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유난히 짧은 가을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2002년) 가장 짧고 쉽게 지나간다는 가을을 맞이했다. 명심보감에서 ‘소년은 쉽게 늙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少年易老學難成), 한순간이라도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노력하라.(一寸光陰不可輕)!’는 말이 있다.

일일여삼추(一日如三秋)라는 말도 있다. 하루가 3년 같다는 말이다. 실제로는 짧은 시간이 지났는데 매우 오랜 시간이 흐른 것처럼 느껴진다는 뜻이다.

 

주로 뭔가를 애타게 기다릴 때 쓰이는 말인데,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루를 천 년처럼 기다렸습니다’고 하는 일일천추(一日千秋)로도 많이 쓰인다. 여기서 추(秋)는 한 해를 나타내는 연(年)과 동의어다.

 

그러나 요즘 날씨를 일러 정말로 ‘짧은 가을‘을 느끼게 한다고 말한다. 가을인가 했더니 갑자기 영하권 가까이 기온이 내려가는 이상기온 현상을 보인다. 혹자는 앞으로 가면 갈수록 봄과 가을이 짧아질 것 같다는 예단을 한다.

 

방송에서 들었는데 가을이 짧은 것은 많은 이들이 가을을 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했다. 정말로 올가을은 짧게 지나가려나 보다.

 

그런데 공무원에게 있어서 가을은 어쩌면 느낄 수조차 없는 시기이다. 각종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벌써 올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해야 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9월말의 국정감사를 마무리하고 이어서 도의회에서 추경예산 심의를 받았고 곧이어 도의회 행정사무 감사가 이어진다.

 

특히 새해 살림을 준비하는 2003년 예산안도 오랫동안 작업이 진행 중에 있으며 도는 11월11일까지, 시군은 11월21까지 예산안을 각각 도와 시군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도의회는 12월16일까지, 시군의회는 12월21일까지 예산안을 심의 의결한 후 3일 이내에 도지사와 시장·군수에게 이송하여야 한다.

 

예산안이 제출된 후 곧바로 의회는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게 된다. 도의회는 오는 11월21일부터 11월30일까지 10일간을 감사일정으로 잡고 있다. 이 기간은 행정과 의회가 한자리에 모여서 그동안 추진한 업무에 대한 평가와 논의, 그리고 논쟁과 격론이 벌어진다.

 

 

행정사무감사가 끝나고 나면 이어서 도와 시군 의회는 도지사와 시장군수가 제출한 예산안에 대한 심의를 한다. 이 과정이야 말로 지방차지의 본모습을 보는 것 같아 언론의 보도를 통해 매일매일 나오는 기사를 도민들은 깊은 관심속에 보게 될 것이다.

 

심도있는 질문과 예산편성의 불합리성을 주장하기도하고 지역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가 하면 간부공무원들이 소속 직원들과 답변을 숙의하느라 바쁘게 움직이는 실제상황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러한 예산심의 과정이 때로는 흥미있는 일일 수도 있을 것이지만 의정현장의 도의원은 물론 공무원들 모두가 힘들게 극복해야 하는 힘들지만 참으로 중요한 의정(議政)이요 도정(道政)이기도 하다.

 

이처럼 추경예산, 행정사무감사, 예산안 심의 등을 연이어 처리해야 하는 도의원과 공무원의 가을은 유난히 짧은 것인가 생각된다. 출퇴근길 가로수의 잎새들이 단풍드는 것조차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바쁜 업무에 진력하다 보면 계절이 바뀌는 것조차 체감하지 못하는가 보다.

 

분야별 예산안을 예비 심사하는 도의회 상임위원회, 각 상임위를 대표하는 의원으로 구성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밤을 새워 계수조정을 하는 계수조정 소위원회 도의원들의 모습이 멋지고, 수북한 자료를 들고 도의회 로비를 분주히 오가는 공무원들의 발걸음도 보기에 좋을 것이다.

 

가을을 결실의 계절이라 부르는 것은 다음 해의 새로운 생명을 준비한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년보다 일찍 쌀쌀한 2002년 가을에도 한해를 잘 마무리하고, 짜임새 있고 도민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된 2003년 새해예산이 가을 들판에서 추수해 내년을 위해 준비한 볍씨처럼 알차게 짜여지기를 바란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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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