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모음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답답한 직원&과묵한 후배

 

흔히 듣는 말로 술이 반병이나 남았다와 반병밖에 없다는 말의 결과는 200cc중에 100cc가 그 병에 담겨있다는 동의어이다. 관점과 입장에 따라서 표현방법이 다양하다.

 

술을 좋아하고 한잔 더 하고 싶은 주당에게는 반병밖에 남지 않은것이고 소주한잔도 힘든 사회초년생에게는 아직도 반병이나 남아있는 것이다. 그러니 세상사에 기준은 다양하다는 점을 미리 알고 사회생활을 시작하여야 한다.

 

 

사람을 평가하는 말로 시원시원하다고 하기도 하고 답답하다고 비판 하다가 과묵한 사람이라는 호평을 하기도 한다. 직장생활중에 주변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대화를 통해 소통하는 직원을 칭찬하는 경우에는 명랑쾌활하다고 하다가도 비판을 하는 경우에는 수다스럽다고 말을 바꾼다.

 

그리고 말수가 적은 직원에게 참 답답하다고 하다가도 다른이들의 칭찬에 동조하면서 '그 사람 참 과묵하다'고 호평으로 바꾼다. 답답한 사람이라 비판하다가 과묵하다 칭찬을 한다. 하지만 말이 적어도 소통하는 이가 있고 말이 많은데 중요한 소통에는 부족한이도 있다.

 

세상사 과공은 결례라 하지만 칭찬은 코끼리와 돌고래를 춤추게 한다. 적정한 칭찬은 동료와 부하를 신명하게 한다. 신바람을 내서 일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는 것이다.

 

자신의 일에 열중하다가도 동료와 후배가 오면 관심을 가지고 서류를 보고 눈을 마주치면서 소통하고 칭찬해 주어야 한다.

 

동료와 후배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작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사소한 정보를 이야기해도 적정한 리엑션으로 관심과 존재감을 키워 주어야 한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거나 ‘이미 아는 이야기’라고 말해버리면 듣는 이는 ‘면박’, ‘문전박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과거에 보고서를 받고 ‘두고 가세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정 없는 대응보다는 ‘어려운 작업을 잘 마치셨군요’라며 관심과 칭찬을 병행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잘한 일은 후배의 몫으로 돌리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는 상사가 되어야 한다. 반병밖에 안 되던 후배의 선배 사랑이 반병 이상 철철 넘쳐날 것이다.

 

메모와 벤치마킹

 

어느 회사의 직원들이 작은 메모수첩을 지니고 있다가 회사업무와 관련하여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석에서 메모를 했다가 사무실에 돌아와사 구체적인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 회사는 다양한 분야에서 생산성이 높아졌다.

 

이른바 분임조 연구활동도 출중해서 생산공정에서 불량을 줄이고 생산비용도 절감했다. 이 소식을 접한 경쟁사 사장님은 4배크기의 수첩을 만들어 전 사원에게 배부하고 아이디어를 모으라 했다.

직원들은 수첩, 전화기, 손수건 이외에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는 수첩을 들고 다니는 수고를 했을뿐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았다.

 

조선시대에 어느 농부가 풍년이 들어 나라님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수수엿을 직접 만들어 한양에 올라갔지만 성을 지키는 군사들이 들여보내주지 않아서 성곽아래에서 노숙을 하게 되었다.

 

영조나 정조로 추정하는 왕께서 민복을 하고 순찰을 하던중에 이 농부와 遭遇(조우)했고 기특한 이야기를 들은 왕은 성안에 들어갈 길을 일러주었다. 농부는 옥좌에 앉으신 임금을 만났고 좋은 벼슬을 받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인근마을 猝富(졸부) 영감이 수수 엿보다 비싼 찹쌀 엿을 준비해서 농부의 행색대로 연극을 벌였다. 왕의 야행을 만나기까지 여러 날을 기다려서 드디어 만났지만 다음날 아침 호랑이가 그려진 성곽문 앞에서 체포되어 고향으로 압송되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앞의 농부는 민복을 한 왕의 마지막 질문에 주먹을 날렸다. 민복으로 변장한 왕이 물었다.

 

“이 엿을 받으신 왕이 벼슬을 내리면 받겠는가?”

 

“ 네 받지요.”

 

벼슬이 계속 올라 우의정, 좌의정, 영의정에 이르렀다.

 

“그럼 왕을 물려주신다면 받겠는가?”

 

“이 나라의 왕은 한 분 뿐인데 어찌 배은망덕한 말을 하는가?”

 

왕에게 주먹질을 한 이유였다. 욕심쟁이 부자 영감은 마지막 이 이야기를 흘려들었다.

 

다른 이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발전적인 생각이겠으나 벤치마킹은 겉모습만 보게 된다. 그 속을 들여다보는 사려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

 

남들이 참외를 심어 돈을 벌었다고 하면 다음 해에는 오이나 수박을 심어야 한다는 경험 많은 촌로의 말씀과 통한다.

 

 

식사예절

 

술 잘 먹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 했다. 술을 마시든 못 마시든 執杯(집배)는 하라 했다. 집배란 술을 마시기 직전까지의 과정을 말한다.

