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는 오복인가요?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아마도 초등 4학년경(1968)에 유치가 빠지고 새 치아가 나서 막 자리를 잡을 즈음에 앞니 하나가 부러졌습니다. 시골에는 당시 소 잔등에 새끼로 망을 엮는 구조물을 올려서 두엄(퇴비)를 실어날랐습니다.

 

과수원에 도착하면 그물망 아래에 끼워놓은 가느다란 막대기 2개를 동시에 빼줍니다. 균형을 잡아야 하기에 동시에 타이밍이 맞아야 합니다. 소잔등에 올려진 두엄은 막대를 빼는 순간 바다에서 어망아래 줄을 풀어 고기를 갑판에 풀어내듯 스르르 쏫아져 내립니다.

 

그런데 아저씨가 그 막대를 빼는 순간에 뒷편으로 지나가다가 그만 아저씨의 팔꿈치에 턱이 치이고 그 순간 입안에 작은 자갈같은 돌같은 물질이 느껴졌습니다.

 

이 한 개 부러진 것입니다. 그리고 세월은 더 흘러서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에 수원시에 소재한 어느 치과에 가서 반쪽 남은 것을 발치합니다. 아주 깊이 박힌 반토막 이발을 빼내느라 치과선생님이 보조자와 함께 고생을 하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초등 6학년 겨울방학에 서울 성동구 금호동 이모부님이 운영하시는 '시민치과'에 가서 당시 듣기로 '산브로찌'라는 치아를 보철합니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6년을 다지고 공직 2년을 근무한 1979년 봄에 치아가 더 자라난 듯 보철이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파출소 순경아저씨와 이야기중 치아가 빠졌다는 자랑(?)을 하였더니 그날로 수원시 신풍동 어느 골목길을 안내해 주셨습니다.

 

 

당시 말로 '야매'라 해서 치과 기공소 아저씨들이 간단하게 보철하는 것은 직접 처리해 주시는 것입니다. 요즘에는 치과의사도 보철과 턱관절 관리 등 치과내에 科(과)가 더 세분류되었습니다만 당시에는 갈아내고 끼워서 누르면 보철이었습니다. 요즘 의료보험 되는 스케링이라는 것도 잘 몰랐습니다.

 

이렇게 해서 야매로 입안에 들어온 치아는 1979년부터 2016년까지 37년동안 참으로 잘 버텨주었습니다. 단단한 복숭아를 바지직 물어 제끼고 큼직한 사과도 한이빨이면 반으로 쪼개지는 정도였으니까요. 일하다 심심하면 볼펜을 물고 늘어지는 것도 그 야매 보철이빨이 하는 일입니다.

 

줄로 매다는 전문가로서 낚시줄을 맬때에도 이 보철이빨이 물어 제끼는 것입니다. 참으로 하는 일이 많은 '야매이빨'입니다.

 

다만 이 보철치아는 회색입니다. 하얀 이빨과는 확인하게 다른 색을 딘 철책입니다. 그래서 양치를 하거나 스스로 거울을 보면서 웃으면 늘 그 회색의 미소가 어색하게 반겨주었습니다. 아내는 늘 회색 치아를 보는 것이 불편했습니다. 아이들도 아빠의 얼굴에서 가장 약한 부분이 치아라고 생각했다 합니다.

 

양치만큼은 열심히 하고 술에 취해 돌아오면 아이들과 아내는 양치질을 하라고 성화를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열심히 양치질 한 것이 누적되어 어금니쪽에 양치질 흔적이 남게 되었습니다.

 

잇몸과 어금니 사이에 치솔질에 의해 닳아서 함몰된 부분이 혀로 느껴지는 것입니다. 스케링을 하면 닥터는 이대로 방치하면 이가 시리고 심한 경우 순간적으로 어금니가 뚝하고 부러질 수 있다는 경고를 합니다.

 

그래서 서울 강남에 있는 딸아이가 치아 교정중인 치과병원에 가서 "레진"이라는 시술을 받았습니다. 함몰된 부분에 특수 플라스틱을 녹여넣는 시술입니다. 더 이상 깍여나가지 않도록 보강공사를 한 것입니다. 잇몸과 치아사이에 펜스를 치고 첨단 플라스틱 재질을 녹여서 바르는 것 같았습니다. 일주일이 지나자 이제는 내 잇몸인 것처럼 깔끔해 졌습니다. 양치 후 혀로 느껴지는 함몰된 허무감도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치과의 사무장은 영업사원입니다. 전에 스케링을 받을 때마다 모든 치과 사무장의 표적이고 먹잇감이 되었던 앞니 회색 보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같은 색으로 치아를 바꾸는 기술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소장수 팔고사듯이 흥정이 시작되어 공급과 수요에 의한 가격이 결정되었습니다. 100만원이 넘지 않으니 비싼 것은 아니라는 사무장 방식의 논리를 폅니다.

 

우선 당장에 보조 보철을 만들기 위한 틀을 뜹니다. 전에도 틀을 떠본 기억에 그 특유의 느끼한 향은 아직도 그대로 입니다. 주황색 반죽을 입에 물고 3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굳어서 치아와 잇몸의 형상이 나옵니다. 거기에 다른 물질을 주물로 넣어서 보조치아를 만든다 했습니다.

 

다시 일주일 후 예약된 시각에 치과의자에 올라 오랜 세월 함께한 회색 보철을 제거하였습니다. 수십년 함께하여 신체의 일부가 된 보철이기에 잇몸에 마취주사를 한 후 가운데를 갈아서 쪼개어 빼냈습니다. 이 작은 금속조각으로 수십년 음식을 먹고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회색의 치아를 자랑하였던 것입니다.

 

보철을 바꿔야 한다는 사무장과 아내의 주장에 반대를 했었습니다. 치아는 튼튼하면 되는 것이지 색은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가끔 60-70세 할머니를 TV에서 보면 여러 대의 회색, 금색 보철을 하신 분을 만나게 됩니다. 음식을 먹고 입가를 안정시키는 기능을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내와 아내편이 된 사무장은 얼굴에서 가장 거슬리는 부분이라면서 기본 본인 치아와 색이 같은 보철기술의 최고봉을 보여주겠다며 적극 권유하는 바람에 치아의 본을 뜨고 회색보철을 제거하고 잇몸이 안정을 찾을때까지 가짜 보철을 셋팅한 것입니다.

 

가짜라지만 내 몸의 일부가 되어서 그냥 그대로 2~3년은 버틸 것 같습니다만 양치를 하고 다시 거울을 보니 조금 색상 차이는 있지만 옥수수처럼 줄이 맞는 잇몸과 치열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다음주에 제색을 맞춰 보철을 마치고 나면 생끗이 웃을때 늘 먼저 나타나던 회색 보철은 사라지고 색상이 99% 비슷한 새 보철이 자리를 대신 할 것입니다.

 

하지만 20년 함께한 크레도스6085를 추모하는 글로 아쉬움을 함께한 것처럼 20년이상 37년동안 함께한 회색 보철이의 노고를 잊지 않도록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회색 보철이 안녕!!!!! 수고 많이 했구먼 보철씨!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