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2002~2022년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목욕탕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모든 이들이 아침을 시작하는 면도와 샤워를 하는 곳이고 여성도 하루 중 긴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며 저녁의 피로를 푸는 휴식의 장이다. 뜨거운 물도 있고 찬물도 있고 섞으면 미지근한 물도 만을 수 있는 곳이다.

 

마른 수건이 있는가 하면 젖은 수건도 있으며 아주 여유롭게 자신의 전체 모습을 거울에 비춰볼 수 있는 개인의 공간이기도 하다.

 

아침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개인데 따라 다를 것이지만 우선 면도를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면도날이 여러 개 여유가 있다면 문제가 아니겠지만 하나뿐인 면도날이 무디어 지면 걱정이 앞선다.

 

하루 더 무딘 면도날로 면도를 하겠지만 산골에 사는 경우라면 먼저 사용했던 것을 골라서 조금 나은 것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무디어진 면도날은 피부를 벌겋게 하거나 원하는 대로 말끔히 면도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불편을 받아들이는 입장은 두가지 측면이 있다. 면도날이 떨어져서 볼이 아픈 것은 서글픈 일이지만, 새 면도날이 여러 개 있지만 쓰던 것을 한 번 더 사용해서 피부가 따가운 것은 참을만한 일이다.

 

또, 요즘같이 쌀쌀한 날씨에는 목욕탕 안에서 잠시 망설임을 갖게 된다. 온수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온수는 뜨거워서 시원하고 찬물은 온수를 쓴 후에 온몸에 뿌리면 또한 시원한 것인데 찬물이 시원하기 위해서는 온수가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찬물만 나오면 시원한 느낌보다 물은 차갑다는 걱정이 앞서게 되는 법이다.

 

치약이 떨어져 치약 용기 껍질을 벗겨내고 싹싹 긁어서 쓰는 일도 여유분이 있으면 절약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지만 다 떨어져서 긁는 심정은 오죽하겠는가.

 

이처럼 장황하게 면도날을 이야기하고 치약 짜는 모습을 설명하고 찬물과 뜨거운 물을 논하는 것은 준비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경기도는 ‘경기비전2020’이라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18년 후인 2020년 경기도를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는 이미 전국에서 가장 큰 자치단체가 되었다. 더구나 지리적으로 국가 경제의 중심부에 있으며 한국경제의 20% 이상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기업의 27%에 해당하는 2만8천여개의 중소기업이 운영되고 있다.

 

반도체의 60%, 첨단전자의 50%, 생물산업의 70%가 경기도에 있다는 사실은 경기도가 2020년 이전에 한국을 이끌어갈 현장이라는 점을 웅변한다.

 

또, 경기도는 민족분단의 현장이지만 이제는 통일의 무대가 되었다. 경의선, 경원선을 따라 북한과 교역하게 될 것이고 이 철도는 시베리아, 만주, 몽골, 중국과 연결되며 서해안·경부·중부·영동고속도로는 남북과 동서로 연결된다.

 

가장 작은 공간 목욕탕에서도 면도날, 치약, 칫솔을 준비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더구나 1천만 경기도민, 4천7백만 국민, 6천만 한민족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은 더더욱 중요하다.

 

준비하는 사람에게만 미래는 오는 것이다. 2002년 예산안이 도의회에 제출되고 밤을 새워 예산안을 심의하는 일 또한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기에 참으로 중요하다.

 

2020년 경기도의 미래를 준비하면서 2002년 계획을 착실하게 마련해야 한다. 서리 전에 김장을 해야 추운 겨울에 시원한 김치를 먹을 수 있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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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