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벌과 나비와 꿀샘의 깊이

 

꽃잎이 깊은 이유는 벌·나비의 花粉(화분) 작업을 촉진하기 위함이다. 꽃 속의 꿀샘이 가까이 있으면 벌과 나비들은 꿀만 먹고 꽃가루 화분작업을 돕지 않게 될 것이다.

 

그래서 꽃들은 꽃가루를 흩트리도록 하기 위해 꿀샘을 꽃속 깊숙한 곳에 간직하고 벌과 나비를 기다리는 것이다.

 

벌과 나비는 깊은 꽃속의 꿀을 따내기 위해 몸부림을 쳐야하고 그 과정에서 꽃가루가 날려서 화분이 이루어지고 그 꽃은 열매를 맺는 것이다.

 

벌에게 그냥 꿀을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대가를 받아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식물의 꽃이 만드는 과학적 능력인 것이다.

 

▣ 가장 격한 욕설

 

땀을 내고 죽을 놈! 엄청난 욕이라고 합니다. 재수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말라리아인가 장티프스인가 열병이 있습니다. 최고조에 달하면 견디지 못하고 죽게 되는 병인데 마지막에 땀을 푸근히 흘리면 살아난다 합니다.

 

1982년 자동차 운전면허시험장에서 ‘합격·불합격’이 있었습니다. 운전면허 코스를 무사히 통과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시간초과에 걸리는 경우입니다. 당시에는 컴퓨터가 느려서 이같은 경우의 수가 발생했나 봅니다.

 

그래서 땀이 나는 순간에 죽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따라서 땀을 내고도 죽을 놈이라는 욕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심한 욕설입니다.

 

오라는 밧줄이라 수갑으로 쓰인 포승줄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오라질×이라는 욕이 있는데 이는 죄인이 되어 수갑 채워 잡혀가는 모습을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더 쎈 욕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오라를 뒤로 지고 앞으로 곡구라질 일입니다.

 

 

▣ 성냥개피 추억

 

어린시절 시골에서 장남감으로 활용된 것 중 하나가 성냥입니다. 작은 곽에서 시작하여 좀 큰 풍년표 성냥이 있고 할머니들이 자루에 담아 들고와서 파는 됫빡성냥이 있습니다.

 

미루나무를 잘게 쪼갠 나무가지에 불이 켜지는 황 조제물을 묻힌 것이 성냥이고 성냥딱지에 딱하고 비비면 파지직 하면서 불이 켜집니다. 그 성냥을 가지고 여러가지 모양 만들기 놀이를 하였습니다.

 

성냥개비로 HOTEL이라 쓰고 이 호텔에 불이 났는데 성냥 1개만을 움직여서 불을 끄라고 합니다. H의 가운데를 연결한 성냥개비를 들어내어 O자 아래에 붙이면 119TEL이 되니 소방서에 전화를 한다는 말입니다. 단순한 생각이지만 참 재미있었습니다.

 

어려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혼자서 성냥개비를 켜서 담배불을 붙이는데 일본인들은 3명 이상이 있어야 성냥개비 하나를 켜서 같이 쓰고 독일인들은 7명이 모여야 1개로 불을 붙인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마도 근검절약을 강조하기 위한 스토리텔링으로 생됩니다.

 

그리고 독일에 간 일본인 기술자가 용광로에서 철물을 꺼내는 적정 온도를 알기 위해 자신의 손가락을 넣었다든가, 독일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사망한 일본인 기술자의 유서에 내 몸속에 중요한 설계서가 들어있으니 잘 꺼내서 기술개발에 활용하도록 하라 했다는 이야기 또한 애국심을 진작시키는 누군가의 스토리였던 것으로 추정합니다.

 

 

▣ 시골집 전원주택

 

새마을운동 시절 시골집 전원주택 이야기다. 농촌에서 열심히 농사를 지어 소득을 올려 여유가 생기자 살던 집을 철거하고 밭 가운데 田園(전원) 양옥주택을 지었다.

 

자기 밭 산기슭에 자리한 전원주택은 빨간 벽돌에 보라색 담장으로 멋지게 꾸몄다. 아내는 집을 완성하자 자랑을 하고 싶어 서울 사는 친척에게 전화를 걸어 "새 집이 완성됐으니 한번 놀러와"라고 말했다.

