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공무원의 시보떡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시보떡

공무원으로 임용되면 6개월, 1년간을 시보기간으로 설정하여 근무지도를 합니다. 과거 공무원 초임시절에는 선배들로부터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시보기간중에 근무성적이 불량하면 직권면직시킬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보기간의 근무성적이 낮아서 공직을 나간 경우보다는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거나 본인의 생각으로 좀 더 나은 공직, 다른 직장으로 가기위해 스스로 사직하는 경우는 더러 있었습니다.

최근에 ‘시보떡’으로 인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습니다만 참으로 좋은 전통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대신에 기관장이 시보를 마친 공무원을 격려해 주신다니 고마운 일이기도 합니다.

 

이른바 ‘시보떡’을 돌렸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옆자리 팀장의 쓰레기통에 버린 것을 시보떡을 돌린 당사자가 저녁늦게 발견하고 많이 울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과거에는 첫 월급을 타서 부모님 양말이나 내복을 사드리는 전통이 있었지요. 그리고 6개월, 1년의 시보기간을 마치면 정말로 정식 임용이 되었다는 의미로 ‘시보떡’을 돌렸는데 이것이 커져서 피자를 돌리고 고급진 떡상자를 준비하느라 부담이 컸다고 합니다.

 

결국 이 사건이 직장내에서의 불필요한 관행, 갑질 등으로 비춰지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반드시 해야하는 청탁성 시보떡이 아니라 새내기 공무원의 자부심을 키우는 계기로 삼았던 ‘시보해제 기념 떡돌리기’가 그냥 비용부담으로 치부되고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공직은 과거의 이야기로 ‘특별권력관계’여서 상하간의 위계가 확실한 官僚制(관료제)이지만 상하간 신뢰를 바탕으로 용기있게 업무를 추진하는 조직이기도 합니다. 수익을 위해 모인 집단이 아니라 행정적, 정무적인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단단한 구조를 가진 조직이라고 봅니다.

 

구제역으로 소와 돼지를 매몰할 때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공무원이 올린 글에 ‘공무원이기에 소의 배를 갈랐다’는 내용이 올라왔습니다.

전기장치로 죽인 소를 매몰하기 위해서는 배를 갈라서 가스가 나오도록 사전 조치를 해야 합니다. 이 업무가 사무실에서 키보드만 만지던 공무원에게 부여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 공무원은 눈을 질끈 감고 낫으로 소의 배를 갈랐을 것입니다. 그 심경을 인터넷글로 올려서 많은 공무원과 국민들의 공감을 얻은 일이 있었다는 말입니다. 이는 공무원의 사명감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겠지요.

 

평소에는 평온하게 사무실에서 근무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몸을 날리는 공무원입니다. 그래서 시보떡을 돌리며 그런 결연함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자 합니다.

요즘 기회를 얻어서 ‘적극행정 강사’로 활동합니다. 강연중에 시보기간이 6개월, 1년이라는 점을 설명하다가 ‘시보떡’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일주일 사이에 공직사회에서 시보떡을 버린 사건이 발생하였고 그동안 일부 공무원에게는 자꾸만 급과 격이 높아지는 시보떡의 구성방식으로 인해 급기야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행정안전부장관간의 질의답변으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이 같은 사회적인 파급상황을 몰랐던 상황에서 강의를 통해 시보떡을 돌리는 멋진 전통을 이야기하였던 것인데 누군가의 귀뜸으로 기사를 검색하게 되었고 갑자기 시보떡을 없애고 기관장이 시보해제 기념행사를 주관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음을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제안을 하였습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올린 글에서 자꾸만 커지는 시보떡을 삶은 계란 하나 돌리는 방식으로 개선해 보자는 의견을 제시한 것입니다.

공직사회, 일반사회에서조차 의미있는 시보떡 돌리기의 아름다운 전통을 살려 나가자는 취지에서 물가의 바로미터가 되는 계란 하나를 돌리자는 것입니다. 혹자는 부활절에 돌리는 계란과도 같다는 평가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싼 것만이 좋은 선물이 아닌 것처럼 같은 사무실에서 협력하며 일하는 신규 공무원이 6개월의 가르침에 대한 감사의 의미, 앞으로 적극적으로 혁신적으로 일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의미를 담아서 계란 하나씩을 선배들에게 전하는 제도를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復活節(부활절)이란 기독교에서 예수의 부활을 기념하는 축일입니다. 춘분뒤의 첫 만월(滿月) 다음에 오는 일요일이며 부활 주일로부터 일주일 또는 50일 동안의 기간을 말 합니다.

부활절 계란은 예수 부활 대축일 때 쓰이며, 예수의 부활을 기념하고 예수가 새로운 생명으로 영광스럽게 나타난 돌무덤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삶은 계란에 시보해제를 기념하고 열심히 일할 것을 다짐한다는 글을 새겨넣어서 선배들에게 돌리면 그 의미는 찾고 비용부담은 줄여줄 수 있으며 양계농의 판로에 조금 도움이 될 것입니다.

