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 천국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1984년 6월 공무원 30명이 근무하는 사무실에는 대략 10개의 떨이가 있습니다. 과장님 자리에 2개(책상에 1, 소파에 1) 계장님 4분 자리에 4개, 차석과 고참 3석 자리에 비치된 재떨이를 합하면 7개 정도이므로 대략 11개가 놓여있습니다.

 

그리고 출근과 동시에 시작된 담배연기는 점심시간 전까지 이어지고 전화 벨소리와 떠들어대는 소리가 뽀얀 연기속에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오전 내내 나타났다가 점심시간에 잠시 사라지고 다시 오후 1시경에 나타납니다.

 

당시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이가 눈총을 받을 정도로 끽연가가 많았고 다른 이의 책상 위 담배 곽에서 2-3개피 꺼내가는 것은 如反掌(여반장), 茶飯事(다반사), 兵家常事(병가상사)였습니다.

 

그냥 그렇게 담배는 볼펜이나 타자기처럼 일상 사무용품 중 하나인 듯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남자 공무원과 여성공무원 모두가 다수당인 끽연당에게 밀려서 현실을 그렇게 받아들이고 살았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신입들은 담배심부름을 당연히 생각하였고 오히려 담배심부름 잔돈을 챙기는 것을 재미로 삼기도 하였습니다. 젊은 공무원들은 과장님, 계장님, 차석님 책상위 유리 재떨이를 비우고 티슈를 가로세로 깔아준 후 물 반 컵을 소로록 부어서 다시 셋팅하는 것을 아침 점심 저녁 일상의 공무상 임무(?)로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미안한 일입니다만 당시는 그랬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합니다.

 

한번은 계장님 책상 주변에 동료 계장님 여럿이 모여서 대화를 하던 중 전원이 동시에 담배를 물고 연기를 몰아주는 바람에 화재경보기가 울렸다고 합니다.

 

평소에서 천정을 바라보면 흰 연기가 구름처럼 올라가서 천정을 적시고 다시 빙빙 돌아 창문 구석에서 담배 댓진을 윤활유 삼아 뻐근하게 돌아가는 환풍기 날개에 산산히 부서져 저 창공으로 구름이 되어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당시에 일화는 담배 예찬론자에 의해 이렇게 만들어 졌습니다. 客對(객대) 초인사 = 손님을 만나 담배를 권하고 피우면 피우면서 대화를 시작하고 안피우면 본인만 피우겠다 양해를 구한 후 대화를 이어갑니다.

憂鬱(우울) 해소제 = 마음이 울쩍 할 때 담배 연기속에 무거운 마음을 담아 실어 창공으로 날려 보낸다는 말입니다.

 

食後(식후) 제일미 = 식사를 한 후 3분 내에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卽死(즉사)할 수도 있다는 농담을 하였습니다. 이외에도 용변중 제2미가 있고 또 다른 언급이 있습니다만 직접 연락을 주시면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이제 세월이 30년 흐른 2015년 끽연가의 실태를 보시니 어떠합니까. 참으로 처절합니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추운 겨울에도 사무실 가장 추운 구석에 가서 20대 40대 50대 모두가 담배친구가 되어 옹기종기 웅기중기하고 있습니다.

 

피우는 이보다 안 피우는 이가 다수당이 되어서 더 이상 담배심부름도 없고 유리 재떨이에 휴지를 깔아주는 일도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喫煙(끽연)의 권리를 주장하기도 합니다만 百害無益(백해무익)한 담배를 이제는 사무실에서 추방한 여세를 몰아 건물에서 내보내고 거리에서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한때 끽연당 당원의 한사람으로서 현재의 흡연하시는 분들께 권고합니다. 담배를 끊으셔야 합니다. 유명한 영화배우 ‘율브리너, Yul Brynner/ 1920~ 1985)’가 遺言(유언)했습니다.

 

“여러분 담배를 피우지 마세요. 정말로 담배와는 그만 이별하시기 바랍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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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