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사랑의 금메달 자장면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LA올림픽 금메달, 고 김원기 선수를 추모합니다.]

 

올 들어 가장 추웠다는 지난 토요일(2011년 1월 15일) 오전 9시30분. 안양 노인복지회관(동안구 호계2동)에 노인들이 한 분 두 분 오십니다. 은행이 아닌 복지관에 오신 분들이 번호표를 받아 가십니다. 배식 순서를 정한 표라고 합니다. 하지만 복지사들이 오늘은 회원증을 보이지 않으셔도 된다고 하면서 번호표를 드립니다.

 

회원증이 필요없는 이유는 '사랑의 금메달 자장면'이 제공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700그릇의 자장면을 준비했습니다. 그 자장면집 주인들은 수년전 온 국민을 행복한 순간으로 이끌었던 금메달리스트들이 참여하는 '함께하는 사람들'입니다.

황영조, 장윤창, 이경석, 김원기, 심권호, 이은철, 임오경, 이진택, 정재은, 장정구, 황충재, 이형철, 이경근, 홍차옥 선수가 바로 '함께하는 사람들' 회원들입니다.

 

마라톤, 배구, 레슬링, 사격, 핸드볼, 높이뛰기, 권투, 유도, 탁구에서 금메달을 따고, 챔피언이 되어 온 국민을 열광하게 하였던 스포츠 스타들입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30대, 40대임에도 주방에서 면발을 뽑고, 면을 삶고, 자장을 볶고 노인들에게 배달하고 가위로 잘라드리고 단무지를 배달해 드립니다.

 

올해 50을 넘긴 김원기 감독(1962~2017, 1984년 제23회 LA올림픽 금메달)이 사회를 보고 노래를 부릅니다. 평소 주말에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적적하던 차에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들을 반기며 어깨춤을 덩실덩실 춥니다.

 

 

이들 스포츠 스타들은 그동안 전국을 돌며 노인정, 장애인시설, 요양시설에서 '금메달 자장면'을 현장에서 만들어 따끈하게 올려드렸다고 합니다. 개인사업, 교수, 코치, 감독 등 각자의 업무가 있지만 2007년부터 매달 한번 이상 자장면을 통해 봉사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작은 트럭도 마련해 장비를 싣고 다닙니다. 반죽을 준비해 와 면발을 뽑고 소스는 사전에 마련하여 현장에서 따끈하게 볶아서 내놓은 정성스런 자장면입니다. 선수 출신 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숙련된 내공에 감탄하면서 1시간반 동안 단무지를 접시에 담았습니다.

 

선배들의 바쁜 일손을 거들기 위해 잠시 짬을 낸 안양시 고등학교 운동부 학생들이 부지런히 단무지를 배달했습니다.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드리고나니 오히려 나에게 남는 것이 더 많았습니다. 이것이 봉사의 마력인가 생각합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최대호 안양시장도 이날 오전부터 미리 행사장에 도착, 직접 자장면도 뽑고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에게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도시락을 배달했습니다. 불우이웃을 돕고자 하는 스포츠 스타들과 뜻이 맞아 자연스럽게 이뤄진 행사입니다.

 

자장면을 배달하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얼굴에 웃음꽃이 떠나지 않는 것도 봉사의 행복감이고 싱글벙글 최대호 안양시장의 발걸음이 가벼운 것도 사랑의 힘인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원봉사에 나온 학생들의 환한 표정, 토요일에 출근하여 오후 2시까지 급식 봉사에 참여한 복지사들의 얼굴이 밝기만 한 것도 '봉사라는 엔도르핀' 때문일 것입니다.

 

어느 개그맨을 기억하게 하는 개그 중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멘트가 있습니다만 '세계 일등이 봉사하는 행복한 하루, 배부른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안양노인복지회관 관장실에는 '적선당전무한락(積善堂前無限樂·선을 쌓은 집에는 즐거움이 끝이 없다)'이라는 글귀가 걸려 있었습니다. <2011년 1월>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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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