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인터넷이 다운되면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2002] 인터넷이 다운되면 = 우리는 인터넷 시대에 살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인터넷과 인공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종군기자의 용기를 바탕으로 전쟁상황을 TV와 인터넷을 통해 아주 빠른 시간안에 볼 수도 있다.

 

1492년 10월 콜럼버스에 의해 아메리카 대룩이 발견되었는데 이 같은 역사적인 사건이 한반도에 전해진 것은 언제쯤일까? 19세기 중엽부터 한반도 연안에 서양 열강의 배가 출몰하기 시작하였고 당시 사람들은 이 배를 모양이 이상하다 하여 ‘異樣船(이양선)’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렇다면 넉넉히 계산해서 1850년께 외국 문물이 타의에 의해 우리에게 전해졌다고 보면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사실이 한반도에 전달되기까지에는 350년 정도 걸린 셈이다.

 

동서양간 역사적 사건이 전달되는 만큼은 아니지만 전화가 일반화되기 전까지 시골에서 喪(상)을 당하면 청년들은 가장 먼저 초등학교 등사실에서 철필로 訃告(부고)를 써서 등사한 다음 얇고 노란 봉투에 넣어 근동에 돌리고 다니는 일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었다.

 

요즘에는 전화 한통화로 상세히 알리고 여러 가지 의논까지 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가까운 동네도 한나절은 걸려야 부음을 전달 할 수 있었다. 그것도 일방적인 전달일 뿐이었다. 그리고 어린시절 부고장은 집안으로 들이는 것이 아니라는 어른들의 말씀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면서 동네마다 마을앰프가 설치되었고 새마을 노래를 트는 주업무 이외에 어른 생신에 아침 초대, 喪事(상사)알림, 마을회의 소집 등에 활용되었고 이장님댁에 하나밖에 없던 전화에 걸려온 시회전화를 연결해주는 역항을 했다.

 

 

인터넷과 이동통신으로 통칭되는 요즘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의 67.1%가 휴대폰을 소유하고 있고 74.9%는 휴대폰이 없으면 불안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한다.

 

2001년10월에 조사한 자료에 이들의 하루평균 통화횟수와 통화시간은 6회 20여분이라고 한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핸드폰을 쥐고 있으니 하루종일 졸고 있는 일반전화기를 아예 없애버린 가정도 나타나는 실정이다.

 

뿐만이 아니다. 학생들은 컴퓨터로 숙제를 하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검색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고 있다. 초등학생들도 인터넷에서 각종 자료를 봅아 과제물로 제출하고 있다. 정보화는 우리의 생활 패턴을 크게 바꾸고 있다.

 

정보화는 행정기관에서도 중요한 요소다. 합격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전화통과 씨름할 필요가 없다. 인터넷을 열면 곧바로 결과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처럼 편리한 인터넷이나 이동통신이 잠시 멈추면 대낮인데도 그믐밤처럼 어두워진다. 도무지 일을 할 수가 없고 마음이 답답해진다. 이것은 대낮에 태양과 지구사이에 달이 들어가 태양을 가린다는 일식보다 더 캄캄한 사건인 것이다.

 

흔히 너무나 당연한 일을 말할 때 ‘하늘에 태양이 있음을 모른다’고 한다. 그런데 인터넷이나 통신이 마비되면 이 ‘문명의 기기’가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한 번 더 느끼게 된다. 그런데 태양이 달의 그림자에 가리워져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태양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동통신과 인터넷이 ‘다운’되면 얼마후에 복구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미 전문가들은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겠지만, 일반 소비자들도 어느날 갑자기 이동통신 전산망이 다운되거나 인터넷망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을 상황을 가정하여 ‘마음의 준비’를 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글은 2002년 글이지만 20년이 지난 2023년 11월에도 민원인터넷 다운상황을 맞아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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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