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4)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喪配(상배)

 

3,000갑자 東方朔(동방삭)은 3,000년을 살았다. 3,000갑자×60 = 18만년이라는 주장도 있다. 회갑을 3,000번 드신 분이다.

 

 

지인의 아버지를 椿府丈(춘부장)이라 존칭한다. 참죽나무처럼 오래 사시라는 염원이다. 椿府丈(춘부장)의 椿(춘)은 참죽나무를 말하는데 이 나무는 봄으로 8,000년을 삼고 다시 8,000년을 가을로 삼는다고 한다.

봄과 가을을 합하면 16,000년이니 동방삭의 18만년은 아니어도 장수의 의미로는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누구의 부모님도 필연적으로 돌아가신다. 대부분 자녀의 이름으로 친척과 지인들에게 訃音(부음)을 알리게 된다. 하지만 비교적 젊은 나이에 부부 중 한 분이 돌아가시면 아직 어리고 사회적으로 자리 잡기 전인 자녀의 이름으로 부음을 내기가 어렵다.

 

이 경우 배우자 명의로 부음을 알린다. ooo사장 喪配(상배)라 하면 남편 또는 부인인 배우자가 돌아가심을 알리는 것이다.

 

先親(선친)이란 돌아가신 자기의 아버지를 이르는 말이다. 부친이란 자신의 아버지를 말한다. 엄친이란 ‘아버지’를 달리 이르는 말이고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아버지를 높이는 말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어찌 부르는가. 남의 어머니를 높여 이르는 말이 慈堂(자당)이다. 정중하게 모친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엄친아는 다르다. 엄마의 친한 친구의 아들이다.

 

이 아들은 모든 것에 우등, 우수하다. 부모님 말씀을 잘 듣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공부도 잘하는데 얼굴도 잘생겼고 농구도 잘한다. 이런 아들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봉황이 상상속의 새이듯 엄친아는 어머니 기대치의 最高峰(최고봉)일 뿐 현존하지 못한다. 그런 아들딸이 있다면 고마운 일이다.

 

지인의 喪配(상배)연락을 받고 부부가 빈소에 갔다. 낮에 조문을 하고 어두워질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전에 함께 일했던 분들과 고인을 떠나보내는 아픈 마음을 나누었다.

 

자당의 별세 소식을 듣고 곧바로 미국에서 출발한 장남은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6시간 동안 코로나19 검사결과를 기다린단다.

 

발인 날 새벽에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입관을 미루고 있다. 아들, 딸과 남편, 그리고 지인과의 슬픈 이별을 새벽까지 미루고 있다.

 

 

논객을 존경하는 이유

 

도무지 글쓰기에 자신감이 없다. 그래서 신문사 홈페이지의 사설을 읽고 유명인사의 컬럼을 살핀다. 참 잘 쓰신다. 하나의 사안을 글로 쓰겠다고 정하는 것부터 예사롭지 않다.

 

시의적절한 타이밍의 제목이고 명쾌하게 잡아낸 주제다. 정치인을 소재로 한 내용이 연착륙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일을 크게 벌리고 나가다가 수습을 하지 못할까 걱정이다.

 

바둑 9단의 반상 결전에서 수상전으로 돌입하고 초읽기에 몰린 후 결국 반집승이다. 바둑판에서는 반집이 없으니 5호반 공제에서 흑은 6집을 내야 반집승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논객들의 정치인에 대한 촌철살인의 명문은 늘 경부선, 호남선, 중앙선의 레일처럼 팽팽하게 달린다. 곡선에서 열차의 방향을 바꾸는 원리는 기차바퀴의 구조 덕분이다.

 

기차바퀴는 Y자형태이니 길이 좌로 굽으면 열차는 오른쪽으로 밀려간다. 이때 오른쪽 바퀴가 레일이 만나는 부분이 왼쪽 바퀴보다 길다.

 

왼쪽의 짧은 부분이 접한 바퀴는 오른쪽 바퀴가 돌아오는 동안 조금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주장이 과학적으로 인정되는가는 전문가들께서 평가해 주시기 바란다.

 

열심히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주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속으로 달리는 기차, KTX, 전철이 안전하게 곡선구간을 자연스럽게 지나간다 했다.

 

장황하게 기차 바퀴를 설명하는 이유는 바로 논객들의 글을 급커브를 돌고 좁아 보이는 터널을 거침없이 내달리는 기차에 비유하고자 함이다.

 

흔히 치킨게임이라고도 하고 폭주 기관차라는 표현도 한다. 하지만 명문일수록 논리가 있고 주장이 확실한데 마무리 부분에서 독자에게 판단을 맡기는 여유가 보인다.

 

자신의 주장으로 맺으려 하지 않고 신문을 읽는 분들에게 생각할 틈새를 준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기차가 달리면 30리를 날아간다 했다.

 

12km거리를 날 수 있을까? 한겨울 수축된 레일의 틈새를 계산한 수치다. 정확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 확인할 방법도 없다. 마음속으로 기차가 날아갔다고 생각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명문의 글은 늘 마음속에 공감과 공명을 준다. 그래서 기자, 주필, 논설위원, 컬럼 작가 등 무게있는 글을 쓰시는 논객들을 존경한다.

