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아줌마와 깍뚜기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우리나라에는 남자와 여자, 그리고 아줌마가 있다는 말이 있다. 아줌마는 아주머니의 준말일 것으로 생각되는데 아주머니는 ‘부모와 같은 行列(항렬)인 여자, 한 항렬되는 남자의 아내, 부인네를 높이어 정답게 부르는 말로 설명된다. 그리고 비슷한 말로 ’아주버니‘가 있는데 이는 남편과 같은 항렬이 되는 남자, 또는 시숙(媤淑= 남편의 형제)을 말 한다.

 

그런데 아줌마라는 용어는 사전에는 나와 있지 않은데도 실제 우리 사회에서는 자주 사용되고 있다. 흔히들 아줌마 부대라고도 하고, 식당에서 음식을 추가로 주문하려면 ‘아줌마!’를 연호하게 된다. 그리고 일행중 옆 좌석의 손님은 ‘아가씨!’라고 불러야 빨리오고 좋은 반찬을 내준다며 조언을 하기도 한다.

 

또, 우리나라 TV광고에 보면 아줌마는 강하다는 인상을 주는 면이 있다. 이미 출발한 통학버스를 추월하여 아들에게 물건을 건네주는 아줌마의 무릎이 튼튼한 연유를 광고하고 있다.

 

유머 속의 아줌마는 조금 안타깝다. 하이힐 신고도 뛸 수 있으면 아가씨, 운동화를 신고도 못 뛰면 아줌마란다. 미장원에서 파마할 때 예쁘게 해달라면 아가씨요, 오래가게 해달라면 아줌마라는 것이다. 그리고 버스 안에서 손님이 내려 자리가 비었을 때 주위를 살피고 앉으면 아가씨요 앉은 후 살피면 아줌마라는 것이다.

 

우리는 ‘아줌마’라는 말을 생각이 없고 남을 배려하지 않으며 자신만을 위해서 정면으로 돌진하는 저돌적인 4, 50대 여성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아줌마라는 표현에 절대 반대한다. 우리사회에서 쉽사리 호칭되는 아줌마들은 과연 모두 아줌마일 뿐인가?

 

 

우리사회 여성들이 처한 여건과 아름다운 희생, 그리고 그분들의 생활력과 무한책임의 봉사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사회의 기초인 가족을 결집시키고 이끌어 나가며 다른 집안에서 성장하였지만 시집을 와서는 집안의 대소사를 남편보다 더 잘 알고 챙기는 여성의 능력을 알아야 한다.

 

육아를 위해 밤을 새우고 입시를 위해 새벽을 밝히는 우리의 어머니들에게 어찌 아줌마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여성은 딸에서 학생, 숙녀, 약혼녀, 신부를 거쳐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된다.

 

수평적으로는 이모, 고모, 숙모가 되고 처제, 처형, 형수가 된다. 사실 모든 사람들은 인생을 살면서 ‘과학실의 분자모형’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조직의 구성원이 된다. 이 같은 일은 인척간에서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성들은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많은 고통과 어려움을 겪게 된다. 수년 전까지 우리는 두 아이를 안고 업고 시장을 보러 다니고 은행 밖에까지 늘어선 긴 행렬을 기다려 공과금을 내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그리고 자신은 굶을지라도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애쓰시는 어머니들의 모습은 지금도 자주 볼 수 있는 삶의 현장이다.

 

우리가 피상적으로 생각해온 아줌마는 이 사회에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시대 우리의 어머니들은 우리 사회에서 사전적 의미의 아주머니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고 당연히 그렇게 모셔야 한다.

 

식당에서 밥 한 그릇 사먹으면서 '때로는 외상을 하면서' “아줌마 깍두기!” 외치는 이가 있다면 우리의 ‘주머니’ 그렇게 부른 그들이 바로 자신들이 생각하는 ’그 아줌마‘인 것이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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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