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소재 크게 키우기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사무실 2층에서 내려다보니 다른 건물보다 층고가 높은 1층을 지나 2층 천정을 향해 올라오는 이름 모르는 외국 수종의 나무가 나무박스에 담겨 힘차게 용오름처럼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또 다른 어느 날 점심 식사 후 돌아오면서 이 나무가 심겨진 나무박스를 보니 흙이 내려앉고 옆에 어렵게 자리한 짜리몽땅한 2개의 줄기를 발견했다.

 

키 큰 나무와 키 작은 2개의 줄기가 나무박스 안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이 왠지 안타까워서 키 작은 묘목 둘은 다른 화분으로 옮겼다.

 

그리고 장비를 챙겨서 거름흙을 날라서 키 큰 나무 혼자 차지한 나무박스에 채우고 키 작은 나무를 옮겨 심은 화분에도 복토를 했다. 나중에 키 큰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링을 채우고 피아노 줄을 매서 잡아주고자 한다.

 

오픈된 현관에서 점심시간에 벌어진 이 상황을 본 동료들이 하나둘 모였다. 그리고 고참 직원이 이 나무의 유래를 설명했다. 우리 건물이 준공되고 기업의 본사가 입주하는 그해, 2003년 5월 29일에 입주식 축하하는 화분에 심겨진 나무였다.

 

 

15년이 흘러 180cm정도였던 나무의 키가 매년 20~30cm성장해서 526cm가 되어 2층 중간에 올라왔다. 레이저로 키를 측정했다. 그리고 최근에 이 나무의 설명문을 표찰로 만들어 매달아 주었다. 이 나무를 준공행사에 기증해 준 회사는 지금도 이곳에 함께하고 있다.

 

 

더불어 또 하나 몇 년 전에 정말로 잘 한 일을 소개하고자 한다. 2008년에 도청 주변 울타리의 무의미한 철조망을 걷어내고 정문과 후문의 기둥도 철거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업무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 몇 부서에 의견을 보내서 경기도청 현판은 1967년경 박정희 대통령이 쓰신 글씨이고 경기도의회 현판은 1993년 2월에 경기도의회 의원님이 청와대로 김영삼 대통령을 방문하여 받아온 글씨이니 역사적 의미를 담아 잘 보존하자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한 부서는 자신의 소관사항이 아니라 하고 다른 부서에서는 경기도청 현판은 1968~2009년이니 42년밖에(?) 안된 것이라서 보존 기준에 맞지 않다는 지극히 행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태어나서 90살을 먹고 매년 1살씩 줄어서 돌잔치 후 사망하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가 있다고 한다. 문화재적 가치가 처음부터 창출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땅속의 골동품이 300년 만에 나와야 박물관에 보존되는 것이 아닌 것이다.

 

토요일 오전 철거작업 일에 출근해서 공사 책임자에게 도청을 대표해서 동판을 잘 떼어서 인계해 줄 것을 간곡해 요청했다.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가서 부탁을 하여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도청, 도의회 현판을 받아서 총무과와 총무담당관실에 보냈다. 책임자가 잘 보관하라 전했다.

 

세월이 흐른 2018년 7월에 언론인과의 오찬 중에 현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기자정신 충만한 기자는 그 사진을 보내라 한 후 3시간 만에 동판의 소재지를 알려왔다.

 

경기도가 마련한 행정박물관에 잘 보관되어 있다. 가슴이 찡했다. 며칠 후 출근길에 경기도인재개발원으로 달려가서 동판을 만나보고 사진을 찍었다.

 

행정동우회 계간지에 글과 사진을 보냈다. 1980전후, 70代의 동우회 선배님들이 이 글을 보시면 경기도청에서 근무하신 지난날에 대한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실 것이다.

 

서울에 소재한 경기도청에서 근무하시다가 1966년부터 이사를 시작하여 1967년에 수원시에 경기도청을 공식 오픈하신 분들이 다수일 것입니다.

 

그 당시 경기도청이라는 글씨를 정문에 세우고 도시락 들고 출퇴근하시며 오로지 행정에만 매진하신 선배님들의 멋진 모습을 오늘 여기에 새겨본다.

 

지금 책상위의 종이 한 장이 100년 후에는 문화자료가 될 수도 있다. 1984년에 쓰던 타자기와 명찰, 명패는 경기도행정박물관에 모셔져 있다. 보존 보관하면 모든 것이 역사가 되고 사료가 된다.

 

그래서 생각했다. 작은 소재로 큰 이야기를 만들면 멋진 작가이고 흥미로운 일로 재미있는 글을 만들면 더 멋진 작가일지?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