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곰, 산토끼, 다람쥐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호랑이 굴

 

고도의 상상을 동원하여 호랑이를 잡아보겠습니다. 호랑이는 깊은 산속에 있는 영물이므로 준비가 많이 필요합니다. 우선 토끼 한 마리를 꿀과 참기름에 비벼서 매끄럽게 합니다.

 

그리고 오리 잡을 때 남은 황색 빨랫줄로 기름 칠한 반질반질한 토끼의 허리를 묶어주고 그 줄에도 참기름을 듬뿍 칠해줍니다. 이어서 호랑이 다니는 길목 큰 나무에 토끼를 묶은 반대편 빨랫줄을 단단하게 묶어둔 후 산을 내려옵니다.

 

24시간 후에 다시 호랑이산에 올라가 보면 호랑이 5마리가 한 줄로 서서 우리를 기다립니다. 어제 참기름에 꿀로 코팅을 한 토끼가 깡총깡총 뛰어다니자 호랑이가 한입에 먹었고 매끄러운 토끼는 소화될 틈도 없이 불과 15초만에 항문으로 탈출합니다.

 

그리고 다음 호랑이가 토끼를 삼키고 다시 나오고 다시 먹고 나오기를 반복하면서 그 길을 지나던 호랑이 가족 5마리가 빨랫줄을 타고 한 줄로 서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더라는 말입니다.

 

 

◈ 곰 세 마리

 

곰 몇 마리를 잡아 보겠습니다. 곰은 꿀을 좋아합니다. 곰이 다니는 길목에 충분한 꿀을 뿌리고 그 위 나뭇가지에 줄을 맨 후 50kg짜리 바위를 튼튼한 동아줄에 매어 매달아 줍니다.

 

몇 시간 후에 곰 한 마리가 꿀 냄새에 끌려서 바위 앞에 도착하니 곰이 좋아하는 꿀을 바위가 막고 있습니다. 꿀을 먹기 위해 머리로 밀어보니 살짝 밀립니다. 그래서 꿀을 먹고 있는데 바위가 자꾸만 성가시게 합니다.

 

그리하여 곰은 그 돌을 머리로 툭 쳐냅니다. 저만치 밀려간 돌이 다시 돌아와 곰의 머리를 건드리고 다시 밀치자 더 멀리 갔다가 돌아와 머리를 때립니다.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곰이 좋아하는 꿀을 먹고 있는데 바위가 머리를 귀찮게 하므로 이번에는 아주 강력하게 돌을 밀쳐냈고 더 멀리 날아간 돌은 여지없이 돌아와 곰의 머리를 강타합니다.

 

결국 하루가 지난 다음날 현장에 도착하니 곰 7마리가 여기저기 뇌진탕으로 쓰러져 있습니다.

 

실제 가능한지는 실험과 연구가 필요하겠으나 어린 시절 부모님 膝下(슬하)에서 들은 이야기와 이후 초·중시절 책에서 본 이야기에 뻥을 조금 보태봅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할지에 대한 검증의 문제는 뒤로 하고 이른바 어려서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 모음집이라는 컨셉으로 어린시절 마음속의 추억 조각을 모자이크하였습니다.

 

작은 소재에서 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낚시와 같은 흥미유발이 가능할 것이라는 꿈을 가져 봅니다.

 

 

◈ 산토끼 올무자리

 

주어진 여건에서 벗어나지 않고 그 안에서만 해결하려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산토끼와 같다'고 합니다. 산토끼는 한번 지나간 길을 다시 걸어간다고 합니다.

 

창의력 교육에서는 산토끼의 반대말은 집토끼이고 酸(산)토끼의 반대는 알카리(alkali)토끼라고도 합니다. 또한 산[生]토끼의 반대는 죽은[死] 토끼라 말하지요.

 

자, 이제… 겨울날 눈이 무릎까지 빠지던 그 시절 산에 올라 토끼 발자국을 만나면 열심히 따라가다가 좁은 나무틈새로 지나간 자리를 발견하면 눈에도 보이지 않는 가느다란 철사줄 올무를 설치합니다.

 

산토끼는 한번 지나간 발자국을 따라 다시 뛰어 간다는 습성을 우리가 알기 때문에 이 원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운동도 할 겸 눈이 가득한 산을 산토끼 발자국을 따라 한 바퀴 돌다보면 조금전 설치한 올무에 걸려든 토끼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 토끼를 잡아 가죽을 벗겨 백반으로 작업을 하면 가죽이 부드러워지므로 목도리, 귀마개 등 防寒(방한)물품으로 요긴하게 쓰이며 고기는 매콤하게 토끼탕으로 조리하여 맛나게 먹습니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흰 눈 내린 드넓은 들판을 함부로 걸으면 따라가는 다른 이들이 고생을 한다고 합니다.

 

이 세상을 살면서 지나치게 다른 이들이 가는 길을 맹종하기보다는 나만의 생각으로 좀더 다른 나만의 길을 가는 혁신도 가끔은 필요해 보입니다.

 

필요없는 도전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무모한 혁신의 길에서 알밤을 줍거나 산삼이든 도라지를 발견하기도 할 것입니다.

 

[시 한 수]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 눈내린 들판을 걸어갈제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 / 발걸음을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마라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淸虛 休靜, 西山大師 1520~1604

 

 

◈ 다람쥐 생포하기

 

다람쥐는 좁은 공간에서 엄청난 거리를 달려서 운동을 하는데 그 원리는 다람쥐 쳇밧퀴입니다. 좁은 다람쥐 집안에 설치된 쳇바퀴는 無限軌道(무한궤도)이니 달리고 달려 그 자리에 머문듯 보이지만 운동량은 밖에서 내달린 것과 다름 없다 할 것입니다.

 

물론 실제 밖에서 풀과 나무와 돌맹이 사이를 달리는 만큼의 운동효과는 아니겠지만 80%대 이상의 효과를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다람쥐를 생포하여 집안에서 사육하면서 다람쥐 쳇바퀴도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은 어린이들에게는 교육적 효과도 있을 것이라 봅니다.

 

이 다람쥐를 잡는 데는 1리터 들이 소주병과 실, 석유 10방울이 필요합니다. 소주병 아래 부분에 석유에 담근 실을 10번 정도 감아준 후 성냥불을 붙이고 석유가 다 탈 때까지 천천히 돌려줍니다. 실이 감긴 부분은 열에 의해 팽창되었을 것이니 이 병을 순간적으로 찬물에 넣으면 "짝"하면서 병의 아래 부분이 깨져나갑니다.

 

시멘트 바닥에 병의 깨진 부분의 날카로움을 비벼서 매끌거리게 한 다음 다람쥐가 많이 다니는 곳에 이 병을 거꾸로 심어줍니다. 매끄럽게 다듬은 면이 지표면과 일치하도록 한 후에 그 병속에 도토리, 밤 등 다람쥐가 좋아하는 머기감을 넣어 줍니다.

 

다람쥐는 이 밤을 먹기 위해 병 안으로 들어가고 한번 내려가면 유리면이 매끄러서 올라오니 우리가 다시 올 때까지 그 안에서 놀고 있습니다.

 

혹시 다람쥐, 족제비, 쥐 등 이른바 설치류는 나뭇가지 등을 이빨로 갈아야 한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그 유리 병 안에 부드러운 음식만을 넣어 보름을 두면 다람쥐는 더 이상 먹지 못하고 병이 들게 된다고 합니다.

 

이빨을 갈아내지 못하면 이빨이 아래위로 입을 뚫고 나오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든 부족하면 불편하지만 넘쳐나도 어려운 것이 세상사 이치인가 봅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