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절차탁마

切磋琢磨(절차탁마). 어려운 한자인데 풀어보니 끊고 갈고 쪼고 갈다는 의미로 학문이나 덕행을 갈고 닦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현직에서 한달에 두번정도 1,000자의 글을 써내던 시절에는 일상에서 소재를 찾느라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일주일에 두편을 보내야 했던 시기에는 새벽 꿈속에서 조차 소재를 찾았고 더러는 현몽한 키워드로 글을 모아서 원고지 7매를 채워넣기도 했습니다.

스위스 여행에서 가이드가 설명했습니다. 소의 목에 방울을 다는 이유는 소가 열심히 풀을 먹도록 하기 위함이랍니다. 우리는 영화 '워낭소리'에서 나이든 소의 목에서 청동으로 만든 종을 떼어내는 장면을 기억합니다. 벼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성장한다는 말처럼 소의 청각적 표현은 워낭소리입니다.

 

유럽의 소는 풀을 물고 고개를 위로 드는데 이때 목에 매단 종이 울리고 그 종소리를 들은 소가 다시 풀을 먹는다고 가이드가 말했습니다.

어려서 시골집에는 항상 소가 함께했습니다. ‘꼴값’을 하라면서 풀을 베었습니다. 소먹이 풀을 베러 가면서 아이들은 '꼴베러 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은 밥값을 해야 하듯이 소는 '꼴값'을 해야한다는 농담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밥값을 하러 꼴베러 가고 소는 꼴값을 하기 위해 쟁기질과 써래질을 합니다. 쟁기질은 논밭의 흙을 갈아엎어 섞이게 하는 작업이고 써래질은 모내기 직전에 물을 댄 논을 고르는 평탄작업을 말합니다.

최근 두어달을 회상해보니 나름 이런저런 준비를 하느라 바쁘게 보냈다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글쓰기에는 게을렀습니다. 써 올린 글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하루를 정리하는 일기장도 짧게 마무리했습니다.

 

한 페이지에서 3일치 일기를 올린 날도 많습니다. 이제보니 게으름이 한가득입니다. 절차탁마하지 못하고 重言復言(중언부언)한 것입니다. 한 말 또 하고 다시 그 말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바쁘다고 치부해버린 나날이었습니다.

그래도 이 아침 이 새벽에 일어나 스스로 반성하는 것은 다행입니다. 뜨거움을 곧바로 느끼지 못하는 냄비 속 개구리는 잠시후에 개구리탕이 되어버립니다.

 

꼬리에 붙은 불의 열기를 수초후에야 느낀 공룡은 사멸했습니다. 지구상의 화산재로 하늘이 덮히고 산림이 줄면서 산소함량이 감소한 것도 원인이라고 합니다.

영국 과학자들이 공룡시대에 말들어진 호박의 기포를 분석한 결과 당대에는 지구상 산소 비중이 오늘날보다 더 높았음을 분석으로 통해 밝혀냈습니다.

 

반성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글을 쓰는데 힘을 보태야 합니다. 이제까지 모아둔 글의 누룽지라도 박박 긁어서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생각을 글로 적으면 흐르는 물을 컵에 담아두는 작업이 됩니다. 냉동을 해서 보관하면 몇 년후에 생수로 녹여서 마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신선한 시절의 산소 많은 공기를 호박이라는 보석 속에 간직하는 것처럼 생각이 조금은 더 다양한 이 순간의 생각을 글로 박제해보자는 생각을 합니다.

절차탁마#분골쇄신의 마음으로 무게감있는 글을 축적해 보자고 다짐해 봅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