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이재율 경기도부지사 - 킨텍스 사장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큰형 '이재율' 부지사와 맏형 '재율'이 형

 

그냥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었다. 이재율 부지사님이 퇴임하신단다. 그냥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었다. 이 부지사님은 퇴임하지 않을 줄 믿었다.

 

늘 경기도정의 중심에서 일할 줄로만 생각했다. 축구 경기로 말하면 풀백과 링커였다. 행정이 어려우면 풀백이 되고 도정이 느슨하면 센터포워드로 뛰었다. 숱한 기자들의 표현대로 ‘뼛속까지 경기맨’ 이재율 부지사가 퇴임을 한단다.

 

50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이재율 ‘데자뷰’처럼 어린 9살 소년의 마음속에 그런 일이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흰 브라우스에 검은 스커트를 입은 우리의 여선생님을 처음 보았다. 동네 누나들과는 다른 의상이었고 얼굴도 달랐다.

 

그래서 여자 선생님은 화장실을 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우리 선생님은 매운 고추장, 시큼한 된장을 먹지 않을 거라 짐작했다. 설악산 사슴이 이슬만 먹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것처럼 선생님은 그냥 흰 쌀밥, 시금치나물, 순두부 등 예쁘고 흰 음식만 먹을거라 상상했었다.

 

그래서 이재율 부지사도 어려서 만난 초등학교 ‘사슴 여선생님’처럼 절대로 나이 들지 않고 퇴직하지 않고 경기도청에서 아주 오래도록 일할 줄 알았다. 하루하루를 1년처럼 일해 온 분이기에 앞으로도 10년, 20년 경기도청 광교청사까지 지켜가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퇴임식이 오전 10시라 했다. 현관목을 지켜 8명의 맨 뒷줄에 대기했다가 인사드렸다. 현관 대기자 8명과 현관 근무자 2명을 합한 10명중에 나 자신이 연장자라는 사실은 뒤늦게 깨달았다. 도청에 오기전 아침 일찍 페이스북에 부지사 퇴임을 맞은 심정을 담은 글 하나를 올렸다.

 

“복도에서 만나도 그냥 반갑고 식당에서 뵈어도 즐겁고 업무보고를 하고 나서도 보람이 가득하여 어제 밤 늦게까지 보고서를 준비하느라 동분서주한 의미를 한 바구니 담아주신 공직 상사였습니다.

 

 

어려운 문제를 報告(보고)하면 뭉친 실타래에서 붉은실, 흰실, 검은실을 한 올 두올 차분히 풀어내시던 눈빛이 반짝이고 콧날이 오뚝한 ‘청년 부지사’ 모두가 좋아하는 상사가 있었습니다.

 

매년 4월이 되기 전에 표지가 떨어져 나가는 부지사님의 수첩이 기억납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모든 날에 검은색, 빨강색, 파랑색 가는 펜글씨 가득한 그 수첩이 생각납니다. 12월말까지 수첩 고스란히 간직만 해온 제가 늘 송구했습니다.”

 

한 시간 후 퇴임식 사진을 얻어 아침 7시에 집에서 올린 SNS글을 보충했다. 공무원 선후배, 도의원 등 정치인, 도민의 격려 댓글이 올라왔다. 각계각층의 여러분들이 할 말이 많았다. 그분들에게 말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작은 무대를 페이스북에 만들어 드린 보람을 느꼈다.

 

다음날 저녁에 이재율 ‘前(전)’ 부지사로부터 장문의 문자를 받았다. 원문을 소개한다. ‘선배’라는 부지사님의 표현이 송구하지만 부지사님의 심성(心性)을 고스란히 전하기 위해 원본대로 소개한다.

 

“이 선배님! 감사합니다. 일정이 있으실텐데 퇴임식에 참석해 주시고 귀한 시간 쪼개시어 미천한 저를 과분하게 포장하는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좀 더 잘 할 걸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육아일기를 하루도 빼지 않고 쓰셔서 제가 무척 부러워한 적이 있었습니다. 오늘 민간인이 된 첫 날에 선배님의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조만간 뵙겠습니다. 이재율 올림”

 

그냥 직장동료 선후배의 문자, 편지처럼 읽힌다. 육아일기는 아내가 29년째 쓰고 있다. 부지사님 문자 어디에서도 여러 해 동안 대한민국 1급 공무원으로 일한 흔적이 보이지 않고 순수함만 느껴진다.

 

그랬다. 이재율 부지사는 1986년(고시합격)에나 2018년에나 늘 그랬다. 그래서 우리는 ‘재율이 형’이라 부른다. 모두가 공무원의 ‘맏형’이라 말한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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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