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알 3알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시아버지가 며느리 3명에게 각각 콩 3알을 주면서 앞으로 10년간 잘 보관, 보존하라 일렀습니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그날에 세 며느리를 불러서 콩3알의 근황을 물었습니다.

막내 며느리는 콩 세알을 받은 날 저녁에 바늘에 꿰어서 등잔불에 구워서 맛있게 먹었으므로 지금은 콩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시아버지는 어린 며느리의 재롱스런 답변에 웃고 말았습니다.

 

둘째 며느리는 장롱속에서 무명주머니에 담아둔 콩 3알을 시아버지 앞에 내놓았습니다. 10년전의 그 콩이 그대로 명주주며니속에서 잘 보관되어 다시 나타난 것입니다. 시아버지는 역시나 잘 보관하였으니 높은 점수를 주겠다고 평가했습니다.

 

 

큰 며느리는 지금 그 콩이 이 방에는 없고 밖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4명이 밖으로 나가 창고앞에 이르자 큰 며느리는 창고안을 가르키며 그동안 농사를 지어서 매년 콩을 수확하고 다시 농사를 지어서 창고안에 그 콩을 쌓아두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아버지는 크게 기뻐하며 콩 3알을 참으로 잘 보관하였다고 칭찬을 하였습니다.

 

단순한 옛날 이야기입니다만 조상들이 후대에게 전하고자 하는 깊이있는 의미를 우리는 이미 다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며느리 3명의 일화를 후대 우리들은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해 볼까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루하루 주어지는 일상에 대해 매일 다르게 대하고 마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룩한 성과를 반성해보고 내일 할일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어제의 강물이 오늘도 흐르는 듯 보이지만 그 물은 어제의 그것이 아닌 것입니다. 우리의 생각도 어제와 같을 수도 있지만 늘 새로워야 합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좀더 진전되는 미래의 상황을 상상하면서 오늘에 임하고 오늘의 방식을 개선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지속해야 합니다. 한결같은 비단천이 아니라 거친 듯 변화를 주는 모시옷이 더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비단은 누에가 쉼없이 한숨에 뽑아내어 고치를 지은 것을 다시 풀어낸 실입니다. 반면 모시는 1m내외의 껍질을 손바닥으로 비벼서 연결한 것이니 소나무 옹이처럼 실에 매듭이 있습니다.

 

그래서 모시는 거친 듯 보이지만 비단에 쓴 글씨보다 모시천에 그린 그림에서 더더욱 예술적인 작품을 만나게 됩니다. 다양한 변화를 유도해 주는 매듭이 스스로 예술작품의 일부를 감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비단은 늘 같은 굵기이고 끊김이 거의 없으니 결이 곱기는 하겠으나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기업에서 사원을 채용하는 면접에서 구청에서 민원서류를 발급받는 사무의 처리를 주문하면서 대중교통에 맞는 차비를 지급한다고 합니다.

 

차비를 아끼고 걸어가서 업무를 처리한 경우, 시내버스를 타고 다녀온 경우, 택시를 타고가서 서류를 받아온 경우 등으로 수험생의 조치결과가 다르고 이에 따른 합격여부도 달라진다 합니다.

살아가면서 업무의 경중이나 완급, 일의 순서를 판단하고 결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은 곁가지에 매몰되어 큰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봅니다. 각성들이 모인 시골마을 당제사에서 제례의 절차와 예법에 대한 문중마다의 특성을 강조하다보면 제사에서 가장 중요한 신주를 아무도 신경쓰지 않으므로 개가 물고 뛰어다닌다고 했습니다.

 

운전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안전하게 사람을 태우고 짐을 싣고 목적지까지 가는 일인바인데 선그라스, 장갑, 모자 등 운전과 관련성이 거의 없는 일에 더 큰 신경을 쓰다보면 운행중에 연료가 바닥나고 운전하다 전화벨이 울리자 급브레이크를 밟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삶의 현장에서 우리는 늘 선택을 해야 합니다. 갈등을 풀어내고 최적의 대안을 결정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싹이나고 더 많은 씨앗을 생산하는 모습을 봅니다. 돌바닥에 떨어진 밀알은 말라버리거나 비둘기가 쪼아먹어 없어지게 됩니다. 그러니 시아버지가 주신 콩 3알을 밭에 심어서 수십섬의 콩을 생산한 큰 며느리의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더구나 평생을 모시는 큰 며느리보다 1년에 두세번 옷한벌 사오는 셋째며느리만 칭찬하는 과거의 시어머니들의 우를 후대의 사람들이 또다시 범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도 간절합니다.

이같은 사례는 직장생활에서도 수시로 만날 수 있는 도로상의 과속방지턱과도 같은 것이니 늘 삶의 좌우명속에 좌고우면과 함께 세상을 넓게 보는 호시우보의 자세도 견재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더 많은 콩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시아버지가 세명의 며느리에게 밭을 일구는 지혜를 미리 알렸어야 했습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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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