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영회 고사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春秋五覇(춘추오패)의 한 사람인 초나라 장왕의 리더십을 소개한다. 장왕은 신하들을 불러 연회를 베풀었다. 갑자기 광풍이 불어 연회장의 불이 모두 꺼지고 만다. 그 순간 한 신하가 춘심을 못 이겨 왕의 애첩을 농락하고 말았다.

 

애첩은 신하의 갓끈을 잡아 뜯고서는 범인을 색출해달라고 장왕에게 하소연했다. 하지만 장왕은 사사로운 일로 신하를 벌하면 안 됨을 익히 아는 현명함을 지녔기에, 연회에 참석한 모든 신하에게 다음과 같이 명했다.

 

"오늘 이렇게 즐거운 연회자리에서 과인과 함께 술을 마시는데, 갓끈이 끊어지지 않은 이는 제대로 즐기지 않은 것으로 알겠소"

 

 

명에 따라 신하들은 모두 자신의 갓끈을 끊어버렸다. 이후 연회장에 불이 켜졌지만 신하들의 갓끈이 모두 잘린 상태였기에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었다.

 

몇 년 후, 초나라는 진나라와 전쟁을 하였다. 누구보다 앞장서 적을 격퇴하는 뛰어난 장수가 있었는데, 장왕이 그를 불러 죽음도 불사하고 용맹하게 싸운 연유를 물었다. 이에 장수는 과거 자신의 허물을 덮어준 장왕의 은혜에 보답한 것일 뿐이라고 답하였다.

 

이는 유명한 絶纓之會(절영지회)의 故事(고사)이다. 장왕이 눈앞의 애첩에만 정신줄을 놓고 있었다면, 아마도 <사기>에 기록된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다.

 

리더가 보여준 관용과 포용력은 결국 사람을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었고, 장왕을 춘추오패 중 일인으로 등극하도록 만든 신의 한 수였던 셈이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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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