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개그콘서트 부활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일요일 저녁 9시가 되면 “맞습니다! 맞고요”로 시작되는 ‘노통장’개그가 기다려진다. 그 전에 나오는 ‘우비삼남매’에서는 佛像(불상)한 개그와 ‘숯으로(스스로) 발전하는 개그’를 비롯해 다양한 유머를 볼 수 있다.

 

어떤 이는 코미디는 그저 그래서 안 본다고 하지만 하는 말씀을 곱씹어 보면 이 분도 개그 프로그램을 보고서 하는 말이다.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다면 그 내용이 좋은지 나쁜지를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추억의 개그’가 되겠지만 북한 병사가 대한민국의 최신 유행가를 부르자 동료병사가 상부에 보고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노래를 불렀던 병사도 그 병사를 상부에 보고하겠다고 한다. 그 노래를 알아듣는 병사도 라디오나 다른 방법을 통해 그 유행가를 들었다는 주장인 것이다.

 

또 하나 썰렁한 추억의 개그가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광주에 집이 전주인 사람이 일을 보러 왔다가 급히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나왔다. 그리고 버스를 기다리다 우연히 電柱(전주)에 쓰여진 붉은 글씨를 보았다.

 

‘전주는 위험하오니 절대로 올라가지 마시오’ 그래서 전주는 광주보다 더 심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광주의 사무실로 되돌아 왔다고 한다.

 

사실 ‘전주’라는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前週(지난주), 前奏(노래부르기 전에 나오는 연주), 錢主(돈의 주인), 田主(밭의 주인), 全州(광주보다 위에 있는 전주)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뒤집어도 같은 의미가 되는 말도 있다. 기러기, 방금이나 금방이나, 高延戰(고연전)과 연고전, 이런 말들은 이 코미디 프로의 ‘유치게그’에서 나온다.

 

따라 하면 왕따를 당한다는 경고성 안내와 함께 시작되는 이 코너에서는 기러기는 어느 방향으로 날아가든 기러기다 식의 재미있는 언어들을 들려준다. 그래서 개그맨을 開口(개구)맨이라고도 하는가 보다.

 

그리고 ‘법대로 하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되는데 이 말도 대학 입시철에 들으면 법과대학을 지원하라는 말로 들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의 속뜻은 ‘무엇인가 의견이 맞지 않을 때’ 던지는 항의가 포함된 말일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이웃과 싸우고 동료들과 다투게 되는 이유는 바로 ‘유머와 개그’가 부족해서가 아닐까. 미국의 정치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중 하나는 유머감각이라고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정치인이 유머를 발휘하는 것은 쉬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다.

 

그것은 윗마을 효자가 글을 읽다가 홀로되신 아버지가 차려주시는 밥상을 받고 반찬을 올려주고 먹여주고, 발을 씻겨주시는데 순응하는 것을 효의 기본으로 삼고 있지만 이를 본딴 아랫마을 아들은 부친으로부터 야단을 맞은 것과도 같은 일일 것이다.

 

공무원 조직에서도 같은 부서에 2년 내외 근무하면서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을 직장 동료들과 함께 지낸다. 더구나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사장과 부장, 대리와 직원들이 20년을 함께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함께 근무하는 조직원들이 늘 사무적이고 행정적인 분위기로 근무한다면 참으로 지루하고 창의력도 떨어질 것이다. 집중해서 일 할 땐 일하고 가끔은 조크를 던지면서 살아있는 조직, 생각하면서 움직이는 사무실을 만들어야 한다. 50분 수업중 20분은 집중되지만 그 후부터는 긴장이 풀어진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높은 분들의 권위적인 행태는 더 이상 그 무게를 지탱해 주지 못하는 변화의 시대가 가까워졌음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사는 2003년은 조크를 아는 상사가 존경받는 시대가 아닐까. “네 그렇습니다. 맞고요 …”

 

추억의 개그에 가짜양반 혼례를 위한 상견례 장면이 있다. 구봉서 선생과 배삼용 선생이 호흡을 맞춘 것으로 당시에는 코미디라 불렀다.