논란이 없었다면 아름다운 전통의 시보떡 돌리기는 그 자리를 잘 잡았을 것입니다. 그냥 백설기 하나 따끈하게 돌리면 될 것입니다. 6만원정도 주문하면 50개 나옵니다. 그거 하나씩 돌리면 될 일입니다.

저도 공직 마무리 즈음에 시보떡 받았고 결혼 후 일주일이 지나면 신랑, 신부의 작은 정성 어린 떡을 받아서 행복했습니다.

 

이 같은 좋은 전통이 전국적으로 시보떡 금지사태로 번지다니 지나친 획일적 행정행태입니다. 적극행정이 아닌 줄 생각합니다. 오히려 권장해야 할 일입니다.

더구나 이 시대 칸막이 상황의 공직환경속에서 시보떡이라는 소소한 행복을 앗아가는 것은 아픈 슬픔입니다.

시보떡은 소통이고 소망이고 결연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떡을 받으면서 선배가 격려하고 스스로 거듭나는 과정입니다. 8만원이면 가능한 일을 더 큰 부담으로 키운 사회적 분위기는 잘못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연한 자세로 부담없는 시보떡은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흰 떡 위에 차분히 피어오르는 따스한 열기로 주민을 위하고 시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열의가 보입니다. 다른 방법으로라도 시보떡 제도는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공직사회와 정가에서는 지나치게 눈치를 봅니다. 임사빈 경기도지사님이 연초에 시군청을 방문하여 현안을 논의하고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초도순시라 해서 순서를 정해서 시군청을 방문했습니다.

 

5번째 시청을 방문하였는데 역시나 설렁탕이 나왔습니다. 수행한 지방과장에게 말했습니다.

“오늘도 또 설렁탕이네.”

첫 방문 시청에서 설렁탕을 준비하였다는 정보도 아닌 첩도도 아닌 이야기를 들은 다음번 방문지 시장은 역시나 설렁탕을 준비한 것입니다. 그 다음 시청에서도 실무자들은 이전 방문지의 메뉴로 하면 중간은 가겠구나 판단했을 것입니다.

편식하지 말라고 학교에서 귀가 아프게 배웠는데도 행정에서는 전례답습을 안전장치로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다른 기관에서 그렇게 하였으므로 우리도 이렇게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홍인화 포천군수님은 설렁탕을 준비한다는 실무의견을 물리고 떡과 담백한 국을 준비해서 오찬장의 분위기를 깔끔하게 운영했습니다.

언론 기사문을 인용했습니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공무원의 ‘시보떡’ 문화와 관련해 불합리한 관행을 타파하고 합리적인 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2021년 2월)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른바 ‘시보떡’이 조직 내 경직된 관행으로 자리 잡으면서 새내기 공무원분들에게 부담과 상처가 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새로운 출발이 기쁨과 응원이 아닌 부담과 상처가 된다면 이는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행정안전부는 젊은 공무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정부혁신 어벤져스’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각 기관의 조직문화 개선활동과 성과를 공유하는 ‘혁신현장 이어달리기’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각 기관이 조직문화 개선에 힘쓸 수 있도록 조직문화 진단・컨설팅과 같은 체계적인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막 공직사회에 첫 발을 뗀 새내기 공무원 뿐만 아니라 모든 공직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이해하고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가 앞장 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공무원의 처우가 개선되더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빠르게 반응하는 것을 탓하지는 않겠지만 연탄까스로 사망사고가 발생한다고 연탄생산을 막지는 못합니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하는 사명을 띤 정부는 연탄구둘 개선사업을 추진하여야 하는 것이지요.

연탄을 밖에서 피우고 그 열기를 머금은 물을 호스를 통해 방으로 순환시키는 방법을 개발하였던 것입니다. 이른바 온수 보일러입니다.

 

이전까지 연탄을 태워서 구들로 열을 보내는 방식이 효율성은 높지만 가스가 새어들어 방안에서 잠을 자던 일가족이 사망하는 참사가 자주 발생하였던 것입니다.

자동차 사고로 많은 사람이 사망하니 자동차를 만들지 말라는 분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자동차회사는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할 것입니다. 자동차가 늘어나니 안전한 도로확충을 위해 더 큰 예산이 투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판매수익에서 현행보다 더 세금을 징수해서 도로포장, 터널 공사비로 충당해야 할 것입니다. 세제상으로는 자동차 연료에 특별소비세를 물린다고 합니다. 물론 자동차에서 큰 세금이 붙습니다.

자동차 보험금을 내야하고 의료보험에서도 자동차 소유로 인한 부담률이 높습니다. 자동차 한 대가 발생시키는 가정경제의 부담이 큽니다. 그만큼 자동차의 이용가치는 높습니다. 출퇴근은 물론 가족여행, 짐 운반 등 자동차의 쓰임새는 많습니다.

 

젊은 남녀의 데이트에서 자동차가 없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차도 없는 남성이 여성과 데이트를 하겠다는 말을 꺼내지 못할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라는 말이 없는데 시보떡을 없애라는 것은 지나친 차별이라 생각합니다.

공직의 발전과 공무원의 자긍심의 요소중 하나인 시보떡 제도는 ‘試補卵(시보란)’으로 바꿔서라도 지속시키는 참 좋은 제도로 활성화하기를 건의합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