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아홉살 인생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MBC 인기 프로그램 “느낌표”[!!!]에서 추천한 도서중 ‘아홉살 인생’은 어린시절의 기억과 추억을 아주 구체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한동안 손 았던 나의 독서열기를 지피우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바쁜 일상으로 인해 잠시 잊었던 어린 시절 고향에 대한 향기, 추억, 동네 어귀의 소나무를 다시 생각하고 지금쯤 얼마나 자랐을까 가늠해 보는 여유까지 가져다 주었다.

 

장년이 된 사람들 누구에게나 있었던 ‘아홉살 인생’은 세상 사람들의 얼굴모양보다도 더 복잡다양할 것인데 작가 위기철 선생만이 이 책을 썻다는 것이 신비롭고 책갈피마다 흐르는 어린시절에 대한 맛깔스런 표현이 부럽다.

 

그리고 강원도길 산마을처럼 간간이 나타났다 지나가는 연필로 그린 듯한 삽화는 우리의 상상력을 감동시킨다.

 

그러나 현대사회를 사는 이들은 유년시절 기억을 많이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동차는 빠른 이동수단이지만 우리의 마음까지 바쁘게 만들었고 인터넷의 보급으로 우체국은 정성드려 쓴 편지 대신 광고지나 은행카드 청구서를 나르는 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

 

‘어머님 전상서...’로 시작하여 ‘조석으로는 제법 쌀쌀한 날씨에...’로 이어지던 안부편지를 쓰는 이가 요즘에는 얼마나 있을지.

 

이처럼 시류가 급류를 타고 그 여울목에 휩싸여 덩달아 바쁘게 사는 우리에게 책을 가까이 하는 일은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책은 평생 동안 우리가 가까이 해야하는 친구요 스승이며 인생의 동반자이고 특히 청소년기에 多讀(다독)하면 평생동안 풍성한 지혜의 금고를 갖게 되는 일이다. 그리고 같은 책이라도 읽는 나이와 상황에 따라 느끼는 감성이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최근에 유달영 박사님의「새 역사를 위하여」라는 책을 찾아냈다. 1952년에 쓰신 책인데 경기도사이버중앙도서관을 검색한 결과 이천시립도서관에 1권이 있음을 확인했다. 전화로 부탁을 해서 필요한 부분을 팩스로 받아 잘 활용했다.

 

1991년에 쓰여진 ‘9살 인생’과 1952년에 집필된 ‘새 역사를 위하여’는 40년의 시차가 있지만 책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한결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 이유는 작가의 마음속에 담겨있는 좋은 생각, 아름다운 마음, 강인한 의지를 글로 담아내기 때문일 것이다. 글 쓰는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원고지를 채우고 키보드를 치는 것이 아니라 가슴속 감성을 담아내고 영혼의 아름다움을 문자로 그리는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을은 책 읽기에 좋은 계절이다. 과거에는 책이 없어 닥치는 대로 읽었다지만 요즈음에는 다양한 책이 서점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어느 책을 선택하는가 하는 것이 또 하나의 고민꺼리가 되고 있다고 한다.

 

가을은 다른 계절보다 빨리오고 슬그머니 지나간다고 한다. 짧은 계절이지만 더욱 풍성한 계절로 살찌우는데 독서만한 일이 또 있을까.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이하여 말만 풍성한 요즘 세태를 예견한 듯 우리에게 던져주신 안중근 의사의 말씀을 되새겨본다.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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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