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에서 가져갈 것들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이승에서 가져갈 것들

 

지금 저 밖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은 전생에 나와 어느정도 인연이 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전생에는 멀었던 이들이 가까운 가족이 된다고도 합니다만 아파트 놀이터에서 큰 소리로 떠들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이 아이들과 깊은 인연의 끈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생에서 돈 많은 자로 살다가 저승으로 간 부자 할아버지에게 배정된 방에서는 돼지죽 한그릇과 볏짚 한 단이 있었다고 합니다. 16살에 요절한 규수의 방에는 쌀 10섬 있더랍니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큰 목소리로 抗議(항의)를 했습니다. 내가 부자로 살다가 온 사람인데 여기에서 이런 빈약한 대우를 받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항변했습니다.

 

그러자 관리자가 帳簿(장부)를 들고와서 설명합니다. 여기에 적힌 대로 방에 넣어주었답니다.

 

할아버지의 삶은 이러했습니다. 길을 지나던 産母(산모)가 급하게 출산을 하게 되었다며 도움을 청하자 방이 아닌 마굿간에서 볏짚 한 단을 건네주며 여기서 解産(해산)하라 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남을 위한 보시라 해서 장부책에 올라있었습니다.

 

다음으로 돼지죽 한 바가지 사연은 있었습니다. 어느 겨울날 새벽에 돼지에게 죽을 주기 위해 밖으로 나오니 스님께서 托鉢(탁발)을 하십니다.

 

관세음보살 염불을 하시자 노인은 시끄럽다며 들고 있던 돼지죽을 스님의 머리에 뿌렸습니다. 이 또한 布施(보시)라 해서 치부책에 올라와 있습니다. 이후 한 번도 누구에게 자선을 베푼 바가 없는 노인이기에 방안에 배부된 것은 이것으로 마감되었습니다.

 

바로 옆방에 자리한 규수는 짧은 생애를 마치고 夭折(요절)하였지만 그 積善(적선)이 쌓이고 퍼져서 쌀 10섬에 이른 것이라고 합니다.

 

어려운 행인이 오면 쌀 한줌 퍼주고 스님께서 탁발을 오시면 두 손을 합장하고 쌀한바가지(표주박)를 스님의 등짐 자루속에 소르르 부어서 담아드렸습니다.

 

그 적선이 스님을 통해 다른 이에게 전해지고 행인의 고마운 마음이 이웃으로 퍼져서 福利(복리)의 複利(복리)가 붙어서 쌀 10섬에 이른 것이라고 합니다.

 

전생에서는 먼 사람이 만나 이생에서 부부, 부자, 모녀, 부녀, 모자가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생에서 행한 일들이 그대로 다음생에 복사되어서 적선한 만큼의 대우를 받으며 산다고 합니다.

 

더구나 이생에서 모은 재물을 가져가지 못합니다. 쌀 3천석이라면서 쌀알 한 숫가락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억만금이라면서 10원짜리 동전 3개를 지닐 수 있습니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습니다. 무엇도 넣을 것이 없으니 주머니가 필요치 않습니다. 염습의 끈은 나비넥타이처럼 고를 매지 않고 풀리지 않게 옥매듭을 만듭니다. 풀어볼 일이 없기에 그리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생에서 현생으로, 그리고 이 세상에서 70년, 혹은 80해를 살다가 다시 떠나갑니다. 이생에서 보시하고 적선한 만큼 내생에서 살아간다니 이생에서 우리가 해야 할일은 自明(자명)해졌습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