 

배삼용 선생은 지금 경기도 광주 자연속에서 부인과 사시면서 가끔 구봉서 선생과 지방공연 나가신다고 한다. TV를 많이 보다보니 최근 근황을 알게 되었다.

 

이 코미디 내용은 양반 예법을 다 익히지 못한 가짜 양반이 자녀혼담이 오가고 결국 양가가 인사를 하게 되자 동네 서당 선생님으로부터 “인사법”을 배워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우선 배삼용 선생이 “☆밑에 인사법…”이라면서 인사를 꺼낸다. (서당 선생님이 주신 글에 ☆이 찍혀있고 그 다음 ‘인사법’으로 시작된다) 그러자 구봉서 선생이 “그 댁도 종이 하나 들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별은 읽는 것이 아니에요. 어디 한번 시작해 봅시다”한다.

 

이어서 나오는 대사는 배삼용 선생의 “높으신 어른을 이렇게 누추한 곳에서 뵙게 됨을 … (다음 글자를 모른다.) ”으흥“이다. 그리고 솔직하게 이 글자를 어떻게 읽는지를 의논하는 장면으로 마무리 된다.

 

결국 두분의 가짜 양반은 마주서서 인사법 종이를 들고 신명나게 춤을 추면서 음악 박자에 맞추어 인사를 나누게 된다. 앞의 설명이 당시 방송내용과 몇% 일치하는지는 모르겠고 정확도에서는 자신이 없다.

 

여하튼 코미디가 방영되던 당시의 우리 국민들은 참으로 솔직한 두 분의 인사법을 보면서 박수를 치고 즐겁게 웃었다. 그리고 그 내용의 진위나 객관성,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은 것 같다. 시청자는 코미디언은 그렇게 우리를 웃기는 직업을 가지고 사는 분들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30여년 전에 방송된 코미디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최소한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도 용기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솔직히 밝히면 상대로부터 깊은 신뢰를 얻게 된다고 생각한다.

 

개인 민원이나 집단 민원이 발생하는 이유는 이해관계가 상충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더러는 이해의 부족에서 초래되기도 한다.

 

또 하나, 과거에 TV드라마에 출연 중인 주연급 배우가 갑자기 유학을 가거나 사망하거나 해서 빠져 나가는 것도 나중에 알고 보면 개인사정으로 출연이 불가능 해지자 대본을 바꾸어 그렇게 처리한 것이 밝혀진 사례가 있다.

 

차라리 출연자의 사정을 솔직히 알리고 다른 배우로 교체하거나 그런 사정으로 대본을 수정하였다고 밝혀주는 것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자신의 채널에 고정시키게 될 것이다.

 

그리고 生放送(생방송)으로 뉴스를 전하는 기자는 차라리 메모지를 보면서 방송하는 것이 높은 신뢰를 얻을 것 같다. 앞부분을 이야기하다가 중간에 메모지를 몰래 보는 모습이 비춰지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메모를 보면서 말하면 시청자의 입장에서 마음이 편안하겠다.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와 ”4년동안 코미디 잘 배우고 갑니다“(정계를 떠나면서)라는 말, 그리고 최근에 ”담배를 끊지 않은 것을 뼈저리게 후회합니다“(2002년10월 폐암 말기선고를 받은 뒤 금연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라는 말을 남긴 코미디언 이주일씨를 ‘코미디의 황제’라고 부르는 이유는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라는 코미디 이상의 ‘솔직한 고백’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2002)

 

최근 게그콘서트가 부활했다. 청년들의 시선에 맞춘 때문일 것이다. 공감의 정도가 2002년만큼은 아닌 것으로 보아 자신이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전문가와 열정의 게그맨이 만들어낸 작품이니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더 큰 발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2023)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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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