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효시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嚆矢(효시) = 우리나라 최초의 여의사는 박에스더(본명 김점동)이고 최초의 약사는 차순석으로 1924년 조선 약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최초의 여배우는 박월화이며 출연영화는 ‘월하의 맹서’인데 그 내용은 저축을 권장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첫 비행사는 안창남이고 첫 여성 비행사는 권기옥이며 최초의 아나운서는 이옥경, 최초의 치과의사는 함태석이고 공식적인 골프장은 효창공원의 효창원에 건립된 6홀 코스로 1921년 6월에 개장했다고 한다.

 

그리고 최초로 개국한 라디오방송국은 1926년 2월 16일 첫 전파를 발송한 경성방송국이며 개국 당시 라디오는 275대였다고 한다.

 

우리는 최초라는 것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있지만 어느 것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물론 효시라는 것이 반드시 대단한 것만은 아니다.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다.

 

어린시절에 보았던 만화주인공으로 나오는 로봇은 첫 번째 목소리의 주인공을 주인으로 모시게 되어 있었다. 그 목소리가 로봇으로서는 처음 듣는 인간의 목소리였을 것이다.

 

여하튼 최초를 이룩한 사람들은 인류에게 발전을 가져다 주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과학과 문명이 발전하면서 새롭게 효시를 만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이동전화기를 처음 사용한 사람이 누구인지, 인천공항을 처음으로 이용한 이는 어느나라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최초라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드라마 ‘태양인 이제마’에서 새로운 처방을 하면서 갈등하는 내용이 나온다. 환자의 생사를 가를 위험한 일을 처음으로 하는 것은 힘든 일이고 쉽게 결정할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무모해 보일 수 있는 일이지만 발전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생각과 도전이 필요하다.

 

13을 반으로 나누면 6.5라고 한다. 그러나 13을 1과 3으로 나누어 질 수도 있고 ⅩⅢ을 가로로 나누면 ⅤⅢ 2개가 되어 8과 8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단편적인 생각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볼 수 없게 된다.

 

유료도로가 제밥벌이를 못하는 것은 지적하면서 수천억원 투자된 도로의 효율성 여부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모순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인류문화와 역사의 발전은 현실에 안주하는 대다수 사라보다는 좀더 미래를 내다보고 현실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는 소수에 의해 발전했다.

 

사람의 손을 모델로 굴삭기를 만들었을 것이다. 핀에 찔려 우는 아이의 어머니가 안전한 옷핀을 만들었으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계속 빙빙 돌아가거나 왼쪽으로 돌려 여는 약병이 발명되었다.

 

 

백과사전에 보니 嚆矢(효시)란 ‘우는 화살’을 말한다. 중국에서는 옛날에 開戰(개전)의 신호로 우는 화살을 직접 쏘았다고 한다. 이로부터 사물의 처음 시작, 혹은 사건이 처음 일어남을 嚆矢(효시)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이의 새로운 도전을 격려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런 쓸데없는 짓 하려거든 일찍 퇴근하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한마디라도 거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차에는 작은 생각이 모이고 응용되어서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문명과 과학을 발전시킬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생에 한번 이상 자신만의 최초의 일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큐피트의 화살을 한번은 쏘면서 새로움을 창조하기 위한 첫 번째 화살, 즉 嚆矢(효시) 화살을 매긴 활시위는 당기려 하지 않는 것 같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