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석의 세상만사(3)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독립기념관에 가보자

 

1982년 일본 교과서 왜곡에 대응하여 국민의 성금을 보태서 1987년8월15일 개관한 독립기념관이 천안시 목천읍 독립기념관로 1번지에 있다.

 

 

해가 지는 왼쪽, 서편 언덕으로 올라가면 의미있는 야외 전시물을 만나게 된다. 1995년 철거된 조선총독부 청사, 즉 중앙청 건물의 첨탑과 석재의 일부를 전시해 놓은 전시공원이다.

 

독립기념관 방문시 필답코스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천안시 인근을 여행하는 경우 3시간 정도 시간을 내서 방문하시기를 권한다.

 

관전 포인트가 있다. 전시공원의 설계와 기획의도를 진중한 마음으로 살펴보기 바란다. 반지하를 파고 조선총독부 청사를 철거한 석재의 일부를 원형경기장처럼 배치하고 그 아래 가장 낮은 곳에 첨탑을 배치했다.

 

관람객들은 원형의 경기장 형태의 언덕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관람한다. 스페인의 투우장이 연상된다. 조선총독부건물은 ‘일제36년’ 압제의 상징이다.

 

일제는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터에 건축을 진행하면서 경복궁의 전각들을 헐어냈고 광화문을 강제로 이전했다. 다시 제자리를 찾은 광화문과 경복궁을 하늘에서 바라보면 일제가 조선총독부 건물터를 이곳에 잡은 이유를 알게 된다.

 

1945년 9월 9일부터 조선총독부 건물은 미 육군 미군정청 청사였다. 그날 오후에 청사 1층 회의실에서 미국 하지중장과 일본 아베대장의 항복문서 서명식이 열렸다.

 

이후 미군은 이 건물을 캐피탈홀(Capital Hall)이라 불렀고 우리는 이를 직역하여 중앙청이라 작명했다. 6.25전쟁중 서울 수복을 알리는 해병대 장병의 손으로 태극기를 게양한 곳이 바로 중앙청이다.

 

1995년 3월 1일 오전 10시에 정부는 중앙청 광장에서 '광복 50주년 3.1절 기념 문화 축제'를 열고 건물을 헐어낸다고 선포했다.

 

건물 전체를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고 항일관련 건물로 쓰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전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국민적 관심과 논란속에 철거되었다.

 

철거된 첨탑을 독립기념관 반지하 형태로 노천에 전시한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반드시 관람하고 그 의미를 가슴에 새기기 바란다.

 

 

공무원의 세월과 공직자의 시간

 

젊은이의 하루는 짧고 1년은 길지만 노인의 하루는 길고 1년을 짧다고 한다. 이는 직장생활을 하는 이는 매일매일 밀려드는 업무처리를 위해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거치는 3개월간의 계절은 길기만 하다.

 

반면 노인은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맞이하고 점심까지의 지루한 시간, 점심 이후 오후의 나른함에 이어 긴긴 밤을 보내게 되므로 24시간 하루는 길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으로 이어가다보면 1년은 어제처럼 오늘처럼 내일처럼 변함없이 없나보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나이별로 근무한 사무실, 업무가 달랐고 함께하는 동료들이 바뀌었으니 하루, 일주일, 한 달은 짧게 가고 1년, 2년은 더디게 간 듯 느껴진다.

 

그렇다면 나이든 이후에는 생활이나 삶의 방식에 변화없이 1년 5년을 살아가므로 10년을 보내도 같은 모습일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나이들었기에 가능해졌다.

 

바쁠 때는 바쁜 줄도 몰랐다. 힘든데 힘든 줄 몰랐다. 다른 이와 비교하지 않았고 업무의 강도를 따지지 않았다. 주어진 일이니 처리하고 그 틈새에 여유가 있으면 다른 일을 찾았다.

 

왕성하게 업무에 열중하는 현직들에게 몇 가지 단어에 해설을 붙이고자 한다. 우선 ‘내가 없으면 안 되는 것’이 아니다. 나보다 더 잘할 담당자의 자리를 내가 차지하고 있다.

 

평생을 일해서 월급을 받는 달은 360개월 360번이다. 1년에 12번, 10년에 120번 받는다. 누구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끝까지 가면 59세이고 중간에 떠나는 이들도 많다. 공직에서 우리보다 어렵게 일하는 이들이 많다.

 

스스로 4년 계약직이라 생각한다는 도의원, 시의원, 군의원은 늘 선거가 부담이다. 공직에서 계약직 공무원은 1년 소신껏 일하고 다음 1년은 눈치보며 근무한다.

 

실국장과 부시장 부군수의 인사이동이 6개월마다 있으니 부단체장은 7월과 연말에 짐을 쌀 준비를 해야 한다.

 

젊은 공무원의 시간은 느리게 가지만 나이든 공직자의 세월은 아주 엄청 빠르게 달린다. 속도를 느끼며 일해야 한다.

