誤字(오자)와 脫字(탈자)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글을 열심히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틀린 글자가 없어야 한다. 과거 활자를 뽑아서 책과 신문을 만들던 시절에 大統領(대통령)의 大자 자리에 犬자가 들어가 언론사 전체가 어려움을 겪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있다.

 

과거 활자 신문에서 '문'자 자리에 '곰'자가 잘못 들어간 경우도 보았다. 워드초기에 한자변환에서도 실수가 잦았다. 初代(초대)대통령인데 招待(초대)로 잘못 워딩하여 도지사까지 보고한 아찔한 순간도 기억하고 있다.

 

요즘에는 한자를 쓰는 경우 반드시 포털사이트의 사전을 검색하여 漢字(한자)가 정확한가 확인해 본다.

하지만 급하게 글을 쓰고 이미 쓴 글을 원고지 5매, 9.5매에 맞추기 위해 한글프로그램으로 계량을 하면 40자 길거나 20자가 짧다.

 

글자 수를 맞추기 위해 문장을 줄이거나 늘리다가 어색한 문장이 된다. 탈고를 하면서 다시 읽어도 자신이 쓴 글은 눈보다는 마음으로 읽어서인가 틀린 글자를 그냥 지나친다.

 

가끔 가족들에게 완성한 원고를 SNS로 보내서 교정을 보게 하지만 모바일 화면이 작으니 한글의 점과 ‘은’이나 ‘는’ 등 몇 가지 글씨의 경우 틀린 글자를 찾아내기 쉽지 않다.

 

현직에 근무할 때 어느 과의 자료를 바탕으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보내면 절대로 문구수정을 하지 않고 오탈자만 고쳐서 보내주었다. 보도자료 담당자를 신뢰한다는 좋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언론기사 제목 뿐 아니라 문구에 대해서도 비판이 있던 시절이라서 담당 부서에서조차 수정하지 않았다.

 

오탈자란 誤字(오자)와 脫字(탈자)를 말한다. 그런데 틀린 글자는 다른 이의 눈에 더 잘 들어온다. 남의 눈 티끌은 보면서 내 눈의 대들보는 보이지 않는다. 워딩 화면에서는 보이지 않던 틀린 글자가 인쇄된 후에는 얄미울 정도로 잘 보인다.

 

위딩에서 과거처럼 犬(大))자나 문(곰)자가 잘못 들어가는 일은 없지만 오탈자를 막는 지름길은 오직 필자의 마음속에 있다. 글 쓰는 이들은 오늘도 오탈자와 전쟁이다.

 

[誤脫字(오탈자)에 대한 이야기]

 

신문과 방송을 보면서 참으로 타이밍 맞게 기사를 쓴다고 감탄하는 일이 많았다. 이를 위해 애쓰시는 취재기자, 논설위원, 주필 어르신의 노고를 생각했다.

 

저녁 늦게 발생한 사건사고의 내용을 TV뉴스 밤 9시에 나온 것까지 다음날 새벽 신문기사로 올리는 열정을 보면서 취재기자와 편집기자, 출판부 직원들은 도대체 몇 시까지 일하는가 상상해 보았다. 그래서 나름 시의적절한 글을 쓰려고 생각을 골똘히 하곤 하는데 어쩌다가 시기에 맞는 글을 급하게 쓰면 오타를 내고 만다.

 

오타는 회식에서 말하면 고기를 태운 것이다. 편집과정에서 바로잡아 주시는 관계자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 몇 번은 인터넷판에 오르기 전에 수정하였지만 이 또한 바쁜 편집작업을 하는 분들에게는 크게 송구한 일이다.

 

정신을 차리고 두 번 세 번 자체교정을 보아야 하고 내용을 살펴야 하겠다. 글 내용이 중요하다지만 오탈자가 발생하면 독자에 대한 결례가 된다.

 

공직에 근무할 때 국장님 중에 보고서나 결재서류에서 오탈자가 나올때까지 서류를 넘기는 분이 있었다. 열심히 지문을 문지르며 보고서를 읽으시다가 틀린 글자가 나오면 모래속에서 砂金(사금)을 발견하신 듯 환한 표정으로 직원의 얼굴을 바라보신다.

 

직원이 송구한 마음에 죄송하다 말하면 곧바로 표지로 돌아가서 결재를 하시고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신다. '싸인펜' 결재 시절에 계장, 과장님은 결재서류의 중요내용에 체크√를 했다. 결재권자에게 중간 결재자 고심흔적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재창 도지사는 모든 문서를 꼼꼼히 검토하는 분으로 유명했다. 공관에서 심야에 결재하신 문서들이 비서실을 통해 사무실에 돌아왔다. 지방과 차석이 받은 결재서류에 도지사님의 수정이나 체크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차석은 앞에 소개한 국장님처럼 계속 서류를 넘겼고 거의 마지막 장, 市에서 올라온 서류의 틀린 자에서 ‘도지사님 체크’를 발견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앞으로 급하게 써낸 글이라도 세 번은 읽고 교정해서 ‘오탈자 제로’의 원고를 준비하고자 다짐한다. 미진한 업무는 보충, 보강하면 되지만 오탈자는 타버린 고기와 같아서 돌이킬 수 없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