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의 자살 기사를 보고 곧바로 포털사이트를 검색하였습니다. 출생 1960년 1월 10일-사망 2017년 10월10일. 자살했다는 기사가 올랐을 뿐인데 포털사이트 인적사항 담당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사망 날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호적이나 주민등록이 아닌 포털의 인적사항 검색창인데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사에는 시간과 순서를 조정, 조절해야 하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동네 의원의 名醫(명의)는 환자보다 환자를 모시고 온 분을 보고 진료 내용을 달리한다고 합니다.
며느리가 모시고 온 시아버지, 시어머니는 일주일치 처방을 한 후 푹 쉬시라 하고 딸이 모시고 온 친정 아버지와 친정어머니이면 3일치 약을 주고 다시 오시라 한다는 말입니다.
시골에서 올라오신 시아버지 시어머니는 오늘 7일치 약타시고 내려가시도록 하는 닥터의 처방이고, 딸이 모시고 온 경우에는 3일간 딸 집에서 쉰 후에 다시 오셔서 진료를 받고 약을 타시라는 配慮(배려)라고 합니다.
딸 집이라도 일주일치 약 타고 그냥 머물기에는 사위 눈치가 보일 것이니 3일씩 나누어서 3일이라도 딸 집에 머무시도록 하자는 조처인 것입니다.
의사의 처방과 진료가 병을 낫게 하겠지만 동시에 딸 집에서 행복하게 지내시면 진료 효과가 배가된다고 보시는 것 같습니다.
미국 영화에 보면 주인공의 멘트에 '좋은 소식 하나와 나쁜 소식 둘이 있는데 어느것부터 이야기 할까?'라고 묻습니다. 대부분이 좋은 소식을 먼저 듣자고 합니다.
사실 이런 멘트를 준비한 것은 아주 대단히 기쁜 일을 전할때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회는 늘 나쁜 것을 먼저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민원인을 만나 대화를 하면서 우리는 늘 안되는 것을 먼저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1인 민원이든 다수인이 관련되는 사안이든 대화를 하면서 되는 사안부터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한 전략입니다.
5가지 요구사항 중에 안되는 것을 제일 먼저 말하면 대화가 결렬되는 것입니다. 우선 되는 것 3가지를 말하고 나서 안 되는 2가지를 설명하는 순서의 조율이 필요합니다.
행정이든 공기관이든 일반기업이든 어디에나 행정업무, 경영간리, 영업활동이 있습니다. 형식과 의전을 강조할 것인가 효율성과 수익에 비중을 둘 것인가에 대한 여러가지 고민이 있습니다만 분야에 따라 보스의 성품에 따라 조직문화가 각기 다르고 그 속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만나게 됩니다.
대표적인 보스문화가 챠량입니다. 3.1절, 8.15 행사나 과거의 무슨 결의대회 등 도 단위 큰 행사가 공설운동장이나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면 안과 밖은 정중동입니다.
안에서는 의전상 자리 배치로 공무원과 수행원간에 실갱이가 벌어지고 있고 밖에서는 주차관리원과 운전자간에 경쟁이 심각하여 도를 넘고 있습니다.
호르라기도 완장 중 하나이겠으나 복잡한 차량의 물결속에서 호르라기 소리는 이른바 '찻잔 속의 파도'일뿐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고 호르라기를 부는 그 사람의 볼만 아프고 나중에는 입안만 얼얼할 것입니다.
그래도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호르라기를 불어 대고 경광등을 흔들어 오른팔 안에 알이 밸 지경입니다. 저녁에는 뿌리는 파스라도 발라주어야 할 것입니다.
행사장에서의 자리배치는 나름 儀典(의전) 편람이라는 것이 있어서 대략 도지사, 의장, 교육감, 국회의원, 시장, 도의원, 기관단체장, 시의원, 시단위 단체장 등 순서가 있다 할 것이고 이분들 스스로 나름의 서열정리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밖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모두가 시커먼 차, 번쩍이는 광택을 자랑하는 차량에는 임의의 차량번호가 있을뿐입니다.
