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과 매장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화장과 매장

 

종중의 총무가 되어 첫 번 행사로 비석 2개를 교체하는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15년전 쯤에 세운 비석인데 이후에 새로운 자료가 발굴되어서 일부 내용을 보강하여 격을 높이는 글로 수정하여 다시 세우는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1665년에 태어난 조상님(동백)과 아드님 한후(1684년생)의 비석을 수정하였습니다. 356년전에 태어나신 조상님을 기린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하겠습니다.

 

평균 31년을 간격으로 자자손손 10대를 이어왔습니다. 평균수명이 길어진 요즘에는 3대, 4대가 한 시대를 살기도 하지만 결혼이 늦어지는 추세로 인해 증조부와 증손자의 만남은 쉽지 않습니다.

 

비석 교체작업을 마치고 공사를 하신 사장님의 배려로 포크레인 작업으로 종산묘역의 주변을 정리하였습니다. 늘어진 나뭇가지를 정리하니 주변이 깔끔해지고 조상님 묘역에 그늘이 져서 늘 답답하던 자손의 마음속이 후련하게 뻥 뚫리는 기분입니다. 그런데 작업을 마친 포크레인이 삽날을 교체하고는 터파기 작업을 합니다.

 

종중의 어르신께 무슨 작업인가 여쭸습니다.

 

“응, 내 자리를 준비하는 것이네”

 

올해 91세 되신 정정하신 분인데 자신의 묫자리를 정하시고 가묘 작업을 하신 것입니다.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머릿속에 흰구름만 가득했습니다. 태연하게 자신의 묫자리를 파신다니.

 

인사유명 虎死留皮(호사유피).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멋진 가죽을 남긴다고 합니다. 여기에 모든 일은 문서로 하니 ‘공무원은 퇴직하면 문서를 남긴다’는 말을 가끔 첨가하곤 합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그 방법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두 가지입니다. 埋葬(매장)과 火葬(화장)입니다. 땅속에 매장을 하고 묘지를 만들거나 화장해서 납골당에 모십니다.

 

더러는 화장 후 수목장을 하기도 하고 과거에는 선산이나 강, 호수에 유골을 뿌렸습니다. 최근에는 유골을 강물에 뿌리는 것은 금지하고 있습니다. 강물에 유골을 뿌리는 슬픈 사망을 표현하는 영화의 한 장면은 오래된 필름을 통해서만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매장과 화장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 것 같습니다만 화장을 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화장에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매장은 선산이나 공원묘지에 안장되면 20년 이후에 새로운 환경의 변화를 맞게 되고 후손들도 나이를 먹을 것이고, 그 이후의 관리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좁은 공간에 자리잡는 것이 불편할 것 같습니다.

 

반면에 화장을 하면 그 영혼과 육체가 고르게 분해되어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종교에 따라 하늘로 가고, 열반에 들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스님 다비식후 사리를 수습하는 것도 의미있어 보입니다.

 

화장된 자의 영혼이 지구 여러 곳으로 전파되어서 그 영혼은 살았을 때 보다 더 넓은 세상을 여행비도 부담하지 않고 자유롭게 여행하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연어가 냇가에서 태어나 바다속으로 달려가고 성장하면 다시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연어를 먹이로 삼는 곰들이 사는 산에는 나무가 무성합니다.

 

연어를 잡아 먹은 곰의 배설물과 나이 들어 죽은 곰의 사체가 주변보다 무성하게 나무성장을 돕는다고 합니다.

 

우리도 화장을 하면 보다 더 넓은 공간에서 다양한 여행을 하면서 유익한 활동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보다 더 다양한 문화에 접하고 관광을 즐기며 미래와 과거를 오가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것입니다.

 

매장하면 그 부근에만 자리하니 긴 세월동안 변화없는 지루한 시간속에 모든 것이 정말로 정지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화장을 찬성하고 권장합니다.

 

최근에 수원시의 연화장이 공사를 마치고 최신식으로 개장하였습니다. 화성시 매송면에 건립중인 함백산 메모리얼파크는 화성, 부천, 안산, 시흥, 광명, 안양시가 공동으로 투자한 시설로서 개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시설 앞으로 광명발 KTX가 250km로 내달리는 곳인데도 환경, 지가하락 등의 민원이 수년간 이어졌고 최근에 잠정 합의되었다고 합니다.

 

함백산 메모리얼파크는 화장로 13, 장례식장 8개소이고 수원 연화장은 화장로 9기에 장례식장은 13개소입니다. 화장로와 장례식장의 비율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이내 마음속으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함백산은 각 시의 장례식장에서 3일장을 치른 후에 화장을 하러 올 것이기에 장례식장 갯수가 연화장보다 적은 것으로 스스로 결론지었습니다.

 

묘지로 쓸 땅이 부족하니 화장을 권장하는 방식은 과거식입니다. 매장과 화장도 인문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알 수 없는 사후세계이지만 매장보다는 화장을 하면 넓은 세상을 여행할 수 있다는 소설적, 문학적 접근을 통해 매장을 줄이고 화장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