 

 

고마운 이웃

 

수개월 서랍에 넣어둔 손목시계를 보니 노트북 시간과 딱 맞는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스마트폰에 시계가 있고 손목이 불편해서 방치 했었다.

 

어두운 서랍 속에서도 매시간 매초 정확히 움직였고 오늘 우연히 눈에 띄었다. 미안한 마음에 손목에 차고 있다. 이 손목시계처럼 우리를 위해 도움을 주고 있는 소중한 분들의 은혜를 다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이 세상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고마운 분들이 어디 한 두 분일까. 초등학생때 군인 아저씨에게 '이름도 성도 모르는 아저씨에게, 저는 청룡초등학교 4학년 이강석 입니다.‘라는 위문편지를 쓴 기억이 있다.

 

어려서 밤낮으로 나라를 지켜주는 군인 아저씨를 알았고 나이 커서 동네를 지키는 경찰관의 역할을 알았다. 밤에도 출동하는 119소방관을 이해했다.

 

나이들어 생각이 조금 넓어지니 우리의 삶을 도와주는 분들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24시간 전기, 가스를 공급해주고 인터넷 통신을 연결하는 분들이 있다.

 

버스, 전철, 택시를 타고 출근하고 퇴근한다. 차를 운전하면서 네비게이션을 만든 분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 요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의료진과 공무원들이 이처럼 고생을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파트 경비아저씨는 우리가 잠든 사이에 순찰을 돌고 화재 취약지역을 살핀다. 아마도 아파트 20층을 몇 번이고 바라볼 것이다. 새벽에 출근하고 등교하는 젊은이의 차량을 밀어 출차를 돕는다.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오시는 할머니를 엘리베이터까지 모신다. 매주 하루 재활용의 날에는 더 바쁘다. 수시로 나오는 폐기물 처리비를 깍자는 입주민에게 설득, 설명을 해야 한다.

 

우리의 삶을 도와주시는 분들이 참으로 많다. 식재료를 준비해주시는 모든 분들, 약을 만드는 분들, 아플 때 진찰하고 투약하고 치료해주시는 의료진도 고마운 분이다.

 

코로나19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만드는 분들도 소중하다. 환경을 지키는 파수꾼도 우리의 밝은 미래를 약속한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서랍속 시계처럼 남을 위해 묵묵히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모든 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바코드

 

마트에서 물건을 카트에 담아가면 케시어들이 부지런히 바코드를 찍는다. 바코드는 물건을 들어서 찍는 방식과 손에 바코드 총을 들고 빛으로 찍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대형마트에 가서 8개 정도의 제품을 고르면 넓은 카트위에 가지런히 바코드가 잘 보이게 정리하여 계산대에 가면 2분내에 통과할 수 있다.

 

한 줄로 세운 바코드를 케시어의 손권총으로 삑, 삑 8번 찍으면 계산 끝이다. 모니터에 리스트가 나오고 총액이 표시되면 즉시 카드 계산으로 끝낸다.

 

하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은 원하는 물건을 카트에 가득 담아 와서 계산대에 올린다. 오른손에 핸드폰을 들고 왼손으로 하나둘 옮긴다. 옆에서 보면 참 답답한 일이다.

 

그리고 케시어의 작업내용을 살펴보자. 왜 바코드는 제품 바닥이나 구석에 있는 것일까. 케시어들은 장갑을 끼고 바코드를 찾아내어 계산대에 스캔하고 넘기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더 힘들다. 밀려드는 손님들의 수북한 상품을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숨은 그림을 찾듯이 바코드를 펼쳐서 입력해야 한다.

 

한때 정부에서 핸드폰 배터리 짹과 전류용량을 통일하여 제조사에 관계 없이 충전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실제로는 잭의 모양이 다르고 전류도 달라서 호완이 어렵다.

 

가족끼리도 기종이 다르면 충전이 어렵고 어풀을 활용하는데도 기능성이 떨어진다. 마찬가지로 마트의 제품에 인쇄된 바코드는 크기도 다양하고 위치도 들쑥 날쑥이다.

 

아마도 카트를 가득 채운 제품의 바코드를 통째로 읽어내는 기술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미래기술이 도입되면 더 편리하겠지만 지금은 일일이 바코드를 찍어주어야 한다.

 

그래서 제안 드린다. 바코드 위치를 제품의 중앙으로 정하자. 한눈에 들어오도록 네모박스를 치고 노랑색 테두리로 표준화하자.

 

핸드폰 충전기의 전압과 암페어, 짹의 크기는 통일하지 못했지만 정부 공무원 몇 사람의 노력으로 바코드 위치를 중앙으로 통일시켜서 전국의 수많은 케시어의 노동량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 적국행정을 펼치는 공무원이 나서야 실현 가능한 일이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