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에드벌룬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무슨 일을 시작할 때 그 내용을 널리 알리는 방법 중의 하나가 ‘에드벌룬(adballoon)’이다. 아파트를 분양하거나 체육대회를 하는 운동장에는 어김없이 큰 글씨를 쓴 ‘프랑카드’를 커다란 풍선에 매달아 올리곤 한다.

 

그래서 무슨 일을 시작하려 할 때 그 대강을 알리거나 넌지시 소문을 퍼트리는 것을 보고 ‘에드벌룬을 띄운다’고도 한다. 2차 대전때 어느 전장에서 심리전을 벌이기 위해 풍선에 적군의 사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의 글을 매달아 올렸다고 한다. 그러자 상대측에서 총을 쏘아 풍선을 터트리는 등 신경전이 시작되었다.

 

그러던 중 에드벌룬을 띄우는 측에서 아이디어를 냈다. 작은 수소 풍선 여러 개를 그물망에 담아 에드벌룬을 올렸다는 것이다. 여러 개의 작은 풍선은 그만큼의 총알이 날아가야 추락시킬 수 있었고 조준이 어려워 1개의 커다란 풍선을 올렸을 때보다 긴 시간 에드벌룬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축제나 축하행사, 환영대회에 등장하는 것이 오색풍선이다. 구호에 맞추어 풍선이 오르고 비둘기가 날고 색종이 가루와 테이프가 뿌려진다. 그러나 하늘 높이 올라간 풍선이 시간이 지나면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해 터저버리고 만다는 사실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놀이공원이나 백화점 개업식에 가면 아이들에게 풍선을 쥐어준다. 풍선의 올라가는 힘을 견딜 수 있는 무게의 손잡이가 달려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실로 매어주기만 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에 풍선의 실을 쥔 아이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잘 간수한다면 방안의 천장에 풍선을 올려놓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것은 아이와 가족들만의 풍선인 것이다.

 

 

하지만 인파가 많은 공원이나 시가지에서 풍선의 끈을 놓거나 실수로 놓친다면 많은 이들이 풍선을 구경할 수 있고 높이 올라가면 새들이 보고 하늘높이 올라가면 하늘의 신선이나 선녀들이 속세에서 올라온 신기한 동그라미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하늘 높이 올라가서 공중분해된 파편이 산속 어딘가에 떨어진 것을 나무꾼이 보고 또 한번 신기하게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터진 풍선은 더 많은 작은 풍선으로 환생하게 된다. 어린시절 할머니들이 터진 풍선을 입안으로 빨아들여 꽈리만한 풍선을 만들어 주시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철탑의 맨위를 지나는 전선 중간중간에 붉은 공을 매달아 놓은 것을 보고 줄이 무거워 끊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 속에 산소를 넣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알고보니 그것은 항로에 있는 철탑의 전선에만 설치된 것으로 비행기가 줄에 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안전장치라는 것이다. 사실 철탑에는 여러가닥의 전기줄이 있는데 유독 맨 윗줄만 무거울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는 당도하지 못한 미진한 판단이어서 스스로 창피하기도 했다.

 

오늘 풍선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혹시 높이 올라가면 터지고 말 오색 풍선을 띄우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보고자 함이다.

 

풍선은 속이 비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풍선이 매달고 있는 프랑카드도 실제보다 부풀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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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