 

서울 친척은 옛날 집을 알기에 버스를 타고 친척집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쉽게 찾은 옛집은 사라지고 새로운 집이 밭 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다.

 

먼저 울타리를 찾아봤다. 집이라는 것이 울타리가 있게 마련이고, 수수깡 벽을 따라가면 대문을 만나게 되니, 이 대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가겠다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사실 서울 사는 친척은 평소 아침 출근길에 대문에 인사하며 나오고 저녁에 퇴근해 집 앞에 도착하면 또 인사를 하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1970년대 서울집은 ‘보로꼬 울타리’ 위에 날카로운 유리 조각을 세워 도둑의 침입을 방지하는 要塞(요새)였다. 큰 대문은 설치하는 날 한 번 열고 며느리 장롱 들어오는 날 두 번 열고 대형 냉장고 입고(入庫)되는 날 세 번 여는 것이 전부였다.

 

일반적으로 작은 문을 하나 더 만들어 두었는데 이를 ‘개구멍’이라 해서 가로 50cm, 세로 110cm 정도여서 아침과 저녁에 허리를 구부리며 몸을 숙여 인사를 해야 드나들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니 서울 손님은 이른바

‘개구멍’은 아닐지라도 대짜 대문이 어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찾은 것이다.

 

결국 울타리도 없고 대문도 없는 양옥집 전원주택으로 들어갈 방도를 찾지 못한 서울 친척은 서울로 되돌아갔다.

 

당시엔 이장님 집에만 교환 전화기가 있어서 서울 손님은 연락할 방법도 없고 해서 집 주위를 서너 바퀴 빙빙 돌며 대문을 찾다 결국 들어가기를 포기하고 만 것이다.

 

양옥집에 올라서서 현관문을 열면 방으로 들어가도록 편리하게 집을 지었지만, 서울의 鐵甕城(철옹성) 집에 살던 손님은 대문 없이 현관으로 들어서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시골 친척은 다음 날 전화로 "어찌 어제 오신다더니 아니 오셨습니까?"라고 묻자, 서울 친척 말하길 "아니, 집을 지으면 대문을 달아야 들어가지 어디로 들어간단 말이오?"라고 말했다.

 

요즘 세대는 컴퓨터를 윈도우라 부른다. 대문을 거치지 말고 이사짐 나르듯 창문을 통해 넘나들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서울 친척집처럼 넓은 대문을 닫아두고 좁은 문으로 다닐 것이 아니라, 아파트 동호수만 알면 곧바로 15층 아파트 아들 방 창문으로 직행하라는 뜻으로 ‘윈도우’라는 작명이 나온 듯 여겨진다.

 

드론이라는 것도 나와 자잘한 배송품을 창문으로 날아와 문을 두드리고, 드론에 설치된 단말기에 카드를 대면 요금을 받고 영수증을 발급해주고, 바르르 떨면서 사무실을 향해 되돌아 간다고 한다.

 

더 이상 대문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에 우리는 아파트 철문은 단단히 잠그고, 창문마저 커튼으로 가리고 살고 있지는 않은가 걱정해 본다.

 

참으로 중요한 삶의 정보를 가득 실은 드론이 아파트 위에서 맴돌고 있는데도 말이다. 앞으론 혹시 모를 일이지만 물건을 주문하면 CD 한 장이 배송될 수도 있다. 소비자의 집에 있는 프린터에 연결해 배송받은 CD프

로그램을 구동시키면 원하는 장난감, 인형을 만들어 줄 수도 있다. 물류혁신을 이룰 수 있다.

 

이제는 기존 시장에서 옛날 방식으로 장사를 하려는 ‘레드오션’(Red ocean,이미 잘 알려져 있어 경쟁이 매우 치열해 붉은 피를 흘려야 하는 경쟁시장)을 버리고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블루오션’(Blue ocean, ‘미개척시장’이라고도 불리며 레드오션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그리고 전원주택을 짓는 일의 마무리는 창가에 드론 착륙장을 설치하는 일이며, 도시와 농촌이 차별되지 않는 미래를 지금 당장 준비하는 일은 모든 것을 뒤집어 생각하고 한 번 더 곱씹어 보는 혁신의 자세다.

 

지폐를 손가락으로 전달하는 시대가 아니라 손끝으로 톡 두드리는 모바일 화폐의 시대임을 한번 더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