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과 곰#신혼부부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마늘과 곰과 사람

 

곰을 사람으로 만든 마늘을 200알 구매했습니다. 과일이나 뿌리 작물은 100개단위로 묶어서 1접이라 합니다. 100개를 칭하는 단위입니다.

 

분홍색 망사자루 1봉이 50알이고 2개가 1접입니다. 하나둘 깔끔하게 정리하는 데는 노동보다는 시간입니다. 1시간30분 작업을 하고 일어나려니 허리가 펴지지 않습니다. 장단지가 땅겨서 어렵게 일어났습니다.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색의 마늘 통에서 뽀얀 마늘이 소록소록 쌓이는 것을 보면서 소출이 잘 나는 것에 재매,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이른바 알토란 같은 일입니다. 알토란이란 껍찔을 벗겨낸 뽀얀 토론 뿌리를 말합니다.

 

마늘까기 작업을 하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곰은 마늘을 먹으며 버텨서 웅녀로 환생했습니다. 호랑이는 성격이 급해서 동굴을 뛰쳐나오는 바람에 사람에 이르지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호랑이에게는 ‘호인’이라는 칭호가 있습니다.

 

 

머리는 호랑이이고 몸은 인간인 종족을 호인이라 합니다. 사람으로 변신한 호랑이를 말하는데 언뜻 보면 완전한 사람의 모습이지만, 발꿈치가 없어서 구별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굴속에서 곰은 쑥과 마늘을 먹고 熊女(웅녀)가 되었지만 호랑이는 이 굴이 금연구역인 관계로 담배피우러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지 않았다고도 합니다. 정말로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 깨가 쏟아지는 신혼부부

 

흔히 신혼부부에게 깨가 쏟아진다는 말을 합니다. 농부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특히 참깨 농사를 지어 여물어갈 즈음에 낫으로 베어서 하나둘 묶어 세워서 가을 태양에 말려줍니다.

 

다 말랐다 싶은 어느 날에 할머니는 검은 천을 넓게 펼치고 세워진 그대로 검은 벌판 천위로 수평이동시킨 후에 묶음을 뒤집어 톡톡 지팡이로 두드려줍니다.

 

검은 천위로 흰색의 참깨알이 소르륵 떨어져 비오 듯 쌓이는 모습을 본 농부는 힐링이 됩니다. 수확의 기쁨이고 행복 그 자체입니다.

 

깨알이 씨방에서 빼곡하게 들어찬 모습이 신혼부부가 좁은 방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과 같아서 '깨가 쏟아진다'고도 합니다.

 

농부가 깨를 털면서 행복해 하는 것을 사랑하는 남녀가 부부가되어 함께 살면서 삶의 행복을 느끼는 것에 비유해준 것입니다.

 

신혼살이가 더 행복할 것이니 농부가 깨를 터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요. 하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이룩하는 행복도 신혼의 행복 근처에는 이를 것입니다. 더구나 무엇엔가 집중하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이고 기쁨이며 희열이니까요.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