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 남태령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이번에도 조선 22대 왕 正祖(정조)는 민복을 하고 민정을 살폈다. 경호실장만 대동하고 지금의 남태령 고개를 올라가 땀을 식히고 있는데 저편 밭에서 촌로가 김을 매고 있었다. 왕은 민정 시찰길에 백성을 만나자 잠시 쉬면서 말을 걸었다.

 

“노인장, 잠시 쉬면서 일하세요. 그런데 이 고개 이름이 뭐요?”

 

밭 일을 하던 노인은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정조와 마주했다. 그런데 곧바로 답하지 않고 잠시 궁리를 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나서 노인이 말했다.

 

“남태령이라 하오.”

 

이때 옆에 있던 경호실장이 나섰다.

 

“이분이 누구신 줄 알고 거짓을 아뢰는가?”

 

노인은 여유롭게 답했다.

 

 

“누구신지 다 아는 바입니다. 그래서 상서롭지 못한 이름을 곧바로 아뢰지 않았던 것이지요. 제가 급한 마음에 새롭게 고개이름을 지어서 남태령이라 고하였나이다.”

 

왕이 고개 이름을 물었을 때 ‘여우고개’라 하지 않고 ‘남태령’이라 한 데서 유래된 이 고개는 서울과 과천을 연결하는 고개로서 당시로서는 한양을 기점으로 ‘남쪽으로는 가장 큰 고개’였던 것이다. 그래서 노인은 ‘南泰嶺(남태령)’이라 답했다고 한다.

 

이제 남태령을 차를 타고 넘나들고 전철을 타고 지나갈 때에는 민생을 살피고 백성과 어려움을 함께한 ‘無醉不歸(무취불귀)’정신의 正祖(정조)를 생각하게 된다.

 

‘취하지 않으면 집에 못 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백성을 충분히 먹인다’는 의미의 무취불귀야말로 이 시대 CEO가 실천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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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