의 양보에서 가능한 일입니다. 과거처럼 자녀들에게 양보하라 할 수 없습니다. 수많은 양보를 하고 오늘에 이른 60전후의 부모님들이야 좀 억울하시겠지만 이 또한 참아 주시기 바랍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