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외삼촌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옛말에 처삼촌 벌초하듯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유교시절 처가를 멀리하던 사상과 세도정치에 신물이 났던바에서 생성된 말인가 생각합니다.

 

妻 三寸(처삼촌)의 묘를 벌초하는 사위가 흔하지 않을 것이지만 여건이 그래서 처삼촌 벌초를 한다면 지극정성으로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처삼촌이면 아내의 작은 아버지나 큰아버지이니 나이 20대후반에 알게 된 분이거나 이미 아내를 만나기 전에 돌아가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외할머니 떡도 커야 사먹는다'는 애교섞인 속담이 있습니다만 동시에 외삼촌 소에서 남겨 먹지 않으면 남길 곳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우선 외할머니 떡도 가격이 맞아야 구매한다는 말입니다.

 

친인척으로부터 납품을 받는다 해도 정품이 완벽하게 오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아는 사람이라 해도 납품이 제 때에 안되거나 품질이 떨어지면 언제라도 거래를 끊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안성맞춤이라는 말은 '안성유기맞춤'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과거 안성지역에서는 유기를 만드는 장인들이 많았습니다. 방자유기란 놋쇠와 합금을 두드려 얇게 펴고 이를 접시, 밥그릇, 국그릇 등 그릇을 말합니다.

 

한양의 사대부들이 딸을 시집 보낼때 안성 鍮器(유기)장인에게 필요한 만큼을 주문했고 제날짜에 훌륭한 제품을 정확히 납품했으므로 '안성유기맞춤'에 대한 신뢰가 높았습니다.

 

지금도 집안에 가구를 들이거나 소품을 구매하여 설치하는데 딸 들어맞으면 '안성맞춤'이라며 좋아합니다. 직장인으로 치면 적재적소라는 말과 통할 것입니다.

 

공직에서는 適材適所(적재적소)도 중요합니다만 요즘에는 '拔擢(발탁)'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직원을 요직에 중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발탁도 그 사람 전부를 평가하지는 못하는 현실적인 상황도 반영해 주어야 합니다.

 

민원실에 근무하면서 혁신적인 일을 해내기는 어렵습니다. 고작해야 친절한 공무원이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건설부서, 세무, 건축, 환경, 기획 부서에서는 조금만 발전시켜도 획기적인 혁신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현직 공무원이라면 이른바 평온한 부서를 고집하지 말고 어렵고 거친 3D부서를 자원해서 창의적인 노력으로 큰 성과를 내는데 힘쓰시기 바랍니다.

 

외삼촌 소에서 남기지 않으면 남길 곳이 없다는 말은 소장수의 직업정신입니다. 소장수는 팔려는 소는 싸게 부르고 사려는 사람에게는 좋은 소이니 비싸게 사라고 중개를 합니다.

 

그래서 소를 팔기전에 여물(소먹이)을 많이 먹여서 배가 탱탱하게 부풀렸습니다. 따라서 소를 사는 사람은 시간을 끌어서 소의 팽팽하고 뽈룩한 배가 꺼지기를 기다렸습니다. 결국 양측의 경쟁은 수시간 후에 적정선에서 결정이 됩니다.

 

이때 소장수는 외삼촌이 소를 파는 경우 저렴하게 평가하고 소를 사려는 외삼촌에게는 비싸게 받아내어 차액을 챙겨갑니다. 어느 경우에나 남겨 먹으면서 손해본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살펴보면 가장 친한듯 보이는 외참촌이 소를 사거나 파는 경우에서도 남겨 먹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소장수가 외삼촌 소에서 남기기 않으면 이윤을 챙길 곳이 없다고 했으니 다른 이에게서는 더 많이 남겼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장사꾼이 손해 보았다, 노인이 죽고싶다, 노처녀 시집가지 않는다’는 말은 대한민국 3대 거짓말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거짓말은 88세 노인이 '내가 평생에 거짓말이라고는 안 해본 사람'이라는 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거짓말 대장은 따로 있다고 합니다만 글로 쓰지는 못하겠습니다.

 

세월이 흘러 慕溪(모계)사회가 되었고 사회적으로 남녀평등은 물론 시부모 외가 등 모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존경받고 사랑받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더 이상 외삼촌 소장수의 상거래, 외할머니 떡장수 이야기, 처삼촌 벌초이야기는 없어져야 할 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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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