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후공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출입기자나 특별히 언론인을 만나는 경우 우리 공무원은 늘 '先言後公'의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언론이 먼저요 공무원은 그 다음이라는 뜻으로서 일단 이 세상사 어디에나 적용될 말입니다.

 

즉 모든 일에 언론이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고 공무원은 독자 또는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언론의 비판과 指導鞭撻(지도편달)을 따르겠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언론에 항상 저자세를 취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공무원으로서 자신의 업무에 자신이 있다면 언론인과 당당하게 맞서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男性(남성)은 아버지이고 女性(여성)은 어머니이듯이 언론은 評價(평가)이고 행정은 執行(집행)입니다. 행정은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고 인가와 허가를 결정하여야 하는 아주 많은 가지 수의 일을 하여야 한다.

 

반면 언론은 자신들이 하는 사업은 적은 편이고 늘 기사를 통해 행정을 평가하고 비판하고 공무원을 계도합니다.

 

그래서 언론인은 일종의 직업병이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가 오면 짚신 장사 아들이 걱정이요 날씨가 청명 쾌청하면 나막신 장사아들 장사가 안 되니 걱정인 것은 부모마음이나 공무원 생각이나 같을 것입니다.

 

그런데 언론인은 비 오는 날 만난 아들이 나막신이냐 짚신이냐에 따라 그날의 평가가 다를 수 있습니다. 즉 취재를 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같은 사안도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弘報戰略(홍보전략)을 펴면 홍보기사가 되고 민원인이나 당사자인 國民(국민)이 어필하면 비판 기사가 될 수 있습니다. 범죄자가 늘어난 것을 보고도 문화부 기자가 보면 걱정이 되고 사회부 기자가 보면 요즘 경찰과 검찰이 열심히 일한다는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방차가 경적을 울리며 화재현장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본 사회부 기자는 요즘 소방공무원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평합니다.

 

반면 과학부 기자는 소방차 출동율이 현격히 낮아졌다는 자료를 바탕으로 소방 공무원의 防火(방화)활동의 성과가 높다는 주제로 特輯(특집) 기사를 쓸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기자는 자신의 판단과 전공, 개인적 소신에 의하여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술이 반병 밖에, 술이 반병이나"라는 2개의 기사를 쓸 수 있고 편집부 기자는 이 기사를 바탕으로 "折半(절반)의 失敗(실패)"라는 제목과 "절반의 成功(성공)"이라는 참으로 애매모호한 제목을 창조해 내는 것입니다.

 

반면 행정은 늘 90%이상의 성과를 올려야 하는 宿命(숙명)적 과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일단 일을 시작하면 6월말에는 50%를 달성해야 하고 11월말에 95%의 진도를 이끌어 내야 하는 것이 공무원의 임무입니다.

 

가장 힘든 경우는 부서에서, 또는 공무원 개인이 창의적으로 새로운 업무를 발굴하여 지난 2월부터 열심히 추진하고 있는데 언론으로부터 그 일이 70%밖에 진도 나가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다는 비판 기사를 맞았을 때입니다.

 

차라리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기사 날 일도 없었을 것이니 말입니다. 공무원에게 주어진 임무를 판단하는 기준을 찾아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일하지 않으면 비판 기사도 없는 것입니다. 매일매일 기사를 올려야 하는 기자로서는 공무원의 속마음까지 다 읽어내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공무원은 열심히 일하고 새로운 일을 발굴하여 국민을 행복하고 편안하고 행복하도록 힘써 勞力(노력)해야 한다. 언론도 공무원에게 走馬加鞭(주마가편)의 심정으로 크고 작은 비판을 하여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강원도 속초에서 출발하는 활어 수족관속에 상어새끼 한 마리를 넣어주면 활어 횟감 물고기들이 태백산맥을 넘을 때에도 기압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상어를 피해 수족관 안을 빙빙 돌면서 노량진 수산시장까지 활발하고 쌩쌩하게 달려온다는 말을 가슴에 새겨 볼만 합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