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소쩍새, 접동새와 쪽빡바꿔주새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소쩍새, 접동새와 쪽빡바꿔주새] 우리 조상들은 소쩍새의 울음 소리를 듣고 그해 농사의 풍작과 흉작을 점쳤다고 한다. 봄철에 '소쩍당 소쩍당'하고 우는 소리는 '솥이 적으니 더 큰 솥을 준비하라'는 뜻으로 알고 우리 조상들은 그해의 풍작을 기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새가 '소탱 소탱'으로 울면 '솥이 텅텅 비었다'는 의미로 그해 농사는 솥이 텅텅 빌 정도로 농사가 안 되어 흉년이 될 것으로 알았다고 한다.

 

서쪽새는 두견새로도 불리는데 나라를 빼았기고 쫓겨나와 그 원통함을 참을 수 없었던 촉나라의 망제(望帝)라는 임금이 죽어서 두견이라는 새가 되어 밤마다 불여귀(不如歸)를 부르짖어 목구멍에서 피가 나도록 울었다고 한다.

 

그래서 원조(怨鳥)라고도 하고 두우(杜宇)라고도 하며, 귀촉도(歸蜀途) 혹은 망제혼(望帝魂)이라 하여 망제의 죽은 넋이 화해서 된 것이라고 하였다. 또 두견새는 귀촉도라고 하기도 하고 소쩍새라고도 하는데, 거기에는 '솥이 적다'에서 유래된 가난과 관련된 설화가 있다.

 

접동새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옛날 어느 곳에 10남매가 부모를 모시고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의붓어미가 들어왔는데, 의붓어미는 아이들을 심하게 구박하였다. 큰누이가 나이가 들자 이웃 부잣집 도령과 혼인하여 많은 예물을 받게 되었다. 이를 시기한 의붓어미가 그녀를 친모가 쓰던 장롱에 가두었다가 불에 태워 죽였다.

 

동생들이 슬퍼하며 남은 재를 헤치자 거기서 접동새 한 마리가 날아올라 갔다. 죽은 누이의 화신인 것이다. 관가에서 이를 알고 의붓어미를 잡아다 불에 태워 죽였는데, 재 속에서 까마귀가 나왔다. 접동새는 동생들이 보고 싶었지만 까마귀가 무서워 밤에만 와서 울었다.

 

서쪽새나 접동새 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며느리의 한을 품은 ‘쪽박바꿔주 새’이야기도 있다. 어려서 이웃의 할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 솥이 적고 큼을 예언한 서쪽새가 있다면 항아리에서 쌀을 퍼내는 쪽박이 적음을 탓하는 내용이다.

 

모자가 살다가 며느리를 들였으나 시어머니는 두 식구때 쓰던 쪽박으로 쌀을 퍼주었다. 따라서 시어머니와 남편의 밥을 퍼주고 나면 며느리 몫이 없는 것이다.

 

시어머니에게 말도 못하고 가슴속으로만 작은 쪽박을 큰 것으로 바꾸었으면 하는 한을 품었던 며느리는 굶어 죽었고 그 영혼이 새가 되어 “쪽박바꿔주~쪽박”하면서 운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 들었던 새에 관한 이야기는 그저 한을 품었고 쪽박이 적어서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로만 이해했다. 죽임을 당한 피해자는 착한 편, 아이들 표현으로 ‘좋은나라’이고 가해자는 악한 사람, ‘나쁜나라’로만 평가했었다.

 

그러나 굶어죽기 전에 협상을 했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쪽박이 작아서 퍼주는 곡식이 모자라서 굶어 죽은 며느리도 시어머니를 원망만 할 것이 아니라 며느리 자신의 밥을 챙겼어야 했다. 행정도 주어진 일을 마쳤다고 업무가 끝난 것이 아니다. 지시된 일을 처리만 한다면 조직은 힘을 키울 수 없다.

 

창고 열쇠를 사수하려는 시어머니가 쌀을 퍼주려고 항아리속으로 몸을 숙일 때마다 발을 잡아올려 쌀독에 거꾸로 집어 넣은 후 발바닥을 때렸다. 결국 며느리는 3일만에 시어머니의 창고 열쇠를 받아 쥐었다. 아들에게 하소연하지만 ‘그럴리가요’ 하면서 아내의 편을 들었다. 참고하시라.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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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