 

 

만년필·볼펜·싸인펜

 

잉크를 넣으면 오랫동안 쓸 수 있다 해서 萬年筆(만년필)이라 이름 지었을 것이다. 펜촉에 잉크를 찍어서 글을 쓰다고 잉크를 담아서 편리하게 쓸 수 있게 한 발명가로서는 만년을 쓸 수 있다는 과대포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싸인펜이 나왔다. 검정, 빨강, 파랑 등 7색 펜인데 빨강과 검정이 많이 쓰였다. 검정색은 결재를 하거나 지시사항을 적을 때 쓰였다. 이름 석자를 흘려쓰기로 붙여서 쓰면 싸인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연습을 했다.

 

정작 결재라인에 승진하니 마우스 크릭으로 결재방식이 바뀌었다. 부하는 상사의 휘갈기는 결재 소리에서 힘을 얻는다고 하는데 마우스 결재는 소리나지 않고 하루가 지나면 국장까지 온라인으로 결재가 끝났다.

 

문방사우(文房四友)란 문인들이 서재에서 쓰는 붓(筆)·먹(墨)·종이(紙)·벼루(硯)의 네 가지 도구를 말하는데 이제는 싸인펜 하나가 붓, 먹, 벼루의 역할을 통할한다. 가볍고 작은 싸인펜에 종이만 있으면 시를 짓고 편지를 쓸 수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괴나리봇짐 속에는 반드시 문방사우가 있었을 것인데 아무리 작아도 돌을 깎아 만든 벼루이고 먹도 제법 무게가 나갔을 것이다.

 

그 불편함을 만년필 하나, 싸인펜 한 개가 대체한다니 대단한 발명품인 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필기구를 가볍게 여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서랍 칸마다 볼펜, 싸인펜, 연필이 모인다. 하루에도 여러 개의 다른 필기구를 쓰게 된다. 작은 수첩속에 들어가는 필기구의 소중함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장자강의’(김해영 지음)라는 책에 줄을 그으면서 정독하고 있다. 핵심을 짚어가며 ‘검은펜’으로 독서를 하니 볼펜 잉크가 떨어졌다.

 

중학생 때 받은 황인각 선생님의 편지에서 ‘푸르던 신록은, 볼펜처럼 힘이 없어지고...’라는 대목이 떠올랐다. 볼펜이 다 닳아서 다른 펜으로 편지를 마무리해서 보내주셨다.

 

편지를 읽으면서 왜 나뭇잎이 볼펜처럼 힘이 없어졌나 짧은 고민을 했었다. 책상 위 필통에서 꺼내어 언제라도 편리하게 쓸 수 있는 필기구를 보면서 조선시대 선비들의 고충을 상상해 본다.

 

 

스턴트맨 (stuntman)

 

영화에서 위험한 장면을 대역하는 이를 스턴트맨(stuntman)이라 한다. 남성 대역도 있지만 여배우를 대신하는 스턴트우먼도 있다.

 

TV나 영화에서 자동차로 고속 질주하거나 높은 절벽에서 주인공이 뛰어내리는 장면 등을 대신 연기한다. 수갑을 채우거나 끈으로 결박한 주인공을 차량 트렁크에 밀어넣고 고속으로 달리는 액션장면을 보게 되는데 이때 저 질주하는 차량 트렁크 안에는 아무도 없으면 좋겠다.

 

연말, 각종 영화상에서 주연배우상, 조연상, 신인상, 작품상 등 다양한 시상을 하지만 그중에서도 편집상을 으뜸으로 친다고 한다. 다양한 장면을 촬영하고 스토리에 맞게 이어 붙이는 편집이야 말로 영화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연결이 어려운 경우에는 화면을 어둡게 하거나 초점을 흐리게 하여 영화의 흐름을 이어간다.

하지만 정치와 행정 등 현실에서는 스턴트맨, 우먼이 없다. 영화에서는 탄창을 교환하지 않고도 수천발을 쏘아댈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탄창 교체는 물론 열 받은 총을 식혀야 재사격이 가능하다.

 

당연히 행정기관의 간부들이 자신이 처리한 업무에 대해 국민, 언론, 정부, 감사기관의 지적과 비판을 이겨내고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정치인은 5년, 4년을 책임지고 연임되면 8년을 감당하기도 하지만 직업 공무원은 평생 동안은 물론 퇴직한 이후에도 책임을 진다. 그래서 신중한 업무처리 자세가 몸에 배이게 되는데 이를 복지부동이라 지적 받기도 한다.

 

정치는 변호사-국회의원-변호사로 이어지기도 하고 언론에서도 신문기자, 방송기자, 사업을 하다가 다시 신문기자가 되기도 한다. 사업을 하다 문을 닫고 다시 창업을 한다. 재창업을 하면서 상호앞에 ‘뉴’자를 붙이면 된다.

 

반면에 공무원은 승진하고 부서를 이동하기는 하지만 공무원 신분은 35년간 쭉 이어져야 한다. 단 하루도 한시도 공무원이 아닌 순간이 있다면 공직은 뿌리가 끊긴 담쟁이 덩굴처럼 2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시들어 버린다.

 

그래서 공무원은 주연 기관장 다음의 조연배우이면서 자신의 업무를 책임지면서 더러는 불리한 경우에만 단체장을 대신하는 스턴트맨 역할을 감당하게 된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