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아이디어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아주 오래된 벨트(혁대)를 매고 마트에 갔으므로 오늘은 반드시 이 고장난 골동품 벨트를 버리고 새것을 마련하겠다는 결심을 보이기 위해 매장에 들어가기 전에 벨트를 풀러서 쓰레기통 재활용함에 넣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안으로들어가 벨트를 골랐습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아주 저렴한 벨트는 창구에서 계산을 하기 전에는 허리에 맬 수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부품을 풀어서 허리에 매고 나가다가 멈칫 풀어서 계산대에 올린다면 이는 절반 이상은 절도의 저의가 깔려있다고 보일 것입니다. 그래서 벨트는 골랐지만 자구만 바지가 내려가려는 것을 잡고서 올리고 다시 내려가기를 반복하였습니다.

 

이를 본 아내가 그것 하나를 얼른 계산하고 다시 들어오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2층 옷매장, 1층 식재료 매장을 1시간 정도 돌아다니고, 최근 사랑이빨을 뺀 따님의 부드러운 식단도 마련해야 하는 등 오늘 마트 쇼핑은 어느때보다 큰 의미가 있는 날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1시간 이상을 허리옷을 잡고 마트를 다닌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미 재활용함에 버린 약간 불량품 벨트를 다시 데려올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지요.

 

결국 아내의 재치로 일단 계산대에서 벨트값을 내니 바클에 채워진 장치를 자석의 힘으로 빼내주기에 상표는 그대로 매단체 바지에 셋팅하여 편안하게 패션을 완성하였습니다.

 

세상사 미리미리 점검하고 현장을 체크해야 한다는 사실을 거듭 깨닫게 되었습니다. 행사장에 가서 주관 부서가 써 준대로 다 읽으면 절대로 안 될 그런 분위기가 있습니다. 오히려 참석하신 중요인사들을 소개하는 것이 당사자나 참석자들이 의미있고 보람차게 생각하시는 경우가 더 많은 것입니다.

 

다시한번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순간적으로 선 계산하고 다시 들어온다는 그 아이디어를 아내보다 먼저 생각해 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아내덕에 이 세상 편안하게 산다는 공개적인 글로서 아내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가정사 이제 와서 뭣이 그리 중헌디???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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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