그러니 행사 종료 15분 전부터 주차장은 또다시 전쟁이 시작됩니다. 도착하실 때는 수 십초씩 시차가 있지만 종료예정시각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것이니 '준비 땅~~~'입니다. 부릉부릉 거리면서 현관의 중앙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현장에서 행사종료 10분 이상 남은 시각에 현관 가까이에 차를 가져오는 이유를 들어보았습니다. "우리 영감이 급한 일이 있습니다.", "우리 영감님이 한 성격 하십니다" 대략 이런 말이 들려옵니다.
기관단체장님들의 급하신 용무는 다음 행사장에 가시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 행사에 오시는 분들도 오늘이 3.1절, 광복절인 것을 아십니다. 행사에 들러 오시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누구나 계량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3분정도가 급해서 차량을 현관에 몰고 들어와 다른 차량에 불편을 줄 정도로 화급한 것인가 생각해 봅니다.
현관에서 출발 경쟁을 벌이는 저 차량이 어느 어르신, 어떤 영감님 차인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장 근무자들은 알고 있습니다. 차량번호보다는 운전자 얼굴과 '영감님'이 매칭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가지 생각은 차량의 잘 보이는 자리에 기관단체장 명칭, 영감님 기관 단체명을 적어주었으면 합니다. 명예와 자존을 중시하시는 '영감님'의 입장에서 빠른 출발 3분에 그것을 버리지 않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繁文縟禮(번문욕례)라는 행정용어가 있습니다. 레드테잎이라고 말합니다. 연설문이나 보고서를 붉은 테잎으로 포장하여 올리는 것을 비판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형식에 치우친 나머지 실속이 없거나 지나치게 과도한 포장을 하여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경우를 통칭합니다.
[繁文縟禮] 繁번성할 번/文 글월 문/縟 꾸밀 욕/禮 예도 례(예) = 문(文)도 번거롭고 예(禮)도 번거롭다는 뜻으로, 규칙(規則), 예절(禮節), 절차(節次) 따위가 번거롭고 까다로움. [red-tape] 관료적인, 관공서식의, 형식주의적인.
우리가 행정을 하는 추진하는 중에 합리적인 조정과 결정을 도모하기 위한 위원회가 많이 있습니다. 이른바 행정의 독단을 막는다는 의미와 입법취지가 있을 것입니다.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참석해 보니 외부의 학계, 과학계 등의 전문가 의견에 金科玉條(금과옥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경미한 사안이지만 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경우에는 '서면결의'라는 약식제도가 있습니다.
이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담당자가 일주일 동안 20명의 위원을 만나기 위해 사무실에 약속을 하고 근무시간에 찾아가거나 저녁에 자택으로 방문하기도 합니다.
순로 동선을 따라가면서 서명을 받으면 편리할 것이지만 중간의 어느 위원님은 약속시간이나 날짜가 달라서 그 구간을 한 번 더 차로 달려가야 합니다.
이에 대한 두 가지 개선안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나는 위원님 동선 중에 해당기관 인근을 지나는 경우 사무실에 들러서 서류를 검토하고 서명을 하도록 한 후에 최소한의 수당을 지급하는 것입니다. 서면결의는 위원회 참석수당을 지급하지 않습니다.
위원으로 활동하시는 분이니 사무실에서 담당과장, 팀장과 업무에 대한 간단한 자문을 한 후 서면결의에 서명하도록 하고 반액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담당자의 시간과 차량운행 등의 비용과 상쇄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SNS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결국 서면으로 받은 자료가 전자결재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스캔'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실무자가 스캔하는 것이나 위원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서면결의서에 서명하고 날인하여 SNS(카톡, 문자), E-Mail 등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붉은 도장과 청색 싸인펜이 들어가면 더욱 서류스러울 것입니다.
의견 개진하고 서명하는데 15초면 될 일을 수시간 차를 타고 와서 기다리고 서명받아 가는 '서면결의'가 아니라 'SNS결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정하고 담당자 보다는 위원회 위원님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번문욕례 + red tape를 매는 형식보다는 효율성과 기능성에 방점을 두자는 의견입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