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과 철렵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鰍魚湯(추어탕)과 川獵(철렵)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웅덩이가 있습니다. 논 한가운데 자리한 이 웅덩이는 어른키 하나 반정도의 깊이의 물이 한가득하여 얼지 않습니다.

 

오히려 흰 안개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주변의 논바닥은 온통 얼음판이어서 스케이드, 썰매를 탑니다. 물론 스케이트는 서울서 할아버지댁에 놀러온 아이들의 필수장비이고 시골 아이들은 철사줄로 미끄럼을 창조해낸 썰매를 탑니다.

 

어른들이 이 웅덩이 물을 퍼내고 그속 진흙에서 사는 미꾸라지(미꾸리)를 잡습니다. 타래박이라는 물통에 4줄을 매서 2줄씩 당기는 것인데 그 박자는 4/4박자입니다. 빨라도 느려도 안되는 물푸기 박자가 있습니다.

 

 

그만한 통속에 그만큼의 물이 들어차면 당기는 속도와 위로 던지는 힘에의해 마치 양동이 크기의 네모난 물덩어리를 옮기고 던지는 듯 보입니다.

 

즉 액체 중의 대표인 물이 한 방울 흐트러짐이 없이 이동되는 것입니다. 물바가지를 연결한 팽팽한 줄은 마치 줄이 아니라 막대인양 꼬임없이 내려가고 물을 담은 양동이 속의 물은 마치 어항속의 물인양 미동없이 올라옵니다.

 

서빙고 동빙고의 얼음 덩어리처럼 물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웅덩이 주변 얼음판위에 던져진 후에야 자신이 물임을 깨닫고 바지직 하면서 흰 거품을 낸 후 퍼져서 더 낮은 곳으로 흘러갑니다.

 

물이 흐르듯 지켜야 한다는 것이 法(법)입니다. 法(법)이라는 한자를 풀면 水(수)~去(거)이니 세상하는 물이 흐르듯 하라는 것입니다. 즉,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고 공간이 있으면 채우고 다 차면 넘치게 됩니다.

 

소량의 물은 쉬우나 폭우가 내리면 강물이 되어 무섭게 흘러가면서 주변의 모든 것을 쓸어갑니다. 그래서 불난 자리에는 남은 것이 있지만 물이 쓸고가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물푸기 작업은 정중동의 勞動(노동)입니다. 노는 듯 보이지만 고도의 집중력과 팔의 근육 운동이 동반되는 스킬수준이 높은 작업입니다.

 

그래서 3번정도 2명씩 교대하여 물을 퍼냅니다. 맑은 물을 퍼내기 시작하였는데 30분 정도 지나면 바닥으로 들어가고 물바가지의 이동거리가 더 깊어집니다.

 

정중동으로 움직이던 청년들의 작업반경이 깊어지면서 허리를 굽혀 웅덩이에 빠질 듯 몸을 굽혔다가 으라차차 줄다리기 선수처럼 몸을 뒤로 졋혀 줍니다.

 

그리하여 바가지가 바닥을 스스르 긁어 올리면 물과 진흙이 함께 나오고 성격 급한 미꾸라지 한 두마리가 내던져진 얼음판 물덩이 흰색 泡沫(포말)을 타고 나타납니다.

 

영하의 기온에 알몸으로 내던져진 미꾸라지의 느린 몸짓이지만 아이들은 도망갈까 놓칠까 걱정하여 급한 손놀림으로 잡아 양동이에 넣습니다. 이즈음에 물을 퍼낸 웅덩이속 진흙을 삽으로 파기 시작합니다.

 

웅덩이 안에서 다른 양동에 잡은 미꾸라지를 담고 삽으로 퍼낸 흙을 웅덩이 밖의 얼음판에 내던지면 위에서는 막대기로 흙 속에 숨은 미꾸라지를 밀어내어 양동이에 담습니다.

 

운이 좋은 날에는 이런 작업으로 30~50마리 미꾸라지를 잡고 행운의 날에는 뱀장어 2마리를 얻기도 합니다. 뱀장어는 회색과 흰색이 '그라이데이션'디자인을 창조하고 있습니다. 적정하게 채색되어 있습니다. 뱀처럼 무섭지도 않고 장어처럼 검지도 않은 뱀과 장어의 장점만을 따온 모습입니다.

 

작업을 마친 일행은 1차 맑은 물에 미꾸라지를 씻은 후에 물을 버리고 좁은 양동이 가득한 미꾸라지 위에 왕소금을 뿌려줍니다.

 

민물에 익숙한 미꾸라지들이 소금을 맞으면 서로 몸을 비비고 난리가 납니다. 스스로 몸을 세신하고 소금물로 토해내니 이를 해감이라 합니다.

 

바다에서 잡은 조개를 소금물에 담가서 몸속의 진흙을 스스로 토해내도록 하는 해감의 원리입니다. 놋쇠젓가락을 넣고 소금을 뿌린 후 검은 천이나 검정비닐로 덮어주면 조개들은 몸속 뻘흙을 모두 배출합니다.

 

이후 미꾸라지 조리과정은 붕어를 이용한 추어탕의 예를 따르면 됩니다. 푹 고아서 갈아내기도 하고 튀겨서 먹기도 합니다만 된장, 고추장, 파, 마늘, 생강을 넣고 끓인 매운탕, 추어탕이 제격입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