 

잔을 들어 상대방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어르신의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린 후에 마시고 소리없이 잔을 내려놓아라. 처음에는 이른바 군기, 관기를 잡느라 술 마시는 절차를 어렵게 하나 생각했다.

 

사실 조선시대 제례나 각종 의례를 한자로 어렵게 해서 서민들이 독자적으로는 진행하지 못하고 양반들의 도움을 청하도록 했다는 설도 있지 아니한가.

 

글도 모르면서 어찌 제례, 혼례, 喪禮(상례)를 치르겠는가 '에헴'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하지만 선배들의 술기합(?)은 허세가 아님을 알게 된다.

 

살아가면서 익히는 주법은 6법으로 말하면 헌법이다. 헌법, 민법, 형법, 상법, 민사소상법, 형사소송법 중 최고봉이고 여기에 공무원은 주법을 추가하면 될 것이다.

 

주법을 익히면 모든 식사에서 안전하고 평안하다. 선배들은 술도 음식이라고 했다. 어쩌면 먹는 것중에 음주에서 조심할 요소가 가장 많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아침, 점심, 만찬, 회식에 많은 시간을 쓴다.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외식으로 갈비탕, 자장면, 냉면, 백반을 먹는다. 다양한 음식과 반찬이 나오니 그 먹는 방식도 모두 다르다. 국물을 먹으면서 후르륵거리지 마라.

 

생선을 먹으면서 뒤집지 마라. 반찬을 집었다 놓으면 동료들이 거북해 한다. 4명이 주문한 치킨 한 마리의 다리와 윙은 둘 뿐이니 자신의 서열을 생각하라.

 

매년 2월14일 밸런타인(valentine)데이와 3월14일 화이트 데이에 초콜릿이나 사탕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4월 14일에 자장면 등 검은색 음식을 먹는다.

 

시골 색시와 결혼한 새신랑의 신고식에는 청포묵이 나왔다. 굵은 나뭇가지로 만든 임시 젓가락으로 흐물거리는 묵을 먹으라 했다. 음식을 먹는 모습으로 상대를 평가 할 수 있음이다.

 

그러니 식사 중에 목표하는 반찬을 한 번에 낚아 올려 우아하게 먹어야 한다. 양가 상견례에서 신랑신부를 테스트 마지막 식사관문은 먹기 어렵고 가장 저렴한 자장면이었다. 돌돌 말아 입가에 묻지 않게 먹어야 한다.

 

 

행사의 주인공

 

우리는 행사의 의미보다 차려진 음식이나 행사장의 프랑카드, 무대 꾸밈에 더 비중을 두고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행사의 의미와 참석자에게 무게를 실어주는 느낌이 든다.

 

과거 평택군 주둔 미군들은 주민대표라면서 읍장을 메인에 배치하는 바람에 군수님을 뒷좌석에 모셔야 하는 읍사무소 총무계장의 고충이 컸다. 우리는 아직도 시민을 위한 행사를 개최한다면서 시장, 의장, 의원, 국회의원들을 위한 행사로 기울곤 한다.

 

행사를 주관하면서 두 번 국회의원 동선을 바꾼 일이 있다. 오산시에서 어떤 사정으로 뒤늦게 노인을 위한 행사를 개최하는 날에 폭염이 심했다.

 

인사말을 해야 하는데 본부석 양쪽에 설치된 遮日(차일)안에 자리하신 어르신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마이크를 들고 운동장 중앙으로 나갔다.

 

어르신들이 한눈에 보이고 어르신들의 시선에도 누가 인사말을 하는가 보실 수 있었다. 폭염이니 인사말은 짧았다. 이어서 국회의원이 인사말을 하였고 의장이 나왔다.

 

행사 시작은 그렇게 간단했다. 행사의 주인공은 어르신들이니 어른들의 입장과 눈높이에 맞춰서 진행한 것이다.

 

몇년 후에 안산시의 기업지원 8개 기관의 합동 체육행사를 주관하는 기회가 있었다. 역시 사정이 있어 수개월 연기되어 잡은 날인데 폭염의 강도가 높았다.

 

기관별 배치도가 지난번 오산시에서의 상황과 비슷했다. 역시 운동장으로 마이크 선을 끌고 나가서 인사했다. 국회의원, 의장님의 인사 말씀도 짧았고 명쾌했다. 젊은 참석자들이 진정성있는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직하는 공직 선배에게 전하는 패의 경우도 패에 새겨진 글, 문장이 중요한 것인데 은쟁반이냐 크리스탈이냐 나무판인가를 따진다.

 

중요한 것은 판 위에 새겨진 후배들의 송별의 정, 석별의 아쉬움을 적어낸 마음의 글이다.

국정감사, 행정사무 감사, 대정부 질의 중에 말이 막히면 ‘국민을 대신해서 질문한다’고 말한다. 답변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지적도 하게 된다.

 

하지만 정말로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도민을 대신해서 질문해야 한다. 도민과 국민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 ‘참정치인’이 우리에게 많아야 국민이 행복하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