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의 억양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비서실의 억양 

영어에서는 인토네이션이라 합니다. 액센트의 위치가 중요합니다. 의문문장의 끝부분을 올리지만 W가 들어가는 경우에는 질문을 하지만 문장의 끝부분 톤을 내리기도 합니다. 우리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잘한다고 말한 것이 정말로 잘해서 잘한다고 하기도 하지만 비아냥의 경우 잘한다는 말은 잘못했거나 기대하는 것에 크게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비난하는 말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말은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의미를 주게 됩니다. 정말로 좋아서 죽지는 않는데 좋아서 죽겠다고 합니다. 싫어서 죽겠다면 이해하겠는데 싫어서 죽겠다는 표현은 하지 않습니다.

좋아도 싫어도 죽지는 않습니다. 웃다가 죽은 사람은 없습니다만 화를 내다가 쓰러지고 죽음에 이르는 경우는 더러 발생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평소에 나누는 대화는 주변의 여러가지 정황, 상황과 연결해서 이해하고 판단하고 응대해야 합니다. 그런데 관리자들은 대화속에 자신의 감정을 과하게 실어서 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하들은 상사가 화를 내는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게 됩니다. 하라는대로 하면 언제 그리하라 했는가 반문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상사의 지시를 받을때의 상황과 분위기를 감안해서 수명내용의 수위를 정해야 합니다.

 

특히 비서실의 직원들은 기관장이나 대표의 평소의 성품이나 스타일을 알고 수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운전하는 비서, 수행비서를 10년 15년 기관을 바꿔가면서도 계속 한사람을 쓰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자신이 무슨 말을 어떻게 해도 잘 이해하고 착오없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처결하는 비서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직에서 10년이상 비서실에만 근무한 분들이 많습니다. 기관장 측근이니 승진도 다른 동료에 비해 한두 단계 앞서 갑니다. 비서실에 근무하는 것 자체가 갑질로 오해받을 수 있음도 잘 아는 이들이 비서실에서 롱런합니다.

그냥 잘하는 비서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열심히 잘하다가 이유없이 비서실에서 다른 부서로 전출된 사례가 많습니다.

 

스스로 따라가지 못하겠다 소원수리를 내고 떠나는 경우도 있고 기관장이 보기에 과도한 비 의전으로 더 이상 머물게 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상황도 보았습니다.

그러니까 비서는 기관장, 회장, 사장을 보좌하는 기능을 수행하면서 어느 순간에는 조직내 야당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런 야당의 기능을 하는 비서가 오래갑니다.

조선 시대 신하중에 '전하 아니되옵니다'로 평생을 일한 분이 있고 '이 부분은 적지 말라'는 말조차 목숨을 걸고 기록하다가 죽은 史官(사관)과 그의 대를 이은 아들 사관도 비슷한 상황에서 사형을 당한 경우가 있다 들었습니다.

 

사관은 역사를 기록하는 직분이니 목숨을 바쳐서라도 사실을 기록하였다는 야사가 더러 있습니다.

지금도 대통령의 업무내용 중에는 장기간 비문으로 관리되는 분야가 있다고 합니다. 대통령기록관에는 회의중에 남긴 메모나 보고서의 빨간줄 조차 그대로 봉투에 담고 박스에 넣어서 밀봉하여 보관합니다.

개봉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 회의에 참석하였던 인사들이 모두 사망하는 훗날에서야 개봉하고 그래서 당대에 이 같은 정책이 만들어 졌음을 후대가 알고 他山之石(타산지석)으로 삼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말로 지시받는 경우와 문서로 지침을 내리는 경우를 생각해 봅니다. 말로 내리는 명령은 명확합니다. 글로 전하는 지시는 정확합니다.

 

아마도 새로운 정책을 시작하는데는 말이 필요하고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수립하는데는 문서지시가 필요할 것입니다. 말로 해서 이해되는 경우가 있고 글로 적어주어야 정확히 의사전달이 되는 분야가 따로 있다는 생각입니다.

현직에서 간부회의 내용을 문서로 전달하곤 했습니다. 다수가 다른 의견의 가감없이 원문으로 받아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체적인 훈시를 통해 방송으로 말할 것은 그리하고 글로 전해도 되는 부분은 워딩을 모두에게 전하면 편리합니다. 그같은 소통을 통해서 조직원 전체가 하나로 통합될때 힘을 발휘합니다.

모든 구성원이 조직원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질때 업무능력이 고양되고 성과를 올리게 됩니다. 그러니 비서실의 기능은 모시는 일보다 관리하는 쪽으로 비중을 두고 Yes-man보다는 야당맨을 더 많이 가까이 두시기를 권장합니다.

선관위 조사나 검경의 조서에서 비서와 기관장은 한 몸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아주 많은 것을 보게 됩니다. 비서는 囊中之錐(낭중지추)입니다. 주머니속에 숨겨진 송곳이고 입속의 혀입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