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장관 11만원 7급 1만원(2000년기준)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사촌은 가까운 親戚(친척)인데도 재산이 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상한다는 말이다. 나보다 사촌의 땅이 적었는데 땅을 사서 자신보다 많게 되면 배가 아플 것이요 나는 땅이 없는데 재산 많은 사촌이 땅을 늘렸으니 속이 상할 일이다.

 

그런데 공무원은 좀 다르다. 다른 사람이 일을 하면 즐겁다. 그 자료를 활용할 수 있으니 기분 좋은 일이다. 특출나게 잘한 일은 업무의 모델로 삼을 수 있으므로 더더욱 좋은 일이다.

 

요즘 경기도청에서는 모범적인 업무 모델을 여러 부서에 전파시키는 인터넷이 있다. 업무 노하우라는 것인데 행정만화 소개, 혼돈하기 쉬운 단어, 지식, 신문사설 모음집, 공무원 직급별 행정경비 등을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공무원의 1시간당 행정경비, 보수, 차량비, 사무실 운영비, 공공요금으로 계산한 것인데 장관에게 들어가는 1시간 비용은 11만원, 차관 8만1천원, 부지사 4만원, 실장 3만6천원, 국장 2만6천원이다. 시군청 과장은 1만5천원, 7급 공무원은 1만원이다.<2000년 기준> 신문사설 모음집도 원하는 내용을 검색해서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공무원 사회에서 자신이 발견했거나 만들어낸 유용한 정보를 다른 동료들에게 널리 알려주게 된 것은 인터넷 덕분일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의 발전과 더불어 공무원의 생각도 선진화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공무원들은 자신의 정보를 숨기는 만큼 가치가 높아지는 것으로 생각했나 보다. 선배들 말에 의하면 중앙의 어느 부서는 한 사무실에 나란히 있으면서도 자료를 공유하지 않아 전국 시도, 시군구, 읍면동에 공문을 보내 지시, 파악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보름 전에 보낸 자료를 다시 제출하라는 공문을 받고 살펴보니 지난번 자료요구 부서는 기획과 1계이고 이번 요구부서는 그 옆의 2계였다는 것.

 

중앙부처에서 공문서 1장을 시도에 보내면 다시 시·군·구로 가고 읍·면·동으로 보내져서 파악하여 다시 단계별로 올라가게 되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인력은 물론 종이를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중앙에서 보낸 문서도 1장, 최종보고서도 1장이겠지만 시·도, 시·군, 읍·면·동으로 가는 서류는 물론 행정기관마다 실·과·소로 이어지는 수평적 의견수렴에도 문서가 발생하기 때문에 엄청난 경비를 써야한다.

 

따라서 중앙부처간, 부서간 자료 공유는 행정 노하우 증진은 물론 경비절감에도 크게 기여하는 것이다. 또 정보의 공개와 공유는 자신을 간접 홍보하는 기회가 된다. 자신이 자리를 비우거나 휴가를 가도 동료직원들이 업무를 대신 처리할 수 있게 하고 돌아와도 미결이 없이 일할 수 있게 해 주는 편리함도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을 공개하면 시행착오를 예방한다. 혼자 생각보다 여러 사람의 지혜는 실패를 예방함은 물론 성공적인 결과를 얻게 한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의 행정기관 간에는 비밀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행정을 불신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들어 도와 시군이 공개행정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인터넷까지 동원해서 주민의 소리를 듣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금년초 도청 주요업무계획을 경기넷에 공개하고 도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소방법, 위생법, 환경법을 위반한 업소를 공개하고 있고 교통요금을 인터넷에 올리면 도민들이 경기넷에 의견을 올리면 즉시 해당 부서에서 답변을 보내고 있다.

 

공개행정은 성공한다. 사촌이 땅을 사서 재산을 늘린 것은 배 아파 만 할 것이 아니라 재산증식 노하우를 배워야 한다. 재산을 늘리는 방법을 알고 있으면 배 아픈 친척 약갑대신 그 비법을 알려줘야 한다.

 

사촌이 인생의 경쟁자가 아닌 것처럼 직장 동료는 라이벌이 아니라 나 자신이 발전하는데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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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