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롯또 당첨 확률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佛家(불가)에서는 인연을 말한다. 옷깃만 스쳐도 전생에 아주 오랜 인연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있어서 만남은 소중한 것이고 그 만남을 위해서는 깊은 연관성을 갖는 것 같다.

 

최근 국민적 관심이 조금은 식고있는 ‘로또’복권의 열풍은 참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확률 싸움이다. 그런데도 지난번에 13명, 요전번에 5명이 1등에 당첨되었고 그 중에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사는 이가 포함되었다. 하지만 3자리도 맞추기 어렵다는 로또의 확률을 뛰어 남는 일도 있다.

 

최근에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다. 군 근무 중 순직하신 대대장님 영결식장의 중학생 아들과 인품 높으신 대대장을 존경하였고 순직을 애통해하며 영결식장에서 총을 거꾸로 들고 속으로 울었던 일등병이 있었다.

 

중학생과 일등병 두 사람이 사반세기, 25년이 지나 장년이 되어서 아버님과 대대장의 이름을 통해 운명적으로 재회했다. 동시에 눈물을 흘린 ‘대를 이은 전우의 만남’이 결코 우연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 40대 중반인 당시의 일등병은 주민과 부대원의 안전을 위해 불발탄을 직접 처리하다 순직하신 대대장님을 기리기 위해 부대 안에 동상을 세웠다며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는 순간 손수건으로 눈가를 두드렸다. 당시 중학생이던 대대장의 아들이 아버지 생각으로 가슴 아파할까 걱정해서 마음대로 눈물을 흘리지도 못한 것일까.

 

운명적 만남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2년 전쯤인가 TV에서 본 이야기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 품에 안겨 월남한 가장은 어느 날 돌아가신 어머니가 꿈에 나타나 불길한 메시지를 주시므로 특별한 날도 아니지만 혼자서 과일과 술을 준비하여 어머니 묘소를 찾았다고 한다. 그런데 어머니 묘에서 불과 몇십m 지점에서 장례가 치러지고 있었다.

 

좋지 않은 꿈을 꾸고 어머니 산소를 찾아온 아들로서는 다른 집 장례식을 보게 되자 더더욱 심기가 불편하였지만 지나는 길에 망자의 사진을 쳐다보았다.

 

흔히 정복을 입은 경찰, 군인, 소방관 등을 만나면 얼굴을 보기 보다는 계급장을 보듯이 장례식장의 영정사진을 보는 순간 어려서부터 보아온 아버지임을 알게 되었다.

 

구체적인 확인결과 일제 강점기에 소련으로 가시게 된 아버지는 현지에서 소련 여성과 결혼하였고 딸을 하나 두었는데 조국의 땅에 묻히기를 유언하였고 딸이 유언에 따라 아버지의 조국 땅에 장례를 치르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이복 남매인 두 사람은 어머니의 現夢(현몽)으로 산소를 방문하였고 같은 시간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한국 땅에 장례를 치른 것인데 그 머나먼 공간적 확률과 절묘한 타이밍의 만남으로 ‘夫婦合葬(부부합장)’과 행복한 영면을 가능하게 했던것이다.

 

아주 긴 시간을 ‘劫(겁)’ 또는 ‘劫波(겁파)’라고도 한다. 측정할 수 없는 시간, 즉 몇 억만년이나 되는 극대한 시간의 한계를 가르킨다. 사방과 상·하길이가 15km인 철성안에 가득찬 겨자씨를 100년동안 한 알씩을 꺼내어도 겁은 끝나지 않는다. 또는 큰 돌덩이를 100년에 한 번 흰 천으로 닦는데 이 돌이 다 마멸되어도 겁은 끝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세상을 살면서 모르는 사람과 옷깃만 스쳐도 몇 겁의 인연이 있다고 한다. 우리의 만남은 이처럼 소중한 것인가 보다. 한번 만나면 도저히 지울 수 없고, 부모와 자식, 그리고 형제는 되돌릴 수 없으며 부부가 이혼을 하여도 전생의 부부인연을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이런저런 ‘사람들의 만남’과 인연, 그리고 지금 함께 살고, 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주변의 모든 이들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의견이 맞지 않아 언쟁을 벌이고 미워하는 사람조차도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며 깊은 인연의 輪迴(윤회)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를 뒤 돌아 